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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가 천문을 말하다- 에서 이어짐




말들은 낮선 땅 위에서 음울하게 터벅거렸고 둥근 대지는 발밑에서 돌아가며 이들을 품은 더 거대한 공허 속을 떠돈다. 이 땅의 무성적인 엄격함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기묘한 동등성을 유증받으며 티끌이나 거미나 돌이나 풀잎의 날로 하여끔 선행권을 주장할 수 없게 한다. 상기된 목록의 명확성이야 말로 앎을 배반하는 것이오, 이는 눈이란 전체에서 특징과 부분을 분간하는 기관이므로 더 밝거나 더 가려진 것이 없는 이 지형의 광학적 민주주의는 모든 선호를 엉뚱한 것으로 치부하게 하고 인간과 바위는 예상치 못한 유사성을 띈다.


패거리는 여러 날의 태양 아래서 마르고 여위었고 텅 비고 다 타버린 눈구멍은 빛을 두려워하는 몽유병자의 눈이였다. 모자 밑에 숨어든것이 어떤 터무니없는 규모의 죄인, 마치 태양에게 쫓기는 도망자들 같았다. 판사조차 조용해졌고 사색에 잠긴 듯 했다. 그는 소유로 주장된 것들에서 자신을 압류시키는 것에 대해 설파했으나 이 주장의 주체들은 이미 포기해 어떤 대꾸도 하지 않을 따름이였다. 그들은 계속 갔고, 바람과 함께 고운 회색 먼지가 불어와 회색 수염과 회색 인간, 회색 말의 군대로써 타고 갔다. 북쪽에 펄친 산맥의 치맛살이 태양을 마주보고 있었으며 낮은 차고 밤은 추웠고 일행들은 불가를 둘러싼 어둠의 동그라미 속의 제 그림자의 동그라미 위에 앉았고 백치는 빛의 경계에 걸친 우리 안에서 불을 바라보았다. 판사가 도끼의 등날로 사슴의 척추를 깨자 뜨거운 골수가 김을 풍기며 바위 위로 흘러 내렸다. 사람들은 판사를 바라보았다. 주제는 전쟁이였다.


성경에서는 칼로 흥한자는 칼로 망한다고 했어. 흑인이 말했다.


판사가 웃자 얼굴이 기름기로 반짝였다. 우리에게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나?


성경은 전쟁을 악으로 여기긴 하지만 잔인한 이야기도 많이 있지. 어빙이 말했다.


사람이 전쟁을 뭐라 생각하든 상관없네. 판사는 말했다. 전쟁은 계속되네, 사람이 바위를 뭐라 생각하든지간. 전쟁은 항상 있어 왔지. 사람이 있기 전에도, 전쟁은 기다리고 있었네. 최후의 참여자를 기다리는 최후의 노름일세.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걸세. 다른 방식이 아닌 이 방식으로.


판사는 중얼거리는 항변을 들었고 브라운을 바라봤다. 아, 데이비, 그가 말했다. 네 이야기기도 해. 예를 표하세. 서로와 서로를 인정합세.


내 거래?


그렇지.


내가 뭔 거래를 하는데?


전쟁. 전쟁이 너의 노름이지 않나?


넌 아니고?


내 일이기도 하지. 응당 그렇지.


네 공책과 표본들은 뭔데?


모든 것은 전쟁에 포함되네.


그래서 전쟁이 계속 된다?


아니. 젊은이가 전쟁을 즐기며 늙은이가 그들을 전쟁에 내보내기 때문에 계속되지. 그들이 참여하는 전쟁과, 참여하지 않는 전쟁에.


그건 네 생각이고.


판사가 웃었다. 인간은 놀기 위해 태어나네. 아이도 놀이가 일보다 고귀하단 걸 알고 있지. 아이도 놀이의 의미가 놀이 자체에 있는게 아니라, 위험 속에 던져진 가치에 있단걸 알아. 운에 달린 놀이가 의미를 지니려면 무언가를 걸어야 해. 육체의 놀이에는 서로의 힘과 기술이 작용하며 판돈은 승자의 영광과 패자의 치욕이면 충분한데, 놀이가 법칙의 가치를 내재하고 정의하기 때문임세. 하지만 운이나 가치의 재판은 결국 판돈이 놀이과 참가자, 모든것을 집어삼키는 전쟁으로 귀결되어.


