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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길다. 마지막에 요약만 보고 넘어가도 된다.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에서 더블린이란 마비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온갖 인간 군상들을 그려냈다. 그리고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는 이 눅눅하고 음침한 도시에서 예술가로 성장하는 한 소년 스티븐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럼 율리시스는 어떤 이야기인가? 아일랜드 문화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서술, 문학이 가능한 모든 형식적인 실험과 언어의 실험, 의식의 흐름 등 일반 독자들 사이에선 그 난해함으로 악명 높고 학자들 사이에선 수많은 상징과 인용으로 연구거리가 넘쳐나는 ‘행복한 사냥터’(10장 배회하는 바위들) 이다.

하지만 내가 집중하고 싶은 이야기는 청년이 된 스티븐의 예술가로서의 성숙 그리고 블룸과 몰리의 사랑 이야기다. 조이스는 이 세 등장인물을 통해 일상적인 모험을 통해 마음의 균형을 잃고 방황하다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자네는 자네 어머니가 죽음의 침상에서 자네더러 무릎을 꿇고 기도하도록 요구했는데도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았어, 왜? 자네는 몸 속에 저주할 예수회의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야, 단지 그것이 잘못 주입된 거야. 나에게 그건 온통 조롱이요 짐승 같은 짓이야. 그녀의 뇌엽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거야. 그녀의 의사 피터 티즐경을 부르며, 이불에서 미나리아재비꽃을 뜯는 거야. 그녀가 목숨이 다할 때까지는 기쁘게 해드려야지. 자네는 그녀의 임종의 소원을 거절 했어” - 1장 텔레마코스


“역사는 제가 깨어나려고 애쓰는 악몽입니다” 스티븐이 말했다. (...) 

“조물주의 길은 우리들의 길과는 달라” 디지씨가 말했다. “모든 인간의 역사는 하나의 커다란 목표, 하나님의 계시를 향해 움직이지.”

스티븐은 엄지손가락을 창문 쪽으로 갑자기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이 신입니다.”

호레이! 아! 휘잉휘잉!

“뭐라고?” 디지씨가 물었다. 

“거리의 한 가닥 고함소리 말입니다” - 2장 네스토르


“나의 지옥, 그리고 아일랜드의 지옥은, 바로 이 삶 안에 있는 거야.” - 14장 태양신의 황소들


스티븐 : 요점은 바로 이거야. 당신은 당신의 조국을 위해 죽는 거야. 예상컨대 말이지. (팔을 병사 카아의 소매 위에 놓는다.) 나는 당신을 위해 그걸 바라는 게 아니야. 하지만 내가 말하나니 : 조국은 나를 위해 죽어달라. - 15장 키르케


스티븐이란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조이스가 그랬듯이 스티븐도 대학을 나온 뒤엔 아일랜드를 벗어나 살았고, 어머니의 위독하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더블린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리고 더블린이란 도시에 다시 편입되기 싫은 마음에선지 가장 유럽에 가까운 해안가 마텔로 탑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티븐은 예술의 위하여 지배 세력에 한결 같이 도전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이 창조하지 못하는 인간 사회의 질서를 예술로 창조해내겠다고 다짐한 예술가다. 그런 스티븐에게 있어서 역사와 종교는 자신이 반드시 벗어나야만 하는 굴레 같은 것들이다. 스티븐은 이런 의식은 교장 디지 씨와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디지 씨는 위에서 아래로 획일적으로 이루어지는 카톨릭교의 신을 주장한다. 반면 스티븐은 거리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외침을 가리키며 “저것이 신이다” 라고 말한다.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으로 이뤄지는 역사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수평적인 세계에서의 신과 역사를 추구한다. 

이것만 보면 스티븐은 역사와 종교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고유한 영역에서 머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티븐은 자기 정신 속에 남아있는 카톨릭의 잔재에 괴로워한다. 스티븐은 자기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기를 위해 기도해달라는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부탁까지 거절한다. 벅 멀리건은 그건 너에게 아직 카톨릭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짜 너가 카톨릭과 인연을 끊고 자유로워졌다면 어머니께서 행복하게 돌아가실 수 있게 연기를 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비난한다. 결국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한 죄책감은 이날 하루 종일 스티븐의 의식 속에서 맴돈다.

