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찾아 방황하던 텔레마코스 스티븐도 결국 정신적 아버지인 블룸을 만나 한층 성숙해져 독립해나가고,  


길고 긴 하루를 떠돌아 다니던 오디세우스 블룸도 처음 음식을 사러 갔을 땐 열쇠가 없었지만, 스티븐을 떠나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땐 열쇠를 갖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 집을 나설때는 집은 칼립소의 영역이었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집은 아늑한 고향땅 이타카가 되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아들을 얻어서인지, 죽은 아들 루디에 대한 슬픔에서 벗어나 다시 몰리에 대한 사랑을 되뇌였는지 몰리의 엉덩이에 키스를 하고 다시 잠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바람났던 페넬로페 몰리도 처음엔 블룸의 질문에 으음~ 하는 모호한 대답에 딴 남자 만날 생각만 가든했지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결국 다시 블룸에게 되돌아와 예스! 를 외치며 끝난다. 


뭐 다 행복하게 끝나네. 해피엔딩 좋지!




내가 12월 20일쯤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대충 3주 걸렸다. 진짜 하루도 빠짐 없이 최선을 다해서 읽었는데 참 오래도 걸렸네.


그래도 어찌어찌 다 읽었다. 이거 참 뿌듯하다. 물론 이해는 거의 안 됐다고 보지만, 그래도 뿌듯한 건 뿌듯한 거다. 




더블린 사람들이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거의 등장인물 소개였던 것 처럼 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철학 문학 과학 음악 뭐라 할 거 없이 정보가 무수히 많이 쏟아져 내리는 바람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해가 안 가니까 재미도 없고. 근데 완독하기로 했으니까 읽긴 읽어야겠고. ㄹㅇ루다가 의무감으로 읽었네 ㅎㅎ




그나마 재밌었던 장은 13장, 15장, 18장. 대체로 아주 유명하고 하이라이트로 치는 장들. 


가장 읽기 힘들었던 장은 3장, 9장 16장. 주로 스티븐이 화자로 등장하는 장들이다. 




근데 막상 끝까지 읽고 나니까 느끼는 건데, 


율리시스를 딱히 완독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냥 유명하다니까 맛만 좀 보고 싶다면 18장만 읽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블룸은 골아 떨어지고, 몰리만 멀뚱멀뚱 누워서 어렸을적부터 블룸과 만나고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을 회상하는 장인데, 


그 유명한 의식의 흐름, 등장인물들의 방황, 아버지 블룸 - 어머니 몰리 - 아들 스티븐의 정신적 유대관계, 감수성에다 재미까지 뭐 하나 빠지는 거 없이 완벽하다. 


거의 뭐 율리시스 전체의 압축판 같은 느낌. 


혹시 관심있으면 18장만 읽어보고 '아 재밌네, 이거 끝까지 읽을 수 있겠는걸?' 싶으면 처음부터 읽어보시라.






마지막으로 내가 가진 생각의 나무 제3개역판 - 2011년 개정 1쇄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편집이 개똥이니까 어떻게든 제4개역판을 구해다 읽어야한다. 





율리시스나 피네간의 경야 같은 책에서는 조이스가 만들어낸 수많은 합성어가 등장한다.


김종건 교수님께서는 이런 합성어들을 번역하기 위해 수많은 한자를 사용하셨는데, 이 한자를 병기하면서 정말 수많은 편집상 오류들이 발생한다. 




첫째로, 한자가 깨지는 경우가 있다. 




게임 같은 거 다운 받으면 글자가 꿣둙?쉆? 이딴식으로 깨지는 경험 다들 해봤을 건데, 이게 책에서 구현?다.


당장 생각나는 걸론 9장에 갈문 이란 단어가 두 번 나오는데, 둘 다 ?로 돼있다. 어디 있었는데, 못찾겠네. 


예를 들면 한자 (?字) 이딴 식으로 ? 가 떠오른다는 소리다. 


??? 나도 몰라 이 X끼야.






