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이 중요하고 어차피 필자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는 드러나기 마련인데.
그 과정까지 읽어나가는 글자 수가 좀 많이 답답하다.
어떤 상황을 상정하는데 너무 영화처럼 찍어버리니까 보편성을 잃어버리게 되더라.
난 이런 점에서 소설이 잘 안맞나봐.
추상화보다 구체화를 더 해버리는 느낌이 들어.
물론 재미를 위해서는 여백도 있겠지만.
고사성어처럼 어떤 특정 상황이나 갈등을 함축적으로 추상화 시키기 어렵더라.
그래서 한 소설을 관통하는 추상적인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소설의 힘이 없다고 봄.
현실에서 우리가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소설만큼의 상황을 상정하고 듣는게 아니기 때문에
있을법한 등장인물과 대화를 한다고 느낄 수도 없어. 그 점이 소설의 단점인 듯.
등장인물의 대사만 보는게 가장 나은 방법일까?
소설엔 재미가 있고 시에는 재미가 없지. 유희는 둘 다 있겠지만.
글이 길면 재미를 줄수 있지만 그 속에서 필자가 말하고 싶어하는게 더 감춰지는 느낌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작가의 관찰일지랑 소설을 구분지을만한 기준을 세울수가 없지.
소설을 재미를 더한 관찰일지라고 바라보면 인간을 이해하는데엔 별 도움이 안될테지.
작가는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재미로 홀리는 거 같기도 하더라.
그러면서 자기의 목소리를 소설에게 뺏긴다는 생각은 잘 못하는 느낌이야.
방대할수록 의도를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더 잘 전달할꺼란 믿음은 어디서 왔을까?
그거야 묘사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한때 소설의 미학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고. 카프카 때문에 다 뒤집혔지만
카프카가 어떻게 뒤집었어? 난 문알못이라 그런거 잘 모름..
주인공 이름 안 알려줘도, 배경 안 알려줘도, 과거 무시하고 가지고 있는 사상 지워내고 시대, 공간에 대한 역사적 기반 다 무너뜨려도 존재할 수 있는 걸 보여준게 카프카의 소설이거든
시는 함부로 요약할 수 없음. 그래서 대충 사랑 어쩌고저쩌고 하는 시로 요약되는 시라면 좋은 시가 아닌 거지. 나는 소설도 그렇다고 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처럼, 독자가 함부로 요약할 수 없는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함. 이야기가 힘이 있을수록 그것을 쉽게 정리할 수 없음.
사실 글쓴이가 배경 묘사에 더 초점을 두고 말한 거라서 이건 살짝 핀트가 빗나간 말이긴 함. 근데 배경에도 요약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봄. 작가가 떠올린 장면은 이 문장이 아니면 도저히 쓸 수 없겠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거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가 대표적인 예시가 되겠네
문학은 어쩔 수 없는 것을 쓰는 것임. 그러니까, 이 문장이 아니면 결코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임. 글을 진심을 다해 써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진짜 공감할 거 같음.. 진짜 어쩔 수 없는 것에 마주하는 게 문학이라는 거.
그래서 효율의 세계에서 보면 문학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임. 그런 필연성은 효율의 도식에 맞지 않기 때문임. 필연을 분해하고 압축시키는 게 효율의 도식이니 말임. 그런 점에서 요약은 함축과 구분되는 거임. 함축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태까지 밀어붙이는 제련이지만, 요약은 투입과 산출의 최대 효율일 뿐이니까.
효율도 효율이지만 얼마나 전달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지도 따져야 할거 같은데. 말이 뜻을 다하진 못하는건 다알테고. 그 뜻을 더 정확하게 하려고 지면을 더써서 독자에게 벽이 생긴다면 ? 정교화 됐다고 필자는 웃을지 몰라도 독자는 반대에 있을 확률이 높지. 그럼 결국 지 얘기만 주구장창 한다는 소리가되지. 이해하기 어려운 긴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고 본다.
길수록 더 공을 들였다고 생각하는 편형성. 요리에서도 필요 없는걸 빼는 셰프의 과감성을 볼수 있는데. 소설에선 이런게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호흡이 긴 소설을 쓴다기 보다 재미와 배경에 더 치중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아.
그것도 맞음 그래서 글쓰는 게 어려운 거지.. 그 사이를 달려야 하니까...
그러면 그건 소설 읽는 게 아니지
그렇게 해도 돼. 지금 이해가 안 되는걸 굳이 남들이 시킨다고 해야할까. 나도 옛날엔 그랬어. 그렇게 읽더라도 언젠가는 묘사의 맛을 알게 될 때가 올거임.
독서법도, 감상도 모두 자유라지만 작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넣은 걸 네가 불필요하다고 빼버리면 작가의 의도는 영영 모르게 될 걸
논문에서 양으로 채우는 느낌을 소설에선 꽤 많이 받음. 보편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느낌이 들겠구나라고 넘어갈수 잇는 부분을 애써 더 정당화 하려는 느낌이 꽤 자주 보임. 독자의 감정이입 속도는 별로 신경 안쓰는 느낌같더라고.
그건 네 감상이지 절대적인 게 아니잖아... 너는 속도감 있는 묘사를 좋아하는 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