스티븐은 카톨릭으로 대표되는 어머니, 아일랜드의 역사로 대표되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신적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고 성숙한 예술가 되는 것을 꿈꾸며 하루 동안의 모험을 떠난다.  



중2 감성 넘치는 3장을 너머 4장부터는 현대의 오디세우스, 궁상맞은 중년 아조씨 블룸의 모험이 시작된다.



“저쪽 모퉁이를 좀 들러 오겠소. 곧 돌아 와요.”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가 그렇게 말하는 걸 다 듣고 다시 덧붙여 말했다:

“아침으로 뭘 좀 들지 않겠소?”

외마디 졸린 듯한 낮은 신음 소리가 대답했다 :

“으음” (...)

현관 계단에서 그는 뒤 호주머니 속 바깥문 열쇠를 더듬었다. 여긴 없군. 벗어 놓은 바지 속에 두었지. (...) 

창 가리개를 반쯤 조용히 당겨 올리며 그가 뒤쪽을 쳐다보자 아내가 편지를 힐끗 쳐다본 다음, 그걸 배개 밑에 감추는 것을 보았다. 

(...)

“누구한테 온 편지요?” 그는 물었다.

대담한 필적. 마리언.

“오, 보일런이요.” 그녀가 말했다. “프로그램을 가지고 온대요.” - 4장 칼립소



칼립소라는 부제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4장의 시작은 블룸의 집이지만, 집이 고향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블룸의 집은 오기기아 섬으로, 몰리가 칼립소로 그려진다. 이는 몰리와 블룸 사이의 불화를 보여준다. 원래 블룸 부부에게는 딸 밀리와 아들 루디가 있었다. 하지만 루디는 태어난 지 11일 만에 죽어버리고 밀리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이후 블룸은 큰 상심에 빠져 성적으로 위축된 채, 1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몰리는 점점 다른 남자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이날도 오후 4시 보일런이 집으로 찾아와 성관계를 맺을 거라는 암시를 준다. 부부 관계는 조금씩 틀어지고 말았다. 결국은 딸을 먼 지방에 유학을 보내는 지경까지 이르고만 것이다. 

블룸은 루디의 죽음 이후 점점 남성성을 잃고 수동적으로 변해간다. 15장 키르케에서는 경제를 위해 몰리의 여성용 속옷을 입을 때도 있다는 묘사도 나온다. 블룸은 몰리의 집사님이라도 되는 양 매일 직접 장을 보고 밥도 차려준다. 블룸은 “아침으로 먹고 싶은 거 없니?” 라고 묻고 몰리는 “으음” 이라는 애매모호한 대답을 할 뿐이다. 이 둘의 관계는 정상적인 부부관계로 보이지 않는다. 

블룸은 집을 나서면서 열쇠를 찾는다. 하지만 자기 호주머니 속에 열쇠는 없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 벗어 논 옷에 있는 열쇠를 꺼내 와야 했다. 그리고 17장에서 드러나지만, 결국 블룸은 열쇠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 열쇠가 의미하는 바도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쇠가 보통 남성성, 문제의 해결책 등으로 상징되는 것처럼 말이다. 블룸은 신문사 광고업자로 하루 내내 열쇠(키즈)의 집 광고를 위해 온 더블린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 율리시스라는 소설은 블룸이 열쇠를 찾아다니고, 결국 열쇠를 찾아 다시 올아오면서 집을 오기기아 섬에서 이타카로, 몰리를 칼립소에서 페넬로페로 되돌리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친애하는 헨리에게


지난번 편지는 참 고맙게 받았어요. (...) 저는 이따금 당신이 참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친애하는 헨리, 우리 언제 만날까요? 얼마나 자주 제가 당신을 생각하는지 당신은 모를 거에요. 여태껏 당신한테처럼 남자에게 끌려 본 적이 결코 없어요. 기분이 조금 이상해요. 저에게 긴 편지를 써서 더 많이 말해 줘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당신에게 벌준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러니 이젠 제게 편지하지 않으면 제가 어떻게 할지를 아시겠지요, 심술꾸러기 당신.

