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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으로 하루키 작품 좋아한다고 하지만

까놓고 말해 여태까지 하루키 작품 읽어본 게 얼마 없어서

이번 기회에 하루키 작품 더 읽어봐야지~ 하면서

사람들한테 평가 좋은 태엽 감는 새 연대기 읽어봤는데
참.. 뭐라고 해야 할지

1, 2권까지는 그럭저럭 무난하고 재밌게 읽었음

아내가 사라진 이유가 다른 게 아니라 바람이었다던가(물론 나중에 아니라고 하지만)

한명도 아니고 두명 이야기 들어주느라 분량 다 잡아먹는다던가

갑자기 뜬금포로 우물 들어가서 우물에 있는 것만 수십 페이지를 끌고 간다던가

이거 좀 뇌절 아닌가..? 싶은 순간이 여럿 있긴 했는데

하루키 작품이 원래 이런 맛이지 뭐~ 라고 생각하면서 읽어서 그런지 크게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았음

근데 2권 막바지에 주인공이 크레타 따라가지 않고 섬에 남는 건 좋은데

갑자기 개뜬금포로 수영장에서 환상 보는 건 뭐지..? 싶었음

거기다가 우리들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는 식으로 끝나서

대체 3권에서 어떻게 되는 거지 하고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읽었는데

1, 2권에 비하면 3권은.. 내 문제일 수도 있긴 한데 이상하게 몰입이 안 됐음

1, 2권은 천천히, 주인공 시점에서 정말 잔잔하게, 남의 이야기 2~3시간이나 들어줄 만큼 느릿하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시점이 미친듯이 바뀌고, 시간 배열도 뒤죽박죽이고, 거기다 갑자기 급전개를 때려버리니까

1, 2권하고 온도차 때문에 도저히 내 뇌가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함

가령 3권의 내용을 1, 2권식으로 전개하면

우물 있는 그 집을 얻고 싶어! ->근데 돈이 없네?->넛메그랑 알게된 덕에 어떻게든 얻었다! ->그러더니만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네?

이런 식이면

실제 3권은

언론에서 그 집에 관심있어 한다는 걸 보여줌 -> 가사하라 메이 편지 보여줌 -> 누군지 모르는 남자애 과거 나옴 -> 갑자기 주인공이 그 집을 얻었다고 나옴(얻게 된 과정은 나중에 보여줌) -> 또 시점 전환해서 딴이야기함

3권 절반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니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음

거기다가 위에서도 말했지만

전개 속도가 1, 2권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너무 빨라서

도저히 문체 읽는 맛이 느껴지지 않았음

그나마 내가 여태까지 읽었던 하루키 작품에 비하면 상징이나 몽환적인 무언가가 비교적 해석하기 쉽게 나오는 편이긴 한데..

문제는 그것도 지나치게, 정말 너무 벅찰 만큼 많이 나와서 이해하기 힘든 걸 넘어 작위적이다라는 느낌까지 받음

당장 기억나는 것만 적어도

어둠, 우물, 태엽감는 새, 호텔, 무언가 이끌어내는 힘, 미래예지 같은 어떤 힘, 정신의 창부, 야구방망이 등등

한두 개도 아니고 지나치게 많으니까 읽는 동안에 전혀 이해가 안 됐음

분량 훨씬 많은 1Q84도 이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암튼

지나치게 많은 상징+3권 급전개+1, 2권하고 다른 시간대 나열

이게 다 합쳐지니까 딱히 재밌게 읽지 못했고

나중가서는 그냥 반의무적인 마음으로 읽게 되었음..

아마 이건 내가 하루키 작품을 스토리보다 문체 때문에 읽어서 그런 거 같은데

3권은 급전개 때리다 보니 하루키의 장점인 문체가 끼어들 틈이 거의 없었음

편지 읽고, 과거사 보고, 기사 보고, 우물도 들어가고 하는데 담담하게 나무나 보면서 고양이 쓰다듬을 시간이 어딨겠음

그래서 오히려 난 동물원 학살 부분이 하루키의 차분하고 담담한 문체랑 잔인하고 끔직한 전쟁 분위기랑

뭔가.. 틈새라면을 차가운 냉면으로 먹는듯한 느낌으로 묘하게 잘 어울려서

그 부분은 정말 집중해서 읽었었음

그 외에 이야기에서 설명하지 않은 수많은, 진짜 엄청 많은 부분들이 있기는 한데..

그건 노르웨이 숲 빼고 모든 작품이 그랬었던 거 같아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몇가지 정리해서 나름대로 설명해준 것만으로 충분히 해소됨

쓰다 보니 길어졌는데 한줄 요약하면

개인적으론 3권 급발진 때문에 몰입이 안 됐음 ㅇㅇ..

읽느라 밤샜는데 이제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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