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창의성이 특정 소재 하나에만 국한되어 거기에 온 힘을 쏟고선 나머지를 진부하게 만들어버리는 깊이감의 문제라고 생각함.
그로 인해 삼류 작가의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뿐더러 초반부 등장하는 소재에 대한 신선함 덕분에 독자들은 부푼 기대감으로 작품을 들어가지만 이야기 중반부 정도 이르러서 상대적 진부함에 속았다는 배신감을 받아 매번 실망하게 되는 걸로 보임.

즉 언제나 새로운 현상관을 제시하지만 그것의 겉표면에만 표류하길 고집하는 붕 뜨는 서사성이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특징이라고 볼 수 있음. 절정으로 달려가기보다는 주변만 맴돌며 산책하는 내용이라는 것. 그러나 소설을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겐 그것은 무시할 수 있는 바탕이며 그래서 초심자들에게 먼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추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함.
나도 그의 소설 전부를 챙겨본 건 아니지만 <카산드라의 거울> <아버지들의 아버지> <나무> <뇌> <타나토노트> <파피용> <잠>을 읽은 독자로서 감히 평하는 것이니 독갤에서 베르나르가 까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함. 하지만 대중작가로서의 위상마저 깎아내리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