두 사람이 목숨을 건 노름을 한다고 하자.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이가 있겠나? 카드가 뒤집히는 것. 도박꾼에게 온 우주는 이 순간만을 위에 재깍거리며 작동해 왔네, 저 자가 내 손에 죽을 것인가 내가 저 자의 손에 죽을 것인가.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더 명확한 증명이 있겠는가? 노름이 끝으로 치달을때 운명에 대해 이야기할 이유는 없어. 한 놈이 다른 놈 대신 선택받는 것은 절대적이고 불가역적이며, 무관한 제 삼자만이 그 거대함과 효력을 마음에 두지 않고 선택에 대해 깊이 평가할수 있어. 놀이가 패배자의 제거를 담보로 두고 있기 때문에 판결은 명료하네. 어떠한 카드의 조합을 들고 있는 사람은 그 때문에 존재를 박탈당함세. 이것이 전쟁의 본질이고 담보로 걸린 것이 곧 놀이이고 권한이고 정당성이다. 이렇게 보면 전쟁이야 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신탁일세. 그것은 의지와 다른 한 의지, 그들을 묶고 선택을 강요하는 더 거대한 의지의 재판이야. 전쟁은 마침내 존재의 통일을 강제하는 궁극의 놀이일세. 전쟁은 신이다.


브라운은 판사를 관찰했다. 미쳤구나, 홀든. 드디어 미쳤어. 판사가 웃었다.



힘이 곧 정의인 것은 아냐. 어빙이 말했다. 전투에 이겼다고 정당성이 입증되는게 아니야.


도덕은 인간의 발명품이고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기 위해 꾸머낸 걸세. 역사가 흐름에 따라 법은 매번 그 방향을 바꾸지. 도덕적인 판결은 어떤 궁극적 시험을 통해서도 옳음이나 그름을 증명할수 없어. 그렇기에 결투에서 패배해 쓰러지는 남자의 견해는 오류가 있다고 입증된 것이 아니야. 그가 그 결투에 참여했다는 바로 그 사실이 새롭고 더 큰 견해의 실마리가 됨세. 법칙들이 사소함을 이유로 더 이상의 논쟁을 허락치 않는 것, 그리고선 역사의 절대적인 판결대에 청원함은 작은 순간들이 어떻게 또 하나의 의견이 되는지와 거대한 순간들도 편차가 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지. 그 논쟁들은 물론 아주 사소하지만, 그 때문에 명확히 드러난 개별의 의지들은 그렇지 않네. 인간의 허영심은 무한에 치달을 수 있으나 그의 지식은 불완전할 뿐이고, 그가 그의 판단을 얼마나 중요시하든 그는 반드시 상급의 판결에 굴복해야만 하네. 이곳에서 특혜는 없어. 이곳에선 형평성과 공정함과 윤리는 공허해지고 그 권한을 빼앗기며 피의자의 견해는 무시당함세. 생과 사의, 무엇이 없어질 것이고 무엇이 남을 건지에 대한 판결 앞에선 어떠한 정의와 권리를 들먹이는 이의도 무로 되돌아가네. 이 규모에서의 판단은 더 작은 판단들을 도덕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자연적으로 포함함세.


판사는 둘러 앉은 이들 중에서 이의가 있는 자를 찾았다. 하나 성직자는 뭐라 할까? 판사가 말했다.


토빈은 고개를 들었다. 성직자는 말이 없다.


성직자는 말이 없다. 판사가 말했다. Nihil dicit. 하나 성직자는 이미 답했네. 목사복을 벗어 내려놓고, 모든 이가 존중하는 더 위대한 신명의 도구를 들었어. 성직자는 이제 신을 섬기는 자가 아닌 신이야.


