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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도 맛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차가운 눈도 추잡할 수 있다는 건요?
당신의 아이가 당신과 무관한 아이일 수 있는 건?
우리 모두 죽을 거예요. 눈사람과 함께.
한줄요약
곰팡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그 자리에 있고, 없애려면 벽을 다 들어내야 하죠.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이고, 정말 오랜만에 스릴러다. 내 마음의 고향. 사실 추리물로 따지면 이미 긴다이치 시리즈로 접하긴 했지만, 스릴러는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고전과 SF와 한국문학을 거쳐 다시 돌아오니 너무 반가웠다. 단숨에 읽기도 했고.
스노우맨은 첫 눈이 올 때마다 애가 있는 유부녀를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단순한 플롯에 복잡한 인물들의 뒷사정과 거짓말, 그리고 반전이 끼어들면서 전개 양상은 굉장히 복잡하게 흘러간다. 이미 범인은 초장부터 예고돼 있었지만(그리고 그걸 충분히 추측할 수 있음에도) 읽다보면 그 범인에 대한 확신을 뒤흔들고, 뒤집어 버리고, 마침내 까발린다. 최후의 최후까지 방심해선 안 되는 장르인 만큼 600페이지가 넘는 쪽수는 노르웨이의 차가운 긴장감이 감돈다.
스노우맨의 독특한 특징을 꼽으라 하면 첫째로 추잡스러움(외설스러움)이 있고, 둘째는 차갑고 무뚝뚝한 묘사 이면에 내재된 격정이다.
우선 추잡스러움부터 보자. 나는 본래 스릴러에서 섹스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걸 반쯤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스노우맨은 그 섹스와 관련해서 사실 섹스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불륜 섹스가 나오고, 사건 해결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후반부를 빼면 섹스 얘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인구 500만 노르웨이가 왜 일찍이 번성하지 않았는지 의심들 정도다.
물론 단순히 외설적이기만 하면 추잡스럽다고 욕할 바는 아니다. 노르웨이숲도 외설적이긴 하지만 추잡스럽진 않다. 물론 놀숲의 양대산맥인 미도리와 레이코에 버금가는 명대사가 스노우맨에서도 나온다. 뭘 보고 싶은지에 달렸죠. 당신 ...를 보고 싶은데. 스노우맨은 애당초 섹스로 엮인 사건인 만큼 짐승들이 아닐까 싶은 속사정들이 나온다. 좋게 말해야 자유로운 성문화고, 나쁘게 말하면 동물의 왕국이다.
만약 이런 내용이 일문학 추리소설로 나왔다면 추잡함이 끈적거림으로 바뀌고 불쾌함은 치솟았을 것이다. 나름 이게 노르딕 스릴러로 하나의 특징이자 개성, 그리고 서사의 중요한 요소로서 흥미를 갖게 한 건 전반적인 분위기와 문장 덕이다. 그렇다. 두 번째 특징인 차갑고 무뚝뚝한 묘사와 내재된 격정이다.
누가 북유럽 아니라고 할까봐 이 소설에선 내내 눈과 차가움, 혹은 어두움이 강조된다. 해리의 곰팡이 슨 아파트 벽도 마모되어가는 그의 상황과 오버랩된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오마주는 끝까지 따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 해리가 안타깝다.) 네스뵈의 문장은 이 모든 걸 살리는데 특화돼 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은 스릴러 장르의 전반적인 특징이겠으나, 네스뵈는 여기에 살을 에는 추위와 비정함을,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질감을 문학성으로 살려내 덧붙였다. 시적 느와르라 하는 그의 문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시적 느와르라 해서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혹은 만연체나 화려체에서 볼 만한 문장을 기대해선 안 된다. 그랬다간 스릴러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은 사라져버릴 테니까. 그러니 정확히 정정하자면 "팽팽하게 긴장된 가운데 추위에 떨 수 있는" 문장이 바로 네스뵈의 문장이다. 사건만 몰아치는 게 아니다. 추위가 불어닥친다. 사람들의 숨겨왔던 격정도 폭발한다. 나의 떨림이 추위 때문인지, 격정의 영향인지 헷갈릴 정도다.
