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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판타지/에셒 단편소설집이라 해도 좋았을 이영도 사색 모음집
단편집이라 도입부 쓰기 애매해서 한줄요약만 넣었다. SF소설집이라 해서 살짝 기대했다가 판타지도 섞여있어서 약간 미묘해졌다. 물론 둘의 구분도 애매하고 대부분이 에셒이니 에셒이라 분류해도 문제는 없다만, '나를 보는 눈'이나 'SINBIROUN 이야기'는 아무리 봐도 판타지잖냐...... 전사의 후예는 솔직히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고.
뭐 이런저런 불만은 사실 실제 감상에 해가 될 수준은 아니고, 그냥 2020년에 책이 나와서 와 빵도 최근작!이라고 방심했다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 2000년~2012년 발표된 단편들이란 걸 깨닫고 미묘한 배신감을 느껴서 털어낸 울분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빵도가 잘 쓰는 건 알겠으니 눈마새나 오버 더 시리즈를 언젠가 사서 볼 계획이 잡혔다. 물론 언젠가다. 돈과 장소가 충분하다면 말이다.
나는 10개의 단편을 위탄인 시리즈/그 외 단편으로 나누고 각각의 분류군에서 발표 순서대로 읽었다. 하지만 그 순서대로 리뷰하면 괜히 헷갈릴 수도 있으니 목차 순서대로 리뷰하겠다.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
언어의 다양성과 소멸에 대해 빵도의 통찰을 다루는 단편이자, 위탄인 시리즈의 첫 번째 단편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위탄인의 동화 카이와판돔을 은하표준어-영어 사전을 통해 한국어로 번역해야 되는 할머니 '나'와 그를 보호하는 박 대위의 이야기다.
어차피 편리하다는 이유로 영어로 통합될 언어를 뭐하러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느냐며 번역을 미적미적 진행했던 '나'의 태도는 결국 카이와판돔이 위탄인의 사투리 표현이었던 게 밝혀지면서 철회하게 된다. 자본의 언어가 다른 소수 언어들을 소멸시켰고, 이젠 은하표준어(혹은 위탄어)가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를 소멸시킬 거란 내용, 번역에 있어서 가장 적합한 언어가 채택되지 않고 편의성에 의해 채택되는 이유 등 언어의 다양성과 관련한 빵도의 사색을 엿볼 수 있다.
나름 훈훈한 엔딩이고 재밌는 문장이 많았다. 괴팍한 성질머리를 가진 꼴초 할머니라는 주인공 상이 묘하게 잘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구세주가 된 로봇에 대하여
위탄인 시리즈의 두 번째 단편이지만 사실 위탄인은 안 나오고(최소한의 언급만 나옴), 짧은 분량 안에 '나'와 일등항해사(일항사, 로봇) 사이의 갈등을 다뤘다. 로봇이 인터넷으로 종교를 배우더니 자기의 죄를 자기가 대속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실랑이를 벌인 것이다.(물론 '나'는 자기가 자기 죄를 '대속'한다는 표현에 골치 아파한다)
로봇이 나름 자기 원죄를 대속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데, 나무위키에서 이영도가 리처드 도킨스 좋아한다고 하더니 종교를 해체하고 분해하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혹은 아예 다른 방식으로 적용하거나) 종교적 대속과 구원에 관해 짧게 다룬 단편이고, 종교적 성찰과 관련한 내용은 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하여에서 한 번 더 나온다.
해결책은 인터넷 끊기라는 다소 피식하게 되는 이야기.
별뜨기에 관하여
점성학을 재해석해서 원하는 천체와 별자리를 볼 수 있는 우주좌표를 찍어주는 '별뜨기꾼'과 그를 필요로 하는 위탄인의 이야기이다. 분량이 꽤 있어서 기승전결이 갖춰져 있고, 반전과 감동적인 마무리까지 이어져 있다. 동시에 위탄인 시리즈로서 좀 더 그 세계관의 명맥을 잇는 내색도 보이고 있다.
10개의 단편 중에서 꼽으라 하면 이걸 꼽고 싶다.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고, 상대적으로 불친절하지도 않고, 잘 읽히며, 반전과 재미, 그리고 감동까지 있다. 단점이라면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를 선행해야 문교촉위나 위탄인 등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 정도?
괜히 표제작이 아니긴 했다. 처음에 정보를 대뜸 쥐어주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걸 다 설명해주거나 반전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친절함은 10개의 단편들 중에 상위 클래스이다......
복수의 어머니에 관하여
위탄인 시리즈의 마지막 단편. 최후미 반전을 위한 빌드업이 인상적이다. 초장부터 '일단 닥치고 따라와'하는 이영도의 스타일(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이 보인다. 그렇게 일단 납득하고 받아들이다보면 천천히 상황을 해석할 정보를 보여주고, 끝내 그 결말에 다다른다.
자기 아들 대신 위탄인 수학자를 살렸다고 '나'를 수십 번 죽이는 선장이 무슨 반전을 가지고 있는지 열심히 들여다보면 꽤 인상적일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해서 뻔하다고 느끼면 어쩔 수 없다만......
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하여
제곧내. 순간이동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고찰하는 게 전부인 내용이지만, 사실 본 주제는 좀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어가야 하고, 그 증거와 복선은 단편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작가가 불친절해서 멋모르고 보면 너무 뜬금없는 단편이다.
