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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편집자도 사람이야, 사람!

수필/에세이까지 도입부 만들어가며 리뷰 쓰자니 너무 창의력 갉아먹는 것 같아서 앞으로 도입부 나올 정도 아니면 그냥 한줄요약만 쓰려고.

어쨌든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에서 짧게 다룬 편집자 얘기에서 이 책을 인용했다. 상당히 흥미가 생긴 김에 전자책으로 구매했는데, 앞으로 하나 더 살 '난생처음 내 책'까지 사면 저자, 독자, 편집자의 입장에서 쓴 수필/에세이를 각각 한 권씩 구비하는 셈이다. 어쨌건 3시간 만에 완독할 정도로(248페이지) 쉽고 재밌고, 또 알차고 안쓰럽고......

거창한 내용은 없다. 자기가 어쩌다 편집자 일을 하게 됐고, 출판회사가 어떤지도 얘기해주고, 특히 작은 회사는 어떻게 굴러가는지, 편집자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어떻게 치이고 사는지, 어떤 고충들이 있는지...... 수많은 고통과 고난 끝에 아주 미약한 보상(?)은 뭐가 있는지. 그리고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와 그 과정까지. 짧은 이야기들이 구성지게 모여 있어서 언제든 끊어 읽을 수 있고, 현직 종사자의 입을 통했기 때문에 생생한 건 덤이다.

다만 내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편집자에 대해 생각했던 이미지는 이러했다.

1. 작가와 아주 절친한 파트너 관계
2. 작가를 쪼고 독촉하고, 작가가 을, 편집자가 갑인 관계
3. 편집자가 과감히 작가에게 의견을 개진하고 작가와 협의를 통해 작품을 수정하고......
4. 기타 등등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내가 가진 이미지의 대부분은 일본 출판업계에서 만화가-편집자의 관계에서 나왔다는 걸 깨달았고(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처량하고 불쌍한 직업이 한국의 편집자란 것이다.

책 제목의 책갈피는 편집자를 비유한 말인데, 말 그대로 책장(갑) 사이에 납작하게 낀 처지가 바로 편집자(을)이기 때문이었다. 작가가 원고를 안 줘... 독자가 진상을 부려... 디자이너의 마감이 늦어... 인쇄 불량이야... 건강은 박살나... 휴일에도 전화가 와... 만들고 싶은 책보다 팔릴 책을 만들어야 해...... 그냥 읽다보면 '아, 낭만은 거진 없고 열악한 환경의 감정노동 직장인이구나'라고 자연히 생각하게 된다. 책 한 권을 위해 만든 폴더와 그 파일들 목록을 보면 정신 나갈 것 같은 기분은 덤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악덕 출판회사의 사정이었는데, 첫 월급이 80만원인데 이것도 퇴직금을 날치기로 빼고(추가로 쌓이는 게 아니라 기존 월급에서 뺌), 연봉도 최저로 맞추고, 일은 일대로 막차 때까지 야근에...... 그 다음 야심차게 출판직 종사자들을 위해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 복지를 내세운 회사도 그를 감당하기 위한 살인적인 업무량, 쌓여가는 적자, 그 끝에 결국 사람들이 이직을 하게 되는.......

부제로 "편집자에게 낭만은 없다. 야근과 병치레만 있을 뿐."를 달아도 될만큼 248페이지 대부분이 편집자의 고생으로 방점을 찍는다. 한때 잠깐이나마 편집자의 일을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이걸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현실적인 공포 수준이다. 물론 싫은 소리로만 가득한 건 아니고, 아주 약간의 낭만, 보람, 행복이 있긴 하다. 그마저도 고생길에 비하면 말 그대로 사직서만 안 낼 수준이다.

여러모로 편집자의 기분을 알기엔 최적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고생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 언젠가 편집자와 일하게 되는 날이 있다면 나라도 덜 고생시키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여기 적힌 썰 중에 원고도 안 준 주제에 전화 안 준다고 관심 식었다 뭐라 해놓고 반 년 넘게 원고 안 준 작가는...... 너무 놀라워서 말도 안 나온다.

책이 어떻게 나오는지, 그 과정과 거기에 핵심 축이자 제일 많이 치이는 편집자가 어떨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여러모로 희망차거나 밝은 얘기는 아니다ㅎ 출판시장이 좀 커지면 나을까 싶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