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너머에는 막대한 증오를 부르는 판사가 앉아 있었다. 반라로, 수첩에 뭔가를 긁적이며. 패거리가 지나왔던 가시숲에선 작은 사막 늑대들이 짖어댔고 그들 앞의 마른 초원에서 다른 녀석이 답했으며 바람은 글랜턴이 바라보고 있던 석탄에 불을 지폈다. 붉게 발광하는 성긴 껍데기의 바구니 속에서 선인장의 심이 바다 깊이의 형광빛 어둠에 불붙은 해삼처럼 꿈틀거렸다. 우리 안의 백치는 빛에 이끌려 쉬지 않고 불을 바라보았다. 글랜턴은 고개를 들자 모닥불 건너에서 소년이, 담요속에 앉아 판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틀 후 그들은 가르시아 대령이 이끄는 꾀죄죄한 군인들의 군단과 마주첬다. 이들은 소노라 주도에서 온 부대로서 파블로가 이끄는 아파치 마적단을 추격하고 있었으며 그 수가 백에 달했다. 군인들중 몇은 모자가, 몇은 바지가 없었고 누구는 외투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으며 버려진 무기로 무장하여 오래된 화승총, 영국제 머스켓, 활이나 화살 또는 적의 목을 조를 수 있는 밧줄 외에는 무엇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글랜턴과 부하들은 이들을 무언의 경외를 담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멕시코인들은 담배를 구걸하기 위해 손을 내민채 그들 옆을 지나쳤으며 글랜턴은 대령과 기본적인 인사를 교환하고선 성가신 군인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이들은 낮선 땅에서 온 사람들이였고, 남방의 고향에서 떨어져 저기 동쪽 어딘가에 있는 자기네들의 사지로 향하고 있었으며 땅과 그 위에서 지나쳐갈 거류객들은 모두 낮설어 보급이나 다른 물질성은 불확실했다. 이 느낌은 글랜턴이 부대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기 전에 패거리의 모든 이들에게 전해졌음으로 사람들은 길을 텄고 말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으며 심지어 판사조차도 이 조우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패거리는 월광에 빛바랜 식물의 사체들이 차고 하얗게 부스러져, 달무리 위에 걸친 가짜 달들이 각자 허연 자개색 바다를 지니고 있는 어둠 속으로 말을 몰았다. 그들은 이제 마른 퇴적층 단면에 와류의 흔적이 새겨진 강바닥 위에 숙영지를 지었으니, 불이 피어오르며 개와 백치와 몇몇 다른 이들의 동공이 눈두덩 속에서 석탄처럼 붉게 빛났다. 불꽃이 바람에 휘날렸고 장작은 뱃거죽이 찢어진채 맥동하는 생명처럼, 하얗게 식었다 검게 달아올랐고 다시 하애졌고 사람들은 불, 안속의 무언가와 동질이기에 불이 없이는 덜하게 될 것이오 근원과 갈라지게 되어 영영 추방될 불을 바라보았다. 각개의 불은 하나의 불이니, 최초의 불이며 마지막으로 타오를 불이다. 판사가 서서히 일어나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졌고 누군가가 성직자에게 달이 두개이던 시절이 있었단 말이 사실이냐고 묻자 성직자는 가짜 달을 올려다 보더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하나 전능하시고 지혜로우신 주님께서 지구에서 광기가 창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엄지를 적시샤 심연속에서 두번째 달을 끄집어 집어 멸하셨으리. 그리고 새들이 어둠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다른 방법 또한 고안하셨으리라.
다음 질문은 저 공허속에 떠다니는 화성 또는 다른 행성에 우리와 같은 인간이나 다른 피조물들이 살고 있는가였고 불가로 돌아온 판사는 반나체로 땀을 흘리며 그런 행성은 없으며 이 우주에는 지구를 제외한 다른 어느 곳에도 인간은 없다고 말했다. 판사가 말하자 모두가, 판사를 보기 위해 몸을 튼 사람과 그러지 아니한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들었다.
진리란, 판사가 말했다, 모든 것이 가능하단 거야. 자네들은 출생의 때부터 세계의 기묘함을 보아왔고 때문에 피를 흘리지 않았는가, 이는 그러하기에 그리 보이는 것으로, 약장수의 모자 마술, 열병의 악몽, 뿌리가 없으며 비유를 들 수 없는 키메라들이 꿈틀대는 환각, 사순절의 순회 서커스, 유랑 극단의 천막, 즉 최후의 목적지가 몇은 구덩이 속이고 나머지는 진흙탕의 밑바닥인 것들이라 파국적이며 표현할 수가 없어 이해를 초월함세.
우주는 일편적이지 아니하며 법칙은 여러 주체들에게서 반복된다는 정의에 있어서 어떠한 기준선에도 얽메이지 아니한다. 이 세계에만 해도 우리의 지식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그렇지 않은 것들보다 더 많으며 너희가 생각하는 창조의 법칙은 너희가 그 자리에 둔 것일 뿐이오, 미로의 실타래처럼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어낸 것들이지. 존재하는 것에는 사람의 마음이 이해할 수 없는 저만의 법칙이 있으며, 마음 그 자체도 법칙의 또다른 요인일 뿐일세.
