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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시냇가에서 왁자지껄하며 무엇을 다투는 소리가 나는데, 말 소리가 새 지저귀는 듯하여,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급히 가 보니, 득룡이 방금 뭇 되놈들과 더불어 예물(禮物)이 많고 적음을 다투고 있다. 대체 예단(禮單)을 나눠 줄 때면 반드시 전례를 좇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 봉황성의 교활한 청인들이 반드시 명목(名目)을 덧붙여서 그 가지수를 채워주기를 강요한다. 이에 대한 처리의 잘하고 잘못함은 전혀 상판사(上判事)의 마두에게 달린 것이다. 만일 그가 일에 서투른 풋내기라든지, 또는 중국말이 시원찮다든지 하면, 그 자들과 시비를 따지지 못하고 달라는 그대로 줄 수밖에 없다.


올해에 이렇게 하면, 내년에는 벌써 전례가 되기 때문에 기어코 아귀다툼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사신들은 이 묘리를 모르고 다만 책문에 들어가기만 급하여, 반드시 역관을 재촉하고 역관은 또 마두를 재촉하여 그 폐단의 유래가 오랜 것이다.

상삼(象三)상판사의 마두이다. 이 방금 예단을 나눠 주려 한다. 되놈 백여 명이 삥 둘러섰다. 그 중 한 청인이 갑자기 커다란 소리로 상삼을 욕한다. 득룡이 수염을 쓱 쓰다듬고 눈을 부릅뜬 채 내달아서 그 앙가슴을 움켜잡고 주먹을 휘두르며 때리려는 시늉을 하며 뭇 청인을 둘러보고,

“이 뻔뻔스럽고 무례한 놈 보아. 지난해에는 대담하게도 어른의 쥐털 목도리를 훔쳐 가고, 또 그 다음해엔 어른께서 주무시는 틈을 타서 나의 허리에 찼던 칼을 뽑아 어른의 칼집에 달린 술[綬]을 끊어가지고 다시 나의 찬 주머니를 훔치려다가 내게 들켜서는 주먹 한 대에 톡톡히 경을 치지 않았나. 그 때는 아주 만단으로 애걸복걸하면서 나더러 목숨을 살려 주신 부모 같은 은인이라 하던 놈이 이번엔 오랜만에 오니까 도리어 어른께서 네 놈의 꼴을 몰라보실 줄 믿고 함부로 떠들고 야단이야.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은 어디 봉성장군에게 끌고 가야지.”

하고 야단한다. 여러 되놈은 모두 용서해 줄 것을 권한다. 그 중에서도 수염이 아름답고 옷을 깨끗이 입은 한 노인이 앞으로 나서더니, 득룡의 허리를 껴안고,

“형님, 제발 좀 참으시오.”

하고 사정한다. 득룡이 그제야 노여움을 풀고 빙그레 웃으면서,

“내가 만일 동생의 안면을 보지 않는다면, 이놈의 콧잔등이를 한 주먹 갈겨서 저 봉황산 밖에 던지고 말 것을.”

하며 으르댄다. 그의 날뛰는 거조는 참으로 우습다. 판사(判事) 조달동(趙達東)이 마침 내 곁에 와 섰기에 아까 그 광경을 이야기하고 혼자서만 보기에 아깝더라 하니, 조군이 웃으면서,

“그야말로 살위봉법(殺威棒法)이군요.”

한다. 조군이 득룡더러,

“사또께서 이제 곧 책문으로 들어가실 테니, 예단(禮單)을 지체 말고 나눠 주렷다.”

하고 재촉한다. 득룡이 연방,

“예에, 예이”

하며, 짐짓 바쁜 척하고 서둔다. 나는 일부러 그 곳에 머물러 서서 그 나눠주는 물건의 명목(名目)을 상세히 보았다. 매우 괴잡(怪雜)스러운 일들이다.

뭇 되놈은 끽소리 없이 받아 가지고 가버린다. 조군이,
“득룡의 수단이 참으로 능하단 말요. 그는 지난해에 휘항이며 칼이며 주머니며 잃어버린 일이 도시 없답니다. 공연히 트집을 만들어서 그 중 한 놈을 꺾어놓으면, 그 나머지는 저절로 수그러져 서로 돌아보고는 무료히 물러서곤 하더군요. 만일 그렇게 하지 않았던들, 사흘이 가도 끝이 나지 않아 좀처럼 책문 안으로 들어갈 가망이 없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