두번째론, (), {}, [] 가 혼용된다. 




한자 병기엔 () 가 사용된다. 그리고 동음이의어는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 안에 한자를 써 넣는다. (괄호 안의 문장에는 한자 병기로 [] 가 사용된다.)


후자의 경우는 이런 경우다 말[馬][言語] 이런 거임. 


근데 이게 하나만 쓰이는 게 아니다. 


대체로 맞게 쓰이는데, 잘못 쓰이는 경우엔 바리에이션이 정말 다양하다.


 


한자 병기에 [] 가 쓰이고 하고, 동음이의여 표기에 () 가 쓰인다. {} 도 한 두개 봤음.


( ] [ ) { ) { ] 이런 식으로 소중대 괄호가 섞여서 쓰이는 경우도 있고, 


(( ) [[ ] 두번씩 여닫거나, 


({ ) [{ ] 두번씩 여닫는 거에 만족 못했는지 섞어 쓰기까지 한다. 


내가 지금 아무 페이지나 한 번 펼쳐봤는데, 바로 튀어나온다. p.223 10번째줄, 개 [犬) 이렇게. p.376 7번쨰 줄도 있다.






마지막으론, ( 괄호를 열고 닫지를 않는다. 


사실 이 경우가 가장 악질임. 이 경우에 비하면 위에 두개는 귀여운 수준이다.


 


한자병기의 경우 괄호와 괄호안의 글자 크기를 약간 작게 쓴다. 언어( 言語 ) 이런 느낌으로. 


근데, (괄호를 열었다가 닫지를 않으면, 글자 크기가 작아진 상태 그대로 문장이 계속 이어진다! 와! 이거 보기 정말 개같다!

한 문장을 넘어가 2~3문장을 이딴씩으로 작게 유지되는 경우도 허다한데 ㄹㅇ루다가 거슬려서 짜증나 죽겠다. 

심지어 한자 병기 외에 또 다른 외국어 해석, 부연설명에도 괄호가 쓰이는데, 이 경우에 또한 글자 크기를 작게 하기 때문에 

더더욱 복잡해진다. 이거 진짜 심각하게 거슬린다. 사례로 방금 읽던 p.1279 15~16번째 줄이 있다.



위와 같은 오류들이 책 전반에 걸쳐 발견된다. 


한자 병기 외 다른 오류는 거의 없었던 거 같은데, 

가끔 주석에 문장의 순서가 단어 바뀌어 있어 꽤 당황했던 경험이 있었다. ( 문장의 순서가 단어 -> 문장의 단어 순서 ) 

또 p.1281 에서는 본문엔 주석 번호를 붙이지 않고 각주란에만 설명해논 게 있어서, 주석 번호가 1개씩 밀렸다. 

18장 본문 208번부터는 각주 번호에서 -1씩 해서 찾아야된다.

그리고 조이스가 의식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타와 띄어쓰기 실수를 했다고 한다. 

이에 맞게 번역도 띄어쓰기 실수에 맞춤법 실수를 저질러 놨는데, 이게 18장 끝날때 쯔음 되면 이상하게 많아진다. 

이건 그냥 편집 오류 아닌가 싶은데, 이번 뭐 내 추측이니까. 



갓종건 교수님의 번역과 섬세한 주석 덕분에 그나마 읽기 수월한 편이었는데, 

쓰레기 같은 편집에 눈살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좀 있어서 아쉬웠다. 

아무래도 편집하는 분들도 읽기 힘들어서 대충 읽은 듯. 

특히 뒤로 갈수록 많아지던데, 처음엔 빠싹 읽다 점점 읽기 힘들어서 포기했나보다.


그 외엔 불만 사항 없음. 우리 꼭꼭 제4개역판 사다 읽자



독후감은 부록도 좀 읽어보고, 메모해둔 부분은 좀 다시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주말 쯤에 천천히 써보겠다.


정말 힘들었지만 잘 읽었다. 

우리 물머기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