브라운이 불에 침을 뱉었다. 저 놈의 장광설에는 끝이 없어, 그가 말했다.
판사가 웃었다. 그는 가슴에 손바닥을 올리더니 밤공기를 들이 마쉬었고 가까이 다가와 쭈그려 앉은 뒤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을 뒤집자 손가락 사이에 금화가 있었다.
동전은 어디에 있을까, 데이비?
어디서 꺼낼지 맞춰보지.
판사는 손을 휘둘렀고 동전은 머리 위에서 화광을 반사했다. 분명 말총같은 얇은 줄에 묶여 있었을 터인데 동전이 불 주변을 돌더니 되돌아왔던 까닭으로 판사는 동전을 낚아챘고 미소를 지었다.
공전하는 물체의 궤적은 매인 줄의 길이에 따라 결정된다, 판사가 말했다.
달, 금전, 인간. 그는 주먹에서 무언가를 연속적으로 뽑아내는 손짓을 했다. 동전을 잘봐, 데이비, 판사가 말했다.
동전이 날았고 동전은 화염을 뚫고 저기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사람들은 동전이 날아간 어둠 속을 바라보았으며 다시 판사를 보았고 모두가 목격자였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동전, 동전이라고 판사가 속삭였다. 그는 곧게 선채 손을 치켜들었고 미소 띈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밤에서 돌아온 동전은 불을 건너 얕고 높은 소리를 튕기며 날아왔고 비어있던 판사의 손에는 동전이 생겨났다.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나자 금전이 들려 있었다. 그럼에도 몇은 판사가 동전을 던진 뒤 손바닥에 숨겨놨던 똑같은 동전을 꺼낸 것이며 소리는 혀로 낸 것이라고 주장한 즉 놈은 교활한 말라바리스타라고 했으며 판사 본인 또한 동전을 집어 넣으면서 모두가 알듯이 동전과 가짜 동전이 있다고 말을 했다.
아침이 되자 몇이 동전이 사라진 곳을 걸어다녔으나 행여 동전을 찾은이가 있었다 한들 자랑하는 이는 없었고 일출에는 모두가 말에 올라타 움직이고 있었다.
백치가 실린 마차는 후방에서 휘청거리며 끌려갔음에 글랜턴의 개는, 동물과 아이는 통하는 것이 있다는 진부한 직감에 이끌렸는지 마차 뒤에 붙어 달렸다. 그러나 글랜턴이 개를 불렀음에도 놈이 오지 않자 그는 대열의 후미에 따라붙어 몸을 숙이더니 말의 다리를 묶을 때 쓰는 밧줄로 놈을 사납게 채찍질했고 이내 개를 앞장세워 말을 타고 갔다.
사람들은 쇠사슬과 짐안장과 걸이개와 죽은 노새와 마차들과 맞닥드렸다. 껍질이 다 뜯어멱혀 뼈만큼이나 하얗게 풍화된 묘목들, 목재의 테두리를 따라 나무를 갉는 설치류의 소리. 이 지방에서 쇠는 녹슬지 아니하며 주석은 바래지 않는다. 죽은 소의 가죽 사이로 드러난 늑골의 뼈대는 원시적인 조각배가 뒤엎혀 정박할 곳 없는 공허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모래 사이서 튀어나와 있었고 핏기를 잃은 사람들은 한때 여행자들이 짓밟았을 말과 노새의 검게 건조된 형체 옆을 어색한 모양새로 지나갔다. 동물들은 끔찍한 고통에 목을 내뺀 그대로 갈사하여 이제 눈먼채 엉뚱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갈비 위에 검게 상한 가죽을 걸치고선 길쭉한 아가리를 벌려 끝없이 이어지는 태양들의 행렬을 따라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이들은 계속 타고 갔다.
그들은 광대한 건호 위를 지나갔으며 그 너머에선 사화산들이 거대한 곤충들의 집처럼 열을 이루어 서 있었다. 남쪽의 용암대지 위로는 부스러진 송이석들이 눈이 닿는 곳까지 깔려 있었다. 말발굽이 백사 위에 나선형의 자국을 남겼으며 들판에 철가루가 모여있는 것처럼 기묘한 대칭을 이루다 다시 솟아올라, 그 화성적인 땅 위에서 공명하더니 평지위로 퍼져나갔다. 마치 침전물들이 아직도 감각의 잔여를 품고 있는 듯이. 마치 기수들의 편승이 깊은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라 현실의 가장 과립된 지역에서조차 이해되기 힘든 것인양. 이들은 평지의 서쪽 경계에 위치한 구릉 위에서 마리코파족이 십자가형에 처한 아파치족 하나를 발견했다. 미라화된 시체는 조약한 나무십자에 매달려 그 아가리 속으로 벗긴 구멍을 벌리고 있었으며, 가죽과 뼈로 된 것이였음에 호수에서 일어난 화산재가 섞인 바람에 마모되어 가슴에 걸린 가죽조각 사이로 하얀 가지같은 뼈를 드러내 보였다. 패거리는 계속 타고 갔다.
* 가짜 달은 실재로 있는 현상임. 대기 중에 떠다니는 육각형의 얼음 결정에 달빛이 반사될 때 나타남
-판사가 전쟁을 말하다-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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