- 5장 로터스-이터스


불꽃이 점점 더 높이 올라가자 그들은 모두 흥분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는지라 그녀는 그것을 뒤로 쳐다보기 위해 더 많이 그리고 더 많이 몸을 뒤로 젖혀야만 했나니 높이, 높이, 거의 시야에서 사라지며, 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무리하게 뒤로 긴장했기에 성스럽고, 매력적인 홍조로 충만했는지라 그는 그녀의 그 밖의 다른 것들도 볼 수 있었으니, 짧은 불루머 팬티, 4실링 11페니 짜리, 녹색의 것, 저 다른 속옷들보다, 하얗기 때문에 한층 어울리는, 살결을 애무하는 면직물, 그리고 그녀는 그를 내버려두었는지라 (...) 그리고 그때 한 개의 로켓이 솟아 펑 터지자 깜깜하고 막막해졌는지라 그리고 오! 이어 로마 불꽃이 터지자 그것은 오! 하는 탄식 같았나니 그리고 모든 이가 환희에 넘쳐 오! 오! 부르는지라 불꽃은 그로부터 금발 같은 빗주기 실을 내뿜으며 발산했는지라 아! 그들은 모두 황금빛으로 떨어지는 녹색의 이슬 같은 별들이었도다, 오 그토록 아름다운, 오, 부드럽고, 달콤하고, 부드러운지고! - 13장 나우시카



율리시스는 사실 좀 야한 소설이기도하다. 작품 전반적으로 성적인 은유와 직접적인 묘사들이 난무하고 실제로 13장의 저 장면 때문에 음란물로 판금당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율리시스가 이렇게 야하고 변태적인 내용이 많은 이유는 이렇게 말하면 언니들이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율리시스는 블룸이 남성성을 되찾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블룸네 가족이 이 지경이 된 건 블룸이 너무 오랬동안 성적으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부부관계에서 성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생각해보면, 블룸이 남성성을 되찾고 몰리와 다시 섹스를 하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란 걸 알 수 있다. 블룸의 성욕이 회복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회복의 첫 번째 단계는 마사라는 여성과의 펜팔이다. 펜팔, 지금 나한테야 뭔가 막 노스텔지어니 뭐니 하는 낭만적인 느낌만 있지만, 이 작품은 20세기 초라는 걸 잊으면 안 되겠다. 유부남이 외간 여자와 가명을 사용하며 하는 펜팔은 낭만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지금의 폰섹스와 같은 뉘앙스가 아니겠는가? 초큼 있어 보이는 말로는 언어적인 섹스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블룸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마사는 블룸에게 만남을 제안하지만, 블룸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강가에 버려버린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는 해변에서 거티라는 언니를 보면서 딸을 치는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정말 딸친다. 거티는 정말 청순가련, 절세미인의 표본쯤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좋아하는 남자애가 심각한 마마보이라 지멋대로 약속을 어겨 굉장히 상심해있는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있어 보이는 중년 남성이 자기를 계속 쳐다보니까 왠지 자기도 흥분되고 그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불꽃놀이가 한창일 때, 거티는 블룸이 자신을 보면서 딸치고 있는 걸 느끼고 은근 슬쩍 치마를 들리게 해서 속옷을 노출시킨다. 그리고 폭죽이 터지는 순간 블룸은 절정에 달해 싼다. 저게 바로 저 13장 인용문 부분이다. 이 장면은 분명 블룸이 성적으로 한 단계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마사와의 언어적 섹스에서 거티를 보며 수음하는 시각적 섹스로 나아갔다. 여기서 진짜로 단 한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되는데, 역시나 우리 블룸은 실패하고 만다. 바로 자기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지 않눈다. 자기의 수음을 ‘죄의 쾌락’(10장 배회하는 바위들) 이라고 표현하고, 지가 꼴려가지고 딸쳤으면서 거티가 마녀여서 자기를 유혹했다는 개소리를 짖껄인다. 블룸은 자기의 성욕을 계속해서 부인한다.   




