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1fa11d028314d3faebecfec25ed6aa779bc7956f308f5b2a3d91cae2a71446582b31fabb834330a6f8036893e8c9cbc2ed5b81ca8cb0ba9e1b9ea4fa156b516f89771c1aa8e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

김현은 문학과지성사를 설립한 4k(김병익, 김치수, 김주연, 김현) 중 한 명으로, 한국 근현대 문학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강준만의 <문학권력>에선 죽은 김현을 향한 과대한 추종을 문제 삼은 적도 있을 정도이니, 우리 문단에서 김현이 차지한 위치는 두말할 것도 없다.

<문학정신> 89년 9월호에서 김현, 정현종, 김지하 이렇게 3명을 4.19 세대의 문학적 상징으로 뽑았다. (정현종은 “사람들 사이에는 섬이 있다. 그곳에 가고 싶다.”를 쓴 시인이다.) 이들은 4.19가 있었던 1960년에 대학생이었던 세대이며, 서울대를 기반으로 한 문학 에콜을 형성하여 7, 80년대의 문학계를 지배하다시피 했다. 이러한 좆목질로 인해 다른 세대의 작가나 비 서울대권 작가들이 가려졌다는 평가도 있으나, 동시에 이들의 문학적 성과를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행복한 책읽기>는 당시 문학계의 중심에 있던 김현의 독서일기를 발췌한 것이다. 그는 일기조차 비평적이었다. 남에게 보여주지 않을 사적인 글이었음에도,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다. 이청준의 <비화밀교>를 소설가의 아픔을 잘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라고 비평하더니, <아리아리강강>은 상투적이고 진부하다며 가차없이 비판하기도 한다. 반대로, <태백산맥> 1부를 김원일과 박경리, 김주영에 못 미친다며 비판하다가도, 2, 3부에선 조정래의 필력을 칭찬하기도 한다.

김현의 솔직하고 공정한 비평은 선배 문인들을 다룰 때 더욱 두드러진다. 박경리, 최인훈, 김춘수, 김윤식 모두 김현보다 연배가 있는 문인들이지만,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들을 비평의 도마 위에 올린다.

한국 근현대 문학의 이모저모에 관심이 있는 독붕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김현은 소설, 시, 희곡, 평론, 국내 정치, 해외고전 심지어는 르몽드 지의 기사까지 정말 다양한 텍스트를 흡수하고 재구성한다. 단지 책읽기 뿐아니라, 이런저런 썰이 많아서 흥미롭기도 하다. 박남철 시인이 <벌레 이야기>는 자신을 희화화한 것이라며 이청준을 죽여버리겠다고 화를 내는 부분이나, 최인훈과 앞으로의 문학 세대를 예견하는 부분이 특히 재밌었다.

김주연 평론가는 <그리운 문학, 그리운 이름들>에서 김현을 ‘화려한 몸짓’이라 표현한다. 그와 대화한 내용이 다음날이면 신문에 실려 있었다고 한다. 김현은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화려한 날갯짓을 닮고 싶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