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1fa11d028314d3faebecfec25ed6aa779bc7957f3086bed98a9e7bfc4f0c95b23c23787a962cf578128bcb17f3936219a57475afb273f58f4



태양이 정오를 찍을 무렵 물이 바닥났고 둘은 주저앉아 벌거벗은 대지를 응시했다. 둘은 일어나 계속 갔다. 하늘에서 휘광이 쏟아졌다. 여행객들이 떨군 유기물 몇 개와 물결치는 모래 사이서 떠내려온 그들의 뼈다귀를 제외하면 따라갈 흔적은 없었다. 오후가 되자 땅이 점점 솟아올랐고 기다란 사구의 마루 위에서 판사가 이 마일 뒤에 있는 것이 보였다. 계속 갔다.


이 사막에선 샘물이 가까워질수록 사멸한 동물들의 주검이 늘어나는바 지금도 그러했으므로 우물들은 치명적인 무언가로 둘러싸여 있는 듯 싶었다. 여행자들은 뒤돌아보았다. 판사는 땅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앞에는 마차의 백화된 널판지가 흩어져 있었으며 더 멀리 노새와 숫소의 형체가 지속적인 사풍의 풍화에 의해 평직물만큼이나 매끈하게 갈려 있었다. 소년은 이 지역을 살펴보았고 백 야드 정도 뒷걸음을 쳐 모래 위에 찍힌 희미한 발자국을 내려다 보았다. 소년은 타고 내려온 자국이 남아있는 사구의 경사면을 쳐다보았고 무릎을 꿇더니 한 손을 바닥에 댄 채 규사의 작은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손을 떼자 밀려난 모래의 테두리가 남았고 눈 앞에서 서서히 무디어갔다.


성직자는 소년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왔으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소년은 무릎을 땅에 대고선 그가 앉았던 자리를 살펴보았다.


숨어야 해, 그가 말했다.


숨겠다고?


그래.


어디에 숨을건데?


여기. 여기에 숨자.


숨을 수 없어, 애야.


숨을 수 있어.


놈이 네 자취를 못 따라올 듯 싶으냐?


바람이 자취를 지우고 있어. 저기 내리막에서부터 사라져 있어.


사라졌다고?


영영.


성직자는 고개를 저었다.


가자, 계속 움직여야 해.


숨을 수 없어.


일어나.


성직자는 고개를 저었다. 애야, 그가 말했다.


일어나라고, 소년이 말했다.


가, 계속 가. 토빈은 손을 저었다.


그 녀석이 놈에게 말했었지.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너도 그렇게 말했잖아. 인간은 흙먼지로 빚어졌다고. 풍... 풍...


풍유.


풍유가 아니라고. 판사는 다른 모든 이들과 같이 인간일 뿐이라고.


그럼 맞서 싸워, 성직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싸워서 죽여.


놈은 장총이 있고 나는 권총밖에 없어. 장총 두자루. 일어나.


토빈은 일어났다. 자세가 불안정했으며 곧 소년에게 기댔다. 이들은 걸었다, 흩어지는 자취에서 꺾어나와 마차를 지나쳐서.


가까이서 뼈가 엉켜있는 데를 지나 마차끈에 묶인 노새 두마리가 죽어있는 곳에 도달했고 소년은 무릎을 꿇고선 널판으로 은신처를 파내기 시작했다, 이따끔식 동쪽을 쳐다보며. 둘은 포식한 들개들마냥 쉰 뼈의 냄새 속에 엎드렸고 판사가 도착하는 것을, 행여 도착한다면 판사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판사는 능선 위에 나타나 잠시 멈추더니, 침을 흘리는 수제자를 이끌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발치의 모래가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었고 마루가 정찰하기 꽤나 좋은 장소였을 터임에도 판사는 지형을 살펴보려 멈추지 않았으며 도망자들을 시야에서 놓치지도 않은 듯 했다. 그는 자락을 내려와 평지 위를 걷기 시작했고 앞세운 백치는 가죽끈에 묶여 있었다. 브라운이 들고 다니던 라이플 두정을 지니고 있었으며 가슴팍에 깡통 두개를 걸고 있었고 또 화약고깔과 병과 제 여행가방과 분명 브라운의 것이였던 화포천 배낭을 가지고 있었다. 더 기묘하게도 썩은 가죽 조각을 늑골 뼈대 위에 팽팽히 펼쳐 안장끈으로 고정시킨 양산을 들고 있었다. 손잡이는 알 수 없는 짐승의 앞다리였으며 다가오는 판사의 간소한 의복은 색종이 세례를 뒤집어 쓴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덩치에 맞추기 위해 가리가리 찢겨 있었다. 병적인 우산을 들고 끈을 잡아 당기는 백치에게 생가죽 목걸이를 채운 모습은 현장을 털 시민들의 분노에 쫓기어 약장수의 공연에서 도망쳐 나오는 몰락한 사업가처럼 보였다.