블룸 : (머리에서부터 엉덩이까지 온통 격렬하게 붉히며, 세 방울의 눈물을 왼쪽 눈으로부터 흘린다.) 과거를 용서해 줘. - 15장 키르케


벨로 : 그밖에 널 뭐에 쓰겠니, 너 같은 성불구자를? (...) 넌 사내 구실을 할 수 있나? 나는 네 감정을 상하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너 대신 한 근력 있는 사내가 거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형세가 뒤바뀐 셈이지, 이 명랑한 젊은것아! 그는 당당한 한 사람의 성숙한 야인을 닮았단 말이야. (...) 그 녀석은 거세된 놈이 아니야. 헝클어진 붉은 털을 그는 금작화 숲처럼 엉덩이로부터 솟아나게 하고 있어! 아홉 달 만 기다려 봐, 자네! - 15장 키르케


내가 아직도 젊은 바에야 그렇잖아 저렇게도 냉정한 그이와 살고 있으면서 짐짓 내가 시들어 빠진 할망구가 아닌 것이 이상스러워 나를 안아 주는 것도 단지 마음내킬 때뿐이지 잠잘 때는 나와 거꾸로 자지 게다가 추측컨대 그이는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니까 –18장 페넬로페



다시 한 번 정리하면, 블룸은 루디가 태어나서 11일 만에 죽은 일 때문에 큰 슬픔에 빠져있었다. 블룸은 그 충격에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슬픈 예감에 빠지게 되고, 몰리에 대해서도 더 이상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몰리와 부부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정확히는 10년 5개월 18일 (17장 이타카). 

블룸은 몰리의 외도에 집착하고 가슴 아파하지만 사실 그 원인은 계속 슬픔에 빠져 아내에게 소홀했던 블룸에게 있던 셈이다. 몰리는 그가 너무나 냉정하고 심지어 자기가 누군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결국 블룸의 상심이 몰리의 외도로 이어지고, 딸을 먼 지방에 유학 보내야할 지경까지 가버렸다. 블룸은 이런 상황을 짐짓 모른 척 하고 살아왔지만, 환상을 통해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용서해달라고 빈다. 

하지만 환상은 계속된다. 매음굴의 포주 벨라는 블룸을 고자새끼라고 매도하면서 그를 여성으로 변신시킨다. 그러면서 몰리에겐 야수 같은 보일런이 더 어울린다고 말하며, 오늘로 보일런의 아이를 임신했을 거라 조롱하기까지 한다. 



“그건 소용없는 짓이야.” 블룸이 말한다. “힘, 증요, 역사, 그따위 모든 것. 그건 남녀를 위한 삶이 아니지, 모욕 그리고 증오. 그리고 누구나 그것은 진정으로 산다는 것의 정반대라는 걸 알고 있어.”

“뭐라고?” 앨프가 말한다. 

“사랑” 블룸이 말한다. “내가 뜻하는 것은 증오의 반대야.” - 12장 키클롭스


사랑은 사랑을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다. (,,,) 당신은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 사람은 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이요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 12장 키클롭스


내가 구혼한 것 역시 6월이었어. 세월은 되돌아온다. 역사는 반복한다. 그대 암산과 봉우리들이여 나는 다시 한 번 그대에게 돌아왔노라. 인생, 사랑, 그건 그대 자신의 작은 세계를 도는 항인 것이다. - 13장 나우시카


블룸 : 이젠 그걸 이겨낼 도리가 없어요. 그녀의 따뜻한 육체의 따듯한 흔적. 심지어 여인이 앉았던 자리에 앉는 것도, 특히 여인이 가랑이를 벌리고, 마치 마지막 호의를 하사하듯, 아주 특별히 하얀 새틴 팬츠를 진작 잘 걷어 올린 채. 너무나 여인다운, 충만한. 그것이 나를 충만히 충족시키지. - 15장 키르케