토빈은 고개를 저었다. 불경죄다, 홀든. 그리고 난 목사였던 적도 없고 그저 일을 배웠을 뿐이야.


직인 사제였든 견습 사제였든. 판사가 말했다. 신과 전쟁을 섬기는 사람 사이에는 이상한 인력이 있다니까.


네 말을 되풀이 하진 않겠네. 토빈이 말했다. 그만 물어.


토빈, 판사가 말했다. 네가 여태 주지 않은 걸 요구하진 않아.


그 다음날은 멜파이스를 도보로 횡단하였기에, 마른 피웅덩이처럼 검붉게 말라붙은 굳은 용암이 마구 갈라진 땅 위에서 말을 끌었으며, 악지 위로 쏟겨 나온 유령 군단의 잔해같은 어두운 호박질 결정 사이를 피해 발을 딛었고, 작은 수레를 어깨에 짊어진 채 능선과 균열을 건넜고, 그 동안 백치는 병신들이 제 가운데서 선출한 수상하고 무능한 신처럼 창살을 붙잡고선 태양을 따라 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일행은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땅 위에 접어들어 굳은 용암과 지옥의 밑바닥에 있을법한 질량 없는 화산재 위를 지나갔으니 맨 화강암 언덕의 낮은 등선을 타고 올라갔으며 깎아지르는 절벽 앞에서 판사는, 확인 가능한 지형물들을 이용해 삼각측량을 했고, 새로운 경로를 짚어내었다.


자갈로 덮힌 평탄지가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었다. 저 멀리 남쪽 검은 오름들 뒤에 홀로 새하얀 봉우리, 아마 모래나 석회로 덮혔을 능선이 솟아 있었고 검은 군도 사이에서 허연 바다괴수가 솟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패거리는 계속 타고 갔다.


일행은 하루만에 저수지에 도착했으며 못자리를 찾아서 물을 마신 뒤 높은 못에서 말라있는 낮은 못으로 물을 퍼내어 말들이 마실수 있도록 하였다. 사막의 모든 물가에서는 뼈들을 찾아볼 수 있으나 그날 저녁 판사가 가지고 온 것은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것이였다, 판사는 풍화된 절벽에서 오래 전에 멸종했던 괴수의 거대한 대퇴골을 찾아낸뒤 가지고 다니던 줄자로 수치를 재 일지에다 기록하고 있었다. 신입이 아닌 모든 일행들은 판사가 고고학을 강의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으며 이들은 바닥에 앉은채 자신들이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 질문들을 던졌다. 이에 판사는 주의깊게 답하였으니, 질문을 되풀이해 뜻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마치 학자가 수제자를 대하는 것과 같았다. 사람들은 멍청히 고개를 끄덕였고 판사가 방금 말한 것의 광대함을 일시적으로나마 느껴보기 위해 석화된 뼈의 얼룩진 기둥을 쓰다듬었다. 백치의 주인은 놈을 우리에서 꺼내어 이빨로 끊을수 없게 말총으로 땋은 밧줄을 목에 둘렀고 줄에 묶인 백치는 화염을 그리워하기라도 하는 듯이 모닥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글랜턴의 개는 앉아서 놈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백치는 몸을 흔들고 침을 흘렸고 탁한 눈동자를 불빛에 잘못 밝히고 있었다. 판사는 대퇴골과 주변에 널린 뼈들의 발생학적인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뼈를 수직으로 들었고, 뼈를 모래위로 덜구더니, 수첩을 닫았다.


이제 수수께끼는 없다. 그는 말했다.


신입들은 눈을 껌벅였다.


자네들의 마음은 수수께끼가 남아있길 바랄테지. 수수께끼수수께끼가 없다는 것일세.


판사는 일어나 불 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래, 성직자가 식은 담뱃대를 이빨에 물린채 말하였다. 이제 수수께끼는 없을테지. 제가 수수께끼가 아닌 것처럼, 늙다리 약팔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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