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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사랑하게된 문학 속 인물 아니었나 싶음

수없는 경험을 통해 확신에 차 있고 육체에 구속 되있으면서도 누구보다 자유롭고 또 누구보다 생생하게 고뇌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노인. 모순과 또 그에 상응하는 양의 진실로 가득찬 정말로 살아있는 인물을 텍스트로 만나는거 같았음.

문학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가 상징화 된, 메타포적인 인물을 만나볼 수 있어서인데 조르바에겐 작중 말마따나 소위 ‘먹물’ 냄새가 전혀 나지 않음에도 누구보다 깊은 상징을 내포한것처럼 여겨졌음. 프롤로그에서부터 예상했지만 당연히 실존 인물이었고 각색이 있었다해도 생전의 그가 작품내 조르바 만큼 매력적인 인물이었을거라고 확신함.

이런 말을 하는게 좀 부끄러운데 개인적으로 방금 취한 예술의 영향을 받아 인생의 방향성을 정하는걸 굉장히 안 좋게 봄. 그게 영화든 문학이든 음악이든간에. 그래서 작품을 비평적으로 뜯어볼때 최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노력함. 뭐 걸작앞에선 항상 무너지는 태도긴 함.
 
고백하는데 조르바를 읽은후 곰곰히 소화시키면서 처음으로 이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마음속에서 불쑥 떠오름. 평생 이에 닿지 못할걸 알면서도, 그전까지 내 지향점과는 양극단에 있는것 같은 인물이면서도 진심으로 이 인물과 닮고 싶었음. 

이 텍스트로 변한 생전 인물이 내가 항상 신음하던 죽음과 노화에 대한 두려움,예술관,그 밖에 다른 모든것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고 있음. 내가 반할수밖에 없는 인물이었음.





사실 좀 이상하고 얘기하기에는 민망한 일이 있었는데 감상을 망치지 않기위해 이것도 적겠음.

다 읽은 직후에는 여러 생각들에 잠기느라 작품에 대한 감상이 정리가 잘 안됐음. 마지막 장 부근에서 조르바가 정리해주긴 해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화자의 태도, 유미적인 문장으로 감싸인 여러 모호한 의미들...카페에서 돌아오는 길을 거쳐 집에 도착했음에도 생각이 어지러웠음. 배가 고프기도 했고

그러고 밥이나 먹을려고 배달앱켜서 지갑 사정 걱정하면서 치킨을 시키고 잠시후 배달온 치킨을 손에 받아들고 책상에 내려놓은 그 순간. 정말 저렴한 행복감에 도취된 그 순간에 갑자기 번개라도 맞은것마냥 단번에 이해가 갔음. 이성으로 뜯어볼려했던 전의 내 태도들이 부끄러워지면서 그 속에 담긴것들이 처음으로 가슴 깊이 울렸음. 

고작 치킨 하나 시켜먹으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는게 참 요상하고 쪽팔린데 사실이긴함. 아무튼 그랬다고...내일부턴 면도날 읽을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