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분 뒤에 병사 두명이 마굿간에서 노인을 끌고 나왔다. 먼지와 마른 밀거름으로 범벅이 되어 한 팔로 두 눈을 가리려 하고 있었다. 그는 신음하며 대위의 발치로 끌려와 목화솜 더미 비스무리한 것 위에 앞으로 엎어졌다. 귀를 손으로 틀어막고 팔꿈치로 눈을 가린 것이 무언가 끔찍한 것을 목격한 듯 싶었다. 대위는 역겨워하며 돌아섰다. 하사는 군화의 코로 노인을 건드려 보았다. 뭔 일이 있었던거지? 하사가 말했다.
제 몸에 오줌을 지리고 있잖아. 오줌을. 대위는 장갑으로 하사에게 손짓했다.
예.
저 새끼를 내 눈앞에서 치워.
칸델라리오를 불러 얘기해 보게 할까요?
놈은 반푼이야. 내 앞에서 치워.
사람들은 늙은이를 끌고 갔다. 노인이 뭔가를 지껄이기 시작했으나 듣는 이는 없었고 아침엔 볼 수 없었다.
저수 근처에서 야영했으며 수의관이 발굽이 헤진 나귀와 말을 돌보았고 사람들은 밤 깊숙히 비치는 불빛 가에서 마차를 수리했다. 부대는 하늘과 땅이 날카롭게 잘린 지평선에서 만나는 진홍빛 새벽에 출발했다. 저 밖 어둠에서 조그마한 구름들의 군도와 모래와 덤불의 광대한 세계가 배 댈 곳 없는 공허의 응력에 짓눌려 푸른 섬들이 떨리며 땅은 모호해지나, 이내 어둑히 기우매 장밋빛 색광에 새벽 너머의 어둠 속까지 쫓기어 공간의 자투리까지 내어놓는다.
잡색 바위들이 꺾인 나무마냥 뾰족하게 솟아오른 지역을 지나갔으므로 땅의 단층과 배사에서 튀어나온 넓따란 화산암들의 층이 위로 굽다 부려져 있어 거목의 돌뿌리의 단면과 같았으며 또 번개에 쪼개진 바위들은, 그 잔해가 오랜 폭풍 속에서 증기로 터져나갔었다. 갈색 화성암맥이 옛 성벽의 유적과 같이 등성이의 날선 척추를 타고 내려와 평원까지 이어지매, 사람의 손재주에 대한 전조는 사람이나 어떤 살아 움직이는 것이 있기 전부터 모든 곳에 있어왔으리라.
부대는 예나 지금이나 폐허였던 작은 마을을 지나쳤고 높다란 황토벽 교회의 벽가에서 야영하며 지붕에서 떨어진 나무기둥들로 불을 지폈으니 올빼미가 궁륭 뒤 어둠 속에서 울어댔다. 그 다음날은 남쪽 공제선을 따라 수 마일에 걸친 먼지구름이 식별되었다. 사람들은 먼지가 가까워지기 시작할때까지 계속 타고 갔고, 이윽고 대위가 손을 들어 정지하라 소리친즉 안장가방에서 낡은 청동제 기병대용 망원경을 꺼내어 길게 뽑아 땅 위를 천천히 훑어 보았다. 부사관이 그의 옆에 말을 세웠고 잠시 후에 대위는 망원경을 건내주었다.
뭔 가축때인거 같은데.
말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먼거 같나?
잘 모르겠는데요.
칸델라리오를 불러.
부사관은 몸을 돌려 멕시코인에게 손짓했다. 그가 가까이 오자 하사는 망원경을 건내주었고 멕시코인은 유리알 속을 들여다보더니 눈을 찌푸렸다. 또 맨눈으로 바라보다 다시 망원경을 들어 바라보았다. 그리고선 말을 앉게 했고 십자가를 쥐는 것처럼 가슴팍에 망원경을 붙였다.
어때? 대위가 말했다.
칸델라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시발 뭔 뜻인데? 버팔로는 아니겠지?
아니요. 아마 말때 같소.
망원경을 줘봐.
멕시코인은 망원경을 건내주었고 대위는 지평선을 관측한 후 손목으로 통을 접었으며 도로 가방에 집어 넣더니 손을 들었으므로 이들은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소와 노새, 말들이었다.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부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날이 저물때가 되자 기수들, 발빠른 조랑말에 탄 남루한 인디언들 몇명이 가축때의 옆구리를 안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육안으로 보였다. 모자를 쓴 몇은 아마 멕시코인이였으리라. 부사관은 안장에서 뛰어내려 대위의 말에 다가왔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위님?
