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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사랑 중부유럽사에 대한 지식을 일찍이 갖추고 있었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임.
일단 이 책 내내 쿤데라는 소설사를 뒤바꾼 위대한 소설들의 업적을 열거하면서
소설이라면 꼭 해야할 의무사항을 은연중 드러내는데, 그것은 시대가 내놓은 선해석적 <커튼>을 찢어버리는 것.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그동안 우리가 살며시 눈 감아온, 혹은 새로운 시대의 반향이 된(될) 실존적 증거를 찾는 것.
그리하여 역사가가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가라앉은' 역사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쿤데라가 말하고픈 전체적인 핵심 주제가 아닐까 싶음.
또한 쿤데라는 소설을 하나의 독자적인 예술 분야로 간주하는데, 그것이 연대기적 순서로 해체된 드라마 각본이나 연극이 되는 순간
소설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잃는다는 그의 통찰은 가히 대단함.
그밖에도 비개연적인 틀 안에서 계속 개연성의 사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여러 현대소설에 관한 설명(대부분 카프카)이라든가
도덕적 원칙을 세우지 않고 오로지 상황들마다의 핵심적 정수, 본질만을 보여주려고 했던 플로베르의 노력에 대한 찬미라든가
농담과 저속성과 비극에 관한 통찰, 작은 콘텍스트(자국 문학의 흐름) / 커다란 콘텍스트 (세계 문학의 흐름) 간의 대조 설명,
왜 개개인의 망각으로 인해 '소설'이 서로 각기 다른 주체적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는지 등등
소설의 역사와 더불어 소설의 의미, 존재 이유(위대한 소설에 한하여), 반항 의식을 개괄하고 탐구한 책으로서
쿤데라가 원체 그렇듯 문체도 아주 깔끔함. 그러니 그의 소설론이 궁금하다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
그간 <참존가> <농담> <불멸>. 이것들 다 읽어서 쿤데라는 익절하려고 타이밍 쟀는데
이번 작 <커튼>은 특히나 감명깊게 읽어서 <소설의 기술>도 살까 고민 중임.
아무튼 이것으로 리뷰는 끝.
소설의 기술도 좋지 자기 작품들 얘기도 많고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