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질하면서 쭉 내리다가
왜 소설에서 배경이나 인물을 묘사할 때 간결하게 안 쓰고 길고 장황하게 써놓는 거냐, 굳이 만연체를 써야할 이유가 있는 거냐
라고 말하는 글이 있어서 개인적인 생각 조금만 끄적이면
난 만화나 영화처럼 우리가 3자 입장에서 직접 보는 매체랑 달리
소설은 제 3자가 아닌 당사자가 돼서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라고 생각함
가령 영화관에 가서 재난 영화를 본다고 하면
해일이 몰려오고, 지진이 일어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광경을 보는 거지만
그걸 같은 내용이라도 소설로 묘사한다고 하면
주인공이 직접 해일을 겪고, 지진에 발이 흔들리고, 그러다가 죽는 순간을 직접 경험하고, 그걸 내가 읽고 나의 경험으로 만드는 거니까
순간의 몰입감이나 자극성은 다른 매체가 월등히 뛰어나지만
이야기가 끝나고 느끼는 여운이나 감정은 소설이 제일 길게 남는다고 느껴짐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소설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엿보는 거지
근데 그렇게 독자를 몰입시키고 여운을 남겨서 기억에 오래 남기려면
묘사를 할 때 다른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자기 기억으로 만들 수 있게끔, 독자가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을 만한 거리를 가능한 많이 줘야 하는데
묘사를 간결하게 한다고 상상할 여지를 쳐버리면 만화나 영화하고 사실상 달라질 게 없다고 봄
물론 그렇다고 소설에서 무조건 만연체가 짱이다, 라는 걸 말하고픈 건 아님. 뻔한 얘기지만 그건 소설마다 다른 거고, 또 작가마다 다른 거라 생각함
근데 최소한 묘사가 긴 작품을 읽을 때 '이런 묘사 굳이 넣을 필요 없지 않나?' 하면서 생략하지 말고 직접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읽었으면 하는 마음임
예전에 내가 아는 친구 두명이 노르웨이의 숲 읽었는데
묘사 다 읽고, 하루키 작품은 묘사 때문에 읽는 거라고 하던 친구는 줄거리 오래 기억하던데
묘사 거의 다 스킵하고 대사만 읽은 친구는 줄거리 흐릿하게 기억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다 읽고 나서 자기가 남는 게 없었다고 하더라
이건 애초에 문체가 90%인 하루키 작품을 묘사 스킵하고 읽은 그 친구가 문제이긴 한데..
그거 말고도 두 친구가 소설 읽을 때 감상평에 꽤 온도차가 심하던데
묘사 읽는 친구는 나름대로 자기가 느낀 감상이 있고, 그걸 나한테 설명하기도 하는데
묘사 생략하는 얘는 줄거리 대충 요약하고 주인공이 왜 이랬는지, 왜 스토리 이렇게 진행시켰는지 따지면서 까는 데만 집중하더라고
가령 노르웨이의 숲 읽고 나한테
"남주는 왜 여주인공 힘든 거 알면서 적극적으로 안 도와주냐? 물론 현실적으로 보면 그게 정상이긴 한데, 그냥 뭐랄까.. 마음에 안 든다 이거지. 왜 소설에서까지 이렇게 현실적일 필요가 있냐 싶지."
대충 이런 식으로 말했는데
개인적으론 묘사를 다 읽고, 그 흐름과 감정선을 다 받아들이면서 대사를 읽었다면 저런 감상평은 안 나오지 않았을 텐데 싶음.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차갑고 가라앉으면서 지나치게 현실적인데, 현실적인 분위기에 작품에 왜 현실적이냐고 하는 건 많이 이상하잖아(물론 마지막에 아줌마랑 야스하는 건 비현실적임)
이건 좀 극단적인 비유지만, 마블 영화를 나무위키에 요약된 줄거리만 보고 스토리 까는 거나 다름 없는 거지
그래서 난 소설에 묘사가 중요하다고 보고, 독자가 묘사를 읽으면서 상황을 상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함
쓰다 보니까 ㅈㄴ 길어졌는데, 한 줄로 요약하면 그럼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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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합니다 - dc App
마지막 야스가 진또배기인 것을... 무리한 장면처럼 비춰지지만 사실 레이코가 세상에 나와 그만의 생명력으로 회복해갈 거라는 것, 와타나베는 역시 레이코 말처럼 마음 먹으면 타인과 연결되고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 생각. 그냥 사람대 사람으로 진한 유대감 같은 것일지도 모르고. 그리고 어디로 갈지도 모르면서 각자 헤어지는 다음 장면까지 난 너무 맘에 듬. 그나저나 글 공감하며 읽었음! 책 읽고픈 마음이 다시 끓어오르네 땡큐!
ㅇㅈ.. 소설을 마무리 짓고 미래의 방향을 암시하는 의미있는 야스였음
오.. 솔직히 읽으면서 그런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해석하고 나니까 다시 그 장면 읽어보고 싶다 - dc App
내가 보기렌 당사자가 되어서 직접적으로 경험 혹은 체험을 한다 라는 느낌을 주는 건 게임이 책에 비해서 훨씬 ㅅㅌㅊ라고 보는데 다만 책이 지닌 강점은 글쓴이의 섬세한 묘사와 내가 가진 상상력이 어우러져서 나만 아는, 나만 볼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영화 하나를 뽑아 낸다는게 책만이 가진 강점, 그리고 다른 매체에서는 얻어낼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함
ㄹㅇ같은 글을 읽고 독자마다 다른 상상의 세계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 묘미
이거 ㄹㅇ임. 야동보다 야설이 머릿속에 더 오래남음
맞음 드레곤 조교 강간마 스토리 아직도 생각남
게임도 1인칭 당사자가 가능한데 유일한 매체라구요???
쓰면서 생각 못했는데, 생각해보니까 게임도 소설처럼 체험이 되는 매체이긴 한듯. 다만 윗댓글 말처럼 소설은 독자가 직접 머릿속으로 한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하고, 내 개인적으론 게임이 플레이나 자극 위주라면 소설은 only 스토리니까, 그런 차이를 고려해서 내가 쓴 글 읽어줬으면 함 - dc App
물론 소설이 당사자가 체험 가능한 유일한 매체란 건 아님 그건 내가 게임을 깜박함 ㅎㅎ; - dc App
라스트 오브 어스1 같은 시네마틱 게임들이 있지 스토리 위주의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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