내 눈엔 야만인 말도둑들처럼 보이는데. 어떤가?
그래 보입니다.
대위는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우리를 본 것 같군, 그는 말했다.
봤겠죠.
사람은 몇명쯤 있는 것 같나?
열두명 쯤 되는것 같습니다.
대위는 장갑 낀 손가락으로 기구를 두들겼다. 우리를 신경쓰도고 있는건 아니겠지?
예. 아닙니다.
대위는 험악한 웃음을 지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짧게 사냥을 즐길 수 있겠군.
가축때의 선두가 궤도를 꺾어 먼지의 노란 연무 속에서 부대를 스쳐 지나갔음에, 뿔달리고 여윈 가시갈비 소들이 눈을 부릅 뜬 것이 어디 하나 같은 놈이 없었으며 작고 마른 노새들이 숯빛 어깨를 서로 맞댄채 앞놈의 등 위로 쇠매모양의 대가리를 내빼었고 더 많은 소들, 뒤따라 소몰이꾼들이 바깥쪽에서 달려와 부대와 자기들 사이에 가축때를 두었다. 잇다라 몇백 필쯤 되는 조랑말들이 몰려왔다. 부사관은 칸델라리오를 찾았다. 열을 지나쳐 후방으로 향했으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사는 말을 차며 오를 뚫고 바깥쪽으로 향하려 했다. 후미의 말몰이꾼들이 먼지 속을 달리고 있었고 대위는 수신호를 하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가축때에서 조랑말들이 꺾어나오니 말에 탄 기수들은 평원 위의 무장한 중대를 향해 채찍질을 했다. 벌써 조랑말들의 거죽을 덮은 먼지 너머로 갈매기무늬와 손과 떠오르는 태양과 새와 물고기, 캔버스의 덧칠 뒤에 비치는 오래된 그림의 흔적처럼 모든 종류의 기호들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장제하지 않은 말발굽이 땅을 구르는 소리 너머로 퀘나, 인간의 뼈로 만든 피리의 울림이 들려와 몇몇 이들은 말안장 위에서 뒷걸음을 쳤고, 몇은 착란에 빠져 빙빙 돌기 시작하는 그 때, 창병과 기병들의 우화적인 군세는 작은 거울 조각들로 장식된 방패를 들어 적들의 눈에 천의 온전한 태양을 비추었다. 공포의 군단, 그 수가 수백에 달하여 반나체거나 서사시 또는 구약시대의 복식, 열병 중 악몽 속에서 걸쳐 입은 듯한 짐승의 거죽, 비단 세공품과 전 주인의 핏자국이 훑은 제복과 땋인 단추와 시계줄이 달린 기갑대 야전상의를 입어, 한놈은 실크햇을 다른 놈은 우산을 썼고 흰 스타킹과 피에 찌든 웨딩베일, 왜가리깃으로 만든 관모나 숫소나 버팔로의 뿔이 달린 생가죽 투구 또는 거꾸로 입은 연미복 상의를 걸쳤거나 혹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고 한 놈은 스페인 콩키스타도르의 갑옷, 뼈가 먼지가 된지 오래일 한 병사가 어떤 왼 나라에서 휘둘렀던 철퇴 혹은 세이버의 일격이 깊게 패여있는 흉판과 폴드론을, 다른 놈은 뭇짐승의 털로 단추가 꿰매어진 상의를 입었으니 땅에 말의 발이 끌리며 귀와 꼬리는 밝은 색의 고물로 칠해져, 어떤 말은 대가리 전체를 시뻘겋게 칠했으므로 모든 인디언들의 얼굴이 희뿌옇고 괴기하게도 물감이 떡진 것이 마치 말에 탄 광대패로서, 죽을 듯이 웃겨, 모두 오랑캐의 언어로 부르짖으매 목사가 말하는 유황의 땅보다 더욱 끔찍한 지옥에서 온 군세와 같이 덮쳐오며 고성을 내질렀고 지각을 넘어선 땅에서 온 덧없는 존재들이 으레 그렇듯 먼지를 뒤집어 써 그곳에선 눈이 까뒤집히고 입술이 엇닫히며 침이 흐른다.