이들은 평지를 가로질러 갔고 소년은 모래구렁에 배를 붙이고 누워 노새 시체의 갈비뼈 사이로 그들을 지켜봤다. 자신의 발자취와 토빈이 모래 위로 되돌아온, 희미하고 무뎌지긴 했지만 자취는 자취인 발자국을 볼 수 있었고 소년은 판사를 보았고 또 발자국을 보았으며 사막 바닥 위로 모래가 이동하는 것을 들었다. 백 야드 밖에서 판사가 멈춰서더니 땅을 살폈다. 네발로 앉은 백치는 무슨 여우원숭이의 털 없는 아종처럼 줄에 기대었다. 녀석은 사냥에 쓰이는 동물마냥 머리를 흔들며 공기의 냄새를 맡았다. 모자는 잃어버린 것 같았고, 어쩌면 판사가 빼앗아갔을수도 있겠는데 새로 만든 거친 팜푸티 한짝을 신고 있었기 때문으로 이 신기하게 생긴 가죽신은 사막에 난파된 마차에서 뜯어온 삼배천으로 녀석의 발바닥에 묶여 있었다.


목줄을 찬 백치는 팔뚝을 가슴께에서 덜렁거리며, 앞으로 달음질을 하며 개구리처럼 울어댔고, 이들이 마차를 지나갔을 때 소년은 이들이 토빈과 그가 자취에서 벗어난 지점을 지나쳤단 것을 눈치챘다. 소년은 자취를 보았다. 모래 위를 되돌아가는 희미한 자국이 보이더니, 이제 사라졌다. 성직자는 옆에서 소년의 팔을 붙잡은 채 속삭이며 지나가는 판사를 향해 몸짓을 했고 바람에 사체의 가죽이 나부끼는 가운데 판사와 백치는 사장을 지나 시야에서 벗어났다. 소년은 권총의 공이를 눕혔다.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거다.


소년은 허리띠에 권총을 집어넣었고 무릎으로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이젠 뭘 할건데?


소년은 답하지 않았다.


놈은 다음 우물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다.


기다리게 해.


계곡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텐데.


그리고 뭘 하게.


행인을 기다리는 거지.


행인은 어디서 오는데? 나룻배도 없어.


계곡에 가면 도박이라도 할 수 있어.


토빈은 뼈 너머로 은신처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이 답하지 않자 그는 올려다 보았다.


가자고, 토빈이 말했다.


총알이 네발 남았어, 소년이 말했다.



그는 일어섰고 시체가 널부러진 땅을 둘러보았으며 성직자도 일어나 함께 두리번거렸다. 판사가 돌아오고 있었다.


소년은 욕을 하며 배를 땅에 깔았다. 성직자는 웅크렸다. 이들은 도마뱀마냥 턱을 모래에 올린채 진흙탕 속으로 기어들어갔고 판사가 그들 앞의 땅을 다시끔 가로지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놈은 끈에 묶인 어릿광대와 소지품들과 크고 검은 꽃처럼 바람에 눌린 양산을 가진채 황무지를 가로질렀고 다시끔 모래언덕의 경사면에 올랐다. 마루에서 판사가 뒤돌자 백치는 무릎을 꿇고 앉았고 그는 양산을 내린 뒤 아래를 향해 연설을 했다.


목사가 네놈을 여기까지 끌고 왔겠지. 너가 숨지 않으리란건 알고 있네. 암살자의 심장을 지니고 있지 않단 것을. 한 시간 안에 네 권총 앞을 두번 지나갔고 이제 세번째로 지나가겠다. 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거지?


암살자가 아니라, 판사가 고함을 쳤다. 파르티잔도 아니고. 네 심장의 직조에는 흠이 난 부분이 있어. 내가 눈치채지 못하리라 생각했나? 네놈만이 반기를 들었어. 영혼 구석에 야만인들에 대한 자비를 품고 있었지.


백치가 얼굴에 손을 갖다대더니 이상한 목소리로 투덜거렸고 도로 앉았다. 내가 브라운과 토드바인을 죽인 줄로 알았나? 너나 나처럼 살아있어. 제 선출로 하여끔 부여된 소유권에 의해 살아있다고. 이해하겠나? 목사에게 물어봐. 목사는 알고 있어. 목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


판사는 양산을 들어 껍데기를 조정했다. 어쩌면, 판사가 불렀다. 어쩌면 꿈에서 이 장소를 본적이 있을게야. 여기서 죽으리란 것을. 그는 사구를 내려왔고 줄에 묶인 백치를 따라 뼈무덤을 가로질렀으며 결국 낮의 아지랑이와 함께 반짝거리다 모두 사라졌다.




-바다-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