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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기다. 지긋지긋하다. 아무리 자르고, 베고, 뿌리 뽑아도, 금세 자라나 온땅을 뒤덮는 잡초들을 보면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논과 밭을 가리지 않고 작물이 자랄 자리를 선점하는 잡초를 보면 농부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평생 농사는 지어보지 않았더라도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정원이나 텃밭을 가꾸며 잡초를 뽑거나 끝나지 않는 예초를 했던 군시절 경험이 있다면, 잡초를 당연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물의 이름에는 우리의 인식이 반영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괜히 ‘잡-‘이란 접두사로 이 풀들을 뭉뚱그려 지칭하는 게 아닌 셈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작고 연약하고 이름도 제대로 갖지 못한 잡초가 어디에든 있게 되었나 싶지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자연의 법칙을 생각하면 잡초야 말로 그 어느 생물보다 강하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동물보다 훨씬 다채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진화시켜 오랫동안 생존 경쟁을 펼쳤다. 그중에서도 잡초는 보통의 식물이라면 생장할 수가 없는 조건이나 환경에서도 자라난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잡초는 연약함을 타고났지만 아주 강한 생존 전략을 구사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이름 모를 풀을 전부 잡초라고 지칭하는 건 엄밀히 말해 잘못된 일이다. 잡초가 되기 위해선, 다시 말해 방해되는 식물의 특성을 일컫는 ‘잡초성 weediness’을 가지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태생부터 작고 연약한 잡초는 다른 식물들과 경쟁해서는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은 틈새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환경이나 조건이 갖춰졌다고 해서 무작정 발아하지도 않고, 자신의 형질을 주어진 환경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는 용감한 도전 정신을 가진 잡초의 속성을 보면 이름 모를 수많은 풀들이 얼마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책에는 제비꽃, 질경이, 메귀리 등 수많은 잡초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잡초를 설명하면서 반복해서 이 풀들의 생존 전략을 인간의 삶에 비유한다. 자신이 나서야 할 때를 알며 힘든 시기를 참고 기다릴 줄 알고, 계획이 틀어질 상황에 대비해 몇 개나 되는 차선책을 꼼꼼히 준비하고,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잡초의 모습을 보면 그 어느 생물보다 인간과 비슷한, 또 인간이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생물은 잡초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사족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점가에 범람하는 캐릭터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어줍잖은 힐링 에세이나 자계서보다 (내가 원체 이런 종류의 책을 싫어하기도 하거니와) 훨씬 와닿는 점이 많았다.
단지 인간에게 불필요하단 이유만으로 ‘쓸모없는 잡초’로 분류된 모든 잡초들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애초에 분류라는 작업이 몹시 인간 편의적이기에) 존경심을 표현하면서,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라는 에머슨의 헌사를 꼭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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