신이시여, 하사가 말했다.
화살이 울며 중대를 꿰뚫었고 사람들은 비틀거리다 안장에서 떨어졌다. 말들은 앞으로 기울이며 몸을 숙였고 몽고의 전사들은 옆구리로 붙어서 창을 밴채 전력으로 말을 몰았다.
이제 부대는 멈춰섰으므로 첫번째 총성이 울리며 창병들이 열을 무너뜨리는 와중 화승총의 검은 연기가 먼지속에서 피어올랐다. 소년이 탄 말은 감압하듯이 긴 날숨을 토하더니 내려 앉았다. 이미 장총을 쏜 소년은 탄낭을 주무르며 땅에 앉아 있었다. 옆의 남자는 목에 화살을 단채 앉아 있었다. 남자는 마치 기도를 하는 것처럼 살짝 몸을 숙였다. 소년은 철띠 촉을 주워야 했으나 남자의 목에서 화살이 돋아났고 또 가슴에 화살깃이 생기더니 죽었다. 사방에서 말이 쓰러졌고 사람은 버둥댔고 소년은 누가 귀에서 피를 흘리며 소총을 장전하는 것을 봤고 분해한 리볼버에 예비탄창을 끼워넣으려 하는 사람을 봤고 무릎을 꿇은 병사가 기울더니 제 땅그림자와 겹쳐지는 것을 봤고 창에 꿰뚫린 이들이 머리채가 잡혀 선채로 두피가 벗겨지는 것을 보았고 전쟁마가 스러진 이들을 내리밟는 것을 보았으며 눈 하나가 뿌옇고 얼굴이 흰 작은 조랑말 한마리가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소년을 향해 개처럼 입질을 하더니 사라졌다. 부상자중 몇은 백치가 되어 지각을 잃은 듯 했고 몇은 먼지 뒤의 얼굴이 창백했으며 나머지는 제 자신을 저주하거나 야만족들의 창 위에서 휘청거렸다. 눈에는 막이 덮히고 이를 악문 미친 말들의 대열이 휩쓸어 오며 망가진 열의 먼 쪽에서 아가리에 화살더미를 물린 알몸의 기수들이 먼지 너머로 방패를 번쩍인즉 뼈피리의 비명과 함께 말의 옆구리를 타고 몸을 떨구어 한쪽 발꿈치를 등자끈에 걸고선 조랑말의 내뺀 목 및에 붙어 단궁을 당겼고 이내 중대를 빙 돎으로 대열을 두개로 쪼개어 유원지의 흉가에서처럼 다시끔 덮쳐옴에, 몇은 유방에 가위눌림에서 튀어나올 얼굴들이 그려져 있었으므로, 말을 잃은 색슨족들을 말로 짓밟고 창질하고 몽둥이질하고 칼을 들고선 말에서 뛰어내려 외계에서 온 보행법이 씌인 생명체처럼 특이한 팔자걸음 뜀박질로 땅 위를 달리매 죽인 이의 옷을 벗기고 머리채를 휘잡아 두개골 위로 칼질을 하여 산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서 피에 젖은 머리카락을 채들었으며 알몸을 쪼개고, 사지를 뜯고, 이상하리만치 하얀 토르소를 손질한 뒤 창자와 성기를 한 웅큼 쥐어 치켜들었고, 야만인들중 몇은 선지에 찌든 것이 그 속에서 굴렀을 듯 했으며 몇은 죽을 이들 옆에 붙어 동족들에게 소리치며 비역질을 했다. 이제 죽은 이들의 말이 흑무 속에서 뛰쳐나와 가죽과 긴 갈기를 휘날리며 원을 그리며 나아갔고 공포로 눈이 허옇게 변하였으니 몇은 화살깃으로 하여금 깃털을 달고 있었으며 창이 박힌 몇은 휘청대며 토혈을 했고 이렇게 사지 위를 가로질러 시야 밖으로 흩어졌다. 뼈까지 삭발당한 수도승같이 상처 밑에 술 같은 머리카락 한줌을 단채 나체로 불구가 되어 피구름 속에 누워 있는 자들의 젖고 벗긴 머리가 먼지로 말랐고 모든 곳에서 죽을 이들은 신음하거나 중얼거렸으며 쓰러진 말들은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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