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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을 타고 갔다. 정오가 되자 일행은 산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니마스 봉오리 아래서 야생 라벤더와 비누나무 사이를 뚫고갔다. 저 높이 요새의 바위틈에서 독수리가 날아올라 아래 말탄 이들의 열을 그림자로 가로질렀고 사람들은 새를 찾기 위해 티끌 없이 박한 푸른 공허를 올려다 보았다. 피뇬 잣나무와 작은 참나무들을 지나 골짜기의 높다란 침엽수림을 뚫고갔고 산 사이를 넘어갔다.


저물녘에는 북쪽의 온 땅이 내려다보이는 메사 위에 도착했다. 서쪽의 해가 번제로 타는 그 앞에서 박쥐들이 기둥을 이루어 날아 오르고 있었다. 북쪽 세상의 진동하는 경계를 따라 공허속에서 먼지구름이 일어나 마치 멀리서 군대가 행군하며 일으킨 것처럼 보였다. 길고 푸른 해어름 밑 산맥의 날선 음영이 방습지가 구겨진 것 같이 펼처져 있었고 중거리의 건호가 달의 바다라도 되는 양 바닥에 말라붙은 결정을 반딱였으며 황혼 속에서 북쪽을 향하는 사슴 때가 사막 바닥과 같은 색깔을 띈 늑대들에게 쫓기며 평원 위에서 내달렸다.


글랜턴은 말을 세웠고 오랫동안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반석 위로 드문드문 자라난 건초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은 기록에 없을 옛 격전이 행성에 남긴 창과 마삭의 오랜 메아리로 보였다. 하늘이 기우는듯 했으며 급작스럽게 찾아온 밤에 작은 회색새들이 달아난 해를 좇으며 조용히 지저귀었다. 그는 말의 턱을 쓰다듬었다. 글랜턴과 일행들은 의문스러운 어둠의 폐허 속으로 건너갔다. 그날 밤 패거리는 바위산의 애추에 붙은 평지에서 야영했으며 살인이 일어난 것은 그곳에서였다.


백인 잭슨은 야노스에서 과음한 탓에 이틀동안 숙취로 벌건 눈에 초췌한 몰골로 산 속에서 말을 몰았었다. 이제는 헝크러진 차림새로 불가에 부츠를 벗어둔채 유리병에 담긴 아과르디엔테를 마시고 있었음에, 동료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고 사람들은 늑대의 울음소리와 밤의 성역에 둘러쌓여 있었다. 백인 잭슨은 앉아 있는 곳에 흑인이 다가와 불가에 자기 말의 안장깔깨를 던졌고 위에 앉아 담배 파이프에 불을 붙이려 했다.


야영지에 타오르는 불은 두 곳이 있었으며 누가 어떤 모닥불을 써야하는 지에 대한 규칙이나 불문율 따위는 없었다. 하나 백인은 건너편의 불에서 델라웨어 출신들과 존 맥길과 신입들이 저녁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고 이내 몸짓과 저속한 맹새로 흑인을 쫓아내려 했다.


여기서 인간의 결정을 넘어서는 모든 언약들은 조약한 것이였다. 흑인은 담뱃대에서 시선을 올렸다. 불가를 둘러싼 사람들의 눈은 해골 속에 박힌 달궈진 석탄같이 타오르고 있었거나 아니면 타오르고 있지 않았음에도, 흑인의 눈은 지나간 것들과 올 것들을 벌거벗고 사나운 밤의 유랑으로 통하는 구멍과 같았다.


패거리의 일원이라면 원하는 곳에 앉을 수 있다, 흑인이 말했다.


백인이 머리를 흔들었다, 한쪽 눈은 반쯤 감기고, 입술이 엇닫힌 채. 잭슨의 권총집은 허리띠와 함께 땅에 떨어져 있었다. 백인은 손을 뻗어 육혈포를 꺼냈고 장전했다. 남자 넷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섰다.


쏠 작정이냐? 흑인이 말했다.


까만 몸뚱아리를 불가에서 치우지 않으면 이곳이 네 묘지가 될테다.


흑인 잭슨은 글랜턴이 앉아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글랜턴은 보고 있었다. 흑인은 입에 파이프를 문 뒤에 일어났고 깔개를 주워 팔에 걸쳤다.


말을 바꿀 생각은 없겠지?


신의 심판처럼 바꿀수가 없지.


흑인은 다시끔 불꽃 너머로 글랜턴을 처다봤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백인은 총의 공이를 밀었고 제 앞의 땅 위에 내려놓았다. 두 명이 불가로 돌아와 불안한듯 서 있었다. 잭슨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한 손은 허벅지 위에 올린 채 무릎 위에 펼친 다른 쪽 손에는 검고 작은 시갈리요를 끼우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 있었던 남자는 토빈이였으며 의식에 사용되는 도구마냥 보위나이프를 양손에 받쳐든 흑인이 어둠속에서 걸어나오자 토빈은 일어서기 시작했다. 백인은 덜깬 눈으로 올려다 보았고 흑인은 앞으로 발을 딛으며 한번 휘둘러 머리를 쓸어냈다.


검은 피로 된 굵은 줄 두개와 얇은 줄 두개가 목의 밑동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솟아났고 쉬익대는 울음소리를 내며 불에 빨려 들어갔다. 머리는 왼쪽으로 굴러 놀란 눈을 크게 뜬 채 성직자의 발치에서 멈췄다. 토빈은 몸서리를 치며 발을 치웠고 일어나 뒷걸음질을 쳤다. 불이 증기를 뿜고 어두워지며 회색 연기를 구름처럼 뿜어냈고 기둥의 포물선은 서서히 잦아들더니 결국 목에서 스튜처럼 끓어오르는 잔잔한 기포가 되었고 얼마 후 이 또한 멈췄다. 백인은 머리를 잃은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 피로 흠뻑 젖어, 아직도 손가락에 시갈리요를 끼우고선, 제 목숨이 사라진 어둠과 불 속 연기의 석굴사원을 향해 몸을 기울인 채로.


글랜턴은 일어났다. 사람들은 비켜섰다. 말을 하는 이는 없었다. 패거리가 새벽에 출발했을 때도 목 없는 남자는 면벽수도승 마냥 죽었던 그대로 재와 의복만을 지닌채 앉아있었다.


총은 누군가가 가져갔지만 장화는 벗어둔 곳에 그대로 남았다. 패거리는 계속 타고 갔다. 이들이 아파치족과 맞닥들였던 것은 평원에 들어선지 한 시간이 채 안되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