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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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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700p 정도 돼서 읽는 데 한 달쯤 걸리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탄력이 붙으니 의외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 작품이야.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려 있던 부분(2대 조상훈이가 가문 족보 편찬 사업에 딴죽을 걸자 1대 조의관이 이때다 싶어 평소에 고깝게 보던 아들을 사정없이 털어버리는 장면)을 읽어본 적이 있어 읽기 전부터 내심 기대가 됐지.


1930년대에 나온 작품이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입체적이라는 점이 놀라웠어. 1대 조의관은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꼰대 영감탱이고 후처인 수원집 치마폭에서 놀아나는 장면 등을 통해서 전형적인 '영락한 구세대'의 면모를 보여주지.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산을 배분받을 권리가 있는 이들  중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자기 몫을 챙겨주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해.


2대 조상훈이는 작품 속에서 가장 밉살스럽고 위선적인 인간이야. 그렇지만 작가는 '몰락하는 도중'에 있는 아버지를 이해해보려고 하는 덕기의 상념을 통해 최소한의 쉴드를 쳐줌과 동시에 입체적인 면모를 부여하지. 물론 이런다고 후반부 가서 상훈이가 하는 짓이 상찌질스럽다는 게 변하는 건 아니지만...


3대 조덕기는 갈림길 앞에 서 있는 사람이야. 할아버지처럼 가문과 금고를 지키는 데 평생을 바칠 수도 없고 아버지처럼 타락할 위인도 못 돼. 교토제대에서 학업을 마칠 것인지 할아버지의 소원처럼 다 작파해버리고 금고지기로 살 것인지, 필순이에게 베푸는 호의에 은근히 흑심을 품고 있는 건 아닌지 등의 문제로 시종일관 끊임없이 고민하지.


과도기를 살아가는 군상들의 다양한 면모를 설득력 있게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어. 작가의 다른 단편들도 읽어보고 싶네. 《삼대》의 후속작 격인 《무화과》는 분량이 본작보다 더 두껍다고 해서 아직 읽을 엄두가 안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