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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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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된 책을 구하는 책사냥꾼,

일단 사고 싶으면 사버리는 책애호가,

희귀하다 싶으면 눈이 돌아가는 책수집가,

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어느 독붕이의 알쓸신잡 이야기.

한줄요약
독갤 념글 모음집, 그리고 약간의 감동


발터 뫼르스의 판타지 장편소설인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선 책사냥꾼이란 직업이 나온다. 지하미로에 숨겨져 있는 희귀한 책들을 찾아내고 수집해서 지상으로 가져오고, 그것을 비싼 값에 고서적상에게 팔아 명예와 부를 챙기는 사람들인데, 이중에 레겐샤인이란 노루개가 가장 전설적인 책사냥꾼이다.

그리고 이 책은 한국의 레겐샤인인 저자가 쓴 책사냥꾼의 책 이야기이다. 물론 차모니아 대륙에서의 책사냥꾼은 책을 "팔아치울 상품"으로 보지만, 저자는 그 반대다. 소중히 간직해야 될 수집품이다. 추억이고, 하나의 붉은 실이다.

쉽게 말하자면 "책과 관련된" 온갖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특히 독서 갤러리를 하는 독붕이들이라면 초장부터 율리시스 얘기에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니 우리 얘기잖아?ㅋㅋ'라면서. 그 외에도 민음사 364번 봄눈 사건도 실제로 지켜본 당사자로서 상당히 재미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분명 그렇게 생각하며 파트1을 끝냈는데.......

맙소사, 파트1은 약과였다. 솔직히 파트1만 보고도 남에게 추천할 가치는 물론이고 이 책을 살 이유와 필요성에 대해 설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건 내 오만이었고, 오판이었다. 파트 2, 3, 4를 넘어가고 마침내 에필로그까지 읽은 나는 1/4 독중감으로 감히 씨부린 걸 후회한다. 좋은 말을 그때 써먹어서 지금에 와서 중언하면 되게 없어보이지 않은가! 역시 사람은 말을 아끼고 봐야 한다. 침묵은 금이라더니, 금값이 오를 때까지 존버해야만 금이 금인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미리 책의 재미를, 그것도 1/4밖에 안 되는 재미를 극강인 것 마냥 떠들만큼 이 책은 독붕이라면, 독서가라면,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오가 갈릴 수가 없다. 극호! 아마 이 책을 싫어할 사람이라면 같은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저자에게 귀한 책을 책장에 모실 기회를 뺏긴 책사냥꾼들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질투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 난 이 책 있는데ㅋ"로 심심하게 달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과 관련된 갖가지 짧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때문에 정보의 양 자체는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율리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4번의 행방 외에도 독갤듀스 1위의 빛나는 갤주 오웰이 서평으로 벌어먹고 살던 얘기라든지,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 번역에 대한 얘기, 책을 내기까지 고생하는 편집자 얘기, 조훈현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알고 지낸 얘기 등...... 저자 혼자서 알쓸신잡을 찍어도 10부작 방송분량은 걱정이 없을 지경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파트1 저자, 파트2 저자, 파트3 저자, 파트4 저자로 4명 출연해 알쓸신잡 멤버수까지 맞추면 딱이겠다.

물론 이야기의 질도 상당히 우수하다. 여기서 질의 우수함이란, 이 책을 읽고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떠벌일 때 남들이 "와 진짜?"라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디가서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써먹기 좋은 썰거리로 한가득이란 뜻이다.

그뿐일까, 저자의 스토리텔링 실력은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독서로 단련된 것인지, 또 아니면 끈질긴 연습을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한 이야기마다 저마다의 완결성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거기에 마지막 즈음에서는 잠깐 눈물이 맺힐 것 같은 기막힌 다큐멘터리적 구성(?)에 감동하기도 했다. 이런 인간적인 드라마들을 알고있는 저자도 처음 이런 사실들을 접했을 때 눈물이 맺혔을지 궁금하기도 하다ㅎㅎ

이 책은 또 한편으로는 훌륭한 책 영업서가 되는데, 한 이야기마다 적어도 책 한 권 이상은 소개해주는 통에 내 장바구니는 벌써 몇 권이 더 추가됐다. 책을 영업하는 책이라니. 그런 책은 고전리뷰툰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하여간 이래서 독붕이들이 문제다. 자기가 재밌게 읽었다고 남들도 기어코 읽게 하고 그렇게 내 지갑을 탈탈 털어가고 서점을 웃게 만들고 출판 시장에 미약한 일진을 보태지 않으면 속이 발랑 뒤집어지는 족속들이다. 물론 나 또한 그런 독붕이로서 이들의 영업력에 분노하는 한편으로 나 또한 영업시키고 말리란 다짐을 하게 된다. 그전에 영업할 책이 내게 있느냐만은ㅎ

읽다보니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저자가 언젠가 내 영업에 굴복하여(?) 책 n권(n이 포인트다. 나는 여기에 권수 제한을 두지 않겠다)을 책장에 들이게 하는 것이다. 한 독붕이의 책장 파멸을 바라는 아주 사악한 계획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그 이전에 저자의 파멸적인 영업에 내 지갑이 먼저 파멸당하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이 말 많은 떠벌이 리뷰는 결국 이 책이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건 물론이고, 읽은 당사자에게도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되어줌을 몸소 증명한다. 독붕이들도 어서 읽고 이래저래 떠들어주길 바란다. 책 이야기만큼 독붕이들을 흥분시킬 이야기도 따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