쉽게 말하면 에셒의 탈을 쓴 관념소설이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는 직접 단편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순간이동이 종교를 해체시킬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빵도 나름의 고찰과 사색이 드러난다. 인상적이지만 어렵고 난감해서 해설을 따로 찾아봤어야 했다.
잘 쓰긴 했지만 빵도의 불친절함으로는 10개의 단편 중 탑2에 속한다. 탑1은 전사의 후예......
나를 보는 눈
성찰을 위한 타자의 존재를 긍정하는 판타지 단편. 독자적인 세계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지만, 다르게 말하면 좀 참고 봐야 세계가 점점 눈에 들어온다. 서사 자체는 멸망의 길을 걷는 인류를 살려내기 위해 겨울이 가지고 있다 전해지는 모서리의 노래를 얻어내려고 모험하는 내용이다.
설어의 설정이 제일 독특했고, 나름대로 핵심이기도 했다. 썩 나쁘지 않았거니와 순간이동에 비해 직관적인 편이라 한 번 읽는 걸로 끝낼 수 있었던 단편.
아름다운 전통
약간 오 헨리가 생각나는 짧은 단편이었다. 짧은 분량, 그리고 재치 있는 반전과 유머. 외계인의 침공을 받은 인류를 묘사하고 화자의 정체를 밝히는 것으로 끝난다. 골 때리는 결말 덕에 웃었다.
전사의 후예
제일 짧은 단편. 동생과 함께 적을 물리치는 내용이긴 한데 마지막 반전을 노린 듯한 문장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했다. 찾으려 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인지, 아니면 이 짧은 걸 이해 못한 내가 바보인 건지 아무리 찾아도 의미나 해설이 안 나와있다.
불친절함으로는 원탑인 단편인 듯하다. 뭐 적당히 빵도의 액션 묘사를 감상하는 정도라면 나쁘지 않다.
SINBIROUN 이야기
무려 21년 전에 쓴 단편. 말장난들로 가득하다. 판타지고, 딱히 여기선 특유의 사색이나 고찰은 없고 그냥 적당한 반전으로 끝난다. 말장난만 아니었어도 그리 깰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말장난 때문에 몰입이 좀 깨는 게 있었다.
Kimyohan 가문이라든지 Nollaun 마그누스라든지... 아 놀라운은 처음 소개될 때 Nol1aun이라 돼 있어서 눈치 못 챌 뻔했다. No11aun이었으면 틀린 줄도 몰랐을 듯.
봄이 왔다
택배로 봄을 시킨 공장 기술자와 그 기술자가 6개월 임금 체불 당한 걸 구제해주려는 '나'의 이야기. 훈훈하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로맨스다. 책 겉표지 뒤편에 SF와 환상문학을 넘어 로맨스까지. 라고 말한 것 중 로맨스가 이 작품 하나다.
여기서도 빵도의 사색과 고찰이 나름 담겨 있다. 사회적 탯줄에 관련한 이야기인데, 상당히 오래된 단편인데도 지금에서도 생각해 볼 만한 듯하다. 근데 디펜시브 매트릭스 걸면 맨손으로 울트라리스크 때려잡는다는 비유는 확실히 2005년에 쓰일 법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평
빵도는 이 단편집으로 처음 접했는데, 나는 가장 최근에 나온 거라 최신인 줄 알았더니 구버전 모음집이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마트 이야기나 사는 건데. 후회는 이렇게 해도 읽은 것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이영도가 잘 쓴다는 것도 알겠고, 재밌는 작가란 것도 알았다. 다만 그 불친절함에 대해선 이영도가 장르문학의 탈을 쓴 순문작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지만 말이다.
주제의식을 위한 서사와 설정, 아니, 주제의식을 위한 모든 것이라 봐도 좋다. 그 와중에 재미를 나름 챙긴다는 점에서 이영도의 필력을 알 수 있다. 그저 읽을 때 너무 생각없이 읽으면 의미나 복선을 놓치기 너무 쉬워서 좀 꼼꼼하게 곱씹으면서 읽어야 되는 건...... 살짝 호불호가 갈리겠거니 싶었다. 장르작가로서도 흥미롭고 재밌지만 재미에 초점 맞춰 읽으면 애매한 단편이 꽤 많았다.
하여튼 이걸로 빵도가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스타일인지는 대강 감이 잡혀서...... 기회가 되면 오버 더 시리즈나 눈마새 시리즈를 읽어볼까 한다. 빵도콘 유용하게 쓰고 있었는데 살짝 애정이 생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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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오버 더 호라이즌에도 있는 거 아님? 판타지 단편선에 있는 거 여기에도 있던데...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대충 빵도콘
빵도 놈 새 시리즈나 쓸 것ㅇㅈ
알못 진정한 빵도의 맛을 알면 마시는 새 시리즈에는 더이상 기대하지 않는 법
마새 시리즈가 글케 잼나다는데
ㄴ 마새 시리즈는 국내 판타지 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이야 특히 눈물을 마시는 새
갑자기 왜 한국 작가꺼 즐겨봄 겉절이로 한국 문학의 참맛을 알아보린고야??
빵도는 탈김치 작가인데
왜 최근에 스노우맨도 리뷰했잖아
그니까 최근 한국작가 많이본단거지 겉절이가 문제지 한국 작품도 ㄱㅊ다
어쨌든 갑자기 즐겨본 건 아니고 원래 좀 할당제 같이 보고 있긴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