결말에 대해선...... 두 가지 이야기 면에서 마무리를 짓고 있다. 하나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하나로서 맺는 마무리가 있었고, 하나는 독립적인 스노우맨이라는 작품으로서 맺는 마무리가 있었다. 전자는 좀 씁쓸하고 안타깝지만, 후자는 나름 감동적이다. 물론 추위가 내 콧잔등과 눈시울을 시큼하게 쓸어가서 눈물은 안 나온다.
살짝 아쉬운 점은 인물들의 매력인데, 해리 홀레와 카트리네 브라트, 마티아스, 필리프, 스퇴프 등 주연급 인물들은 나름 확고한데, 나머지 스카레, 홀름, 하겐 등등의 조연들이 좀 밋밋하다. 물론 아예 없어서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고, 그저 좀 더 투자됐다면 살아날 것 같은 포텐셜만 아끼고 있달까. 이게 시리즈물인 걸 감안하면 이미 이전작에 다뤄져서 더 다룰 필요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주연급 인물 중에서 메인 히로인으로 나오는 라켈은...... 솔직히 이전 해리 홀레 시리즈에서 나왔을 테지만 스노우맨의 자체적인 매력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얘를 자꾸 메인 히로인으로 내세우는데 매력이라곤 마티아스 피셜 정말 예쁜 여자(해리: ㅇㅈ)라는 것 뿐이다. 하는 짓만 떼어놓고 보면 스노우맨에서 긍정하기 참 힘든 주연...... 얘 때문에 생긴 결말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그 전부를 감안하고도 스노우맨이 매우 잘만든 스릴러인 건 부정할 수 없다. 겨울, 첫눈이 올 때 읽어도 좋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서늘함은 여름에 읽어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스노우맨 등급표
필력: A
독서 과정에서 느끼는 총체적인 평가, 곧 작품 자체에 대한 인상. 나머지 6개의 기준을 모두 합친 또 하나의 전체적인 기준.
가독성: A+
문장을 읽을 때 글이 얼마나 잘 읽히고 술술 넘어가느냐를 기준으로 삼음. 본인 어휘력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으니 주의.
인물: B+
주인공을 비롯한 각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개성, 매력, 혹은 대사 센스, 유머까지, 곧 작중 인물을 얼마나 잘 살려내고 잘 써내고 잘 활용하느냐에 대한 기준.
설정: A
장르별로 기준의 정의가 다르게 작용하겠지만, 공통적으로는 배경되는 시공간과 전후상황 등의 설정들이 가지는 매력과 활용도가 기준.
분위기: A+++
말 그대로 작품에 깔리는 분위기. 전체적인 분위기, 각 파트별 분위기, 분위기 전환 등의 '장면 인상' 위주의 기준.
구성: A
책 자체의 구성(목차), 문단 구성, 사건 구성, 사건의 흐름, 배치, 플롯으로 퉁칠 수 있는 부분까지. 소설의 골격에 대한 기준.
문장: A
필력이 소설이라는 군집적이고 총체적인 문장의 인상이라면, 문장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부분을 가리키며, 흔히 부르는 묘사도 여기에 포함.
감상은 뭐다? 추천이다.
추천은 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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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시마를 안 읽었어......
근데 개인적으로 취향 자체는 스릴러라서 문장이나 필력은 미시마가 낫다고 할지언정 내가 픽하는 건 네스뵈일 듯ㅎㅎ
미도리쨩...
난 또 겉절인줄 알았네
겉절이도 스노우맨이 있음?
서유미-<당분간 인간>
갠적으론 별 매력 없었는데 왜 다들 좋아하는지 난 모르게써요... 북유럽 스릴러 좋아한면 이르사 시구어쩌구하는 아이슬란드 작가의 <아무도원하지않은>이란 소설 추천드림
스노우맨의 매력은 추잡함과 그 냉랭한 묘사들, 그리고 무너져가는 (이미 무너진) 해리...... 머 기타 등등이라고 생각함ㅋㅋ 북유럽은 헨닝 망켈이 선구자급이라 해서 헨닝 망켈부터 보려고. 물런 스릴러는 호주 스릴러인 마이클 로보텀을 좀 더 좋아하지만
이거 영화화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에 패스밴더 주연이라 씨발존나게 기대했는데 제작과정 좆창나서 개쓰레기로 나와서 빡쳤음
아앗...
요네스 뵈는 추천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