우리 블룸이 조금 찌질 하다지만 하루 종일 헛발질만 하고 돌아다닌 건 아니었다. 오후 4시에 있을 보일런과 몰리의 정사를 신경 쓰면서 자신과 몰리와의 관계를 되돌아 볼 기회가 있다. 그리고 앞서 두 차례의 성적 자기인식의 성숙도 있었다. 증오 질투 의심은 남녀를 위한 삶이 아니다. 사랑이야말로 진정 중요한 것이었다. 결국 블룸은 자신의 몰리를 향한 사랑을 다시 되뇌인다. 블룸은 이내 자신이 보일런에 비해 남성스럽지 못하고 그동안 몰리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몰리를 향한 자신의 사랑과 성욕까지 인정하고 감춤 없이 드러낸다. 드디어 마지막 단계인 자신의 욕망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블룸은 다시 꼴렸고, 발기하며 남성으로 되돌아온다. 남성으로서 각성한 블룸은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환상과 벨라에게 쌍욕을 퍼부으면서 환상으로부터 벗어난다. 



나는 당시엔 더 행복했었지. 그렇지만 그게 나였던가? 아니면 지금의 내가 나란 말인가? (...) 루디 사망 뒤로 그걸 다시는 즐길 수가 없었어.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 손으로 물을 쥐는 격. 자네는 옛 시절로 되돌아고 싶은가? 막 시작했을 당시로? 그러고 싶어? 불쌍한 심술꾸러기 당신, 댁에서 행복하지 못하세요? - 8장 레스트리고니언즈



8장에선 행복했던 신혼 시절을 떠올리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렇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좌절한다. 그렇다.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 하는 없는 것이다. 그때가 좋았지~ 하면서 과거에만 연연하는 것들은 모지란 것들이나 하는 짓이다. 현재의 상황에 집중하고 다시 개선시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면 된다. 블룸 또한 이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자기의 비루함 열등감을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욕망까지 직시할 수 있는 강한 정신을 얻었다. 블룸은 과거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15장 키르케는 환상을 통해 블룸이 각성한 것이다. 이로서 블룸은 찌질이가 아닌 현대의 영웅이 된다.





어머니 : (천천히 손을 움켜쥐고, 정말적으로 신음하며) 오 주의 성심이여. 이 아이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 아이를 지옥으로부터 구하소서. 오 주의 성심이여.

스티븐 : 닥쳐! 닥쳐! 닥치라고! 당신들 모두 할 수 있다면 내 영혼을 부숴 깨뜨려 보란 말이야! 난 당신들을 모두 굴복시킬 테다!

어머니 : (단말마의 신음으로) 주여 비옵나니 스티븐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갈보리 산에서 사랑과 슬픔과 고뇌로 질식 할 때의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스티븐 : Nothung! (마도魔刀)


(그는 양손으로 물푸레 나무 지팡이를 높이 쳐들어 샹들리에를 쨍그랑 깨버린다. 시간의 검푸른 최후의 불꽃이 튄다. 그러자 잇따른 어둠 속에, 모든 공간의 폐허, 산산조각으로 깨어진 유리 그리고 넘어지는 석조 건물.) - 15장 키르케



자신과의 싸움을 마친 블룸은 드디어 스티븐과 만난다. 하지만 스티븐 또한 자기 과거의 망령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던 중이었다. 스티븐은 돌아가신 어머니, 카톨릭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계속해서 기도를 하고 신의 도움을 울부짖는다. 하지만 스티븐은 격렬하게 저항한다. 자신의 마도를 높이 쳐들어 어머니를 향해 휘두름으로서 잘못 주입된 카톨릭의 피를 쳐부순다. 이 산산조각 나는 샹들리에가 부서진 과거의 망령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의현이란 아조씨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라는 말까지 했었다. 스티븐은 드디어 자기 마음속의 어머니를 죽이고 죄책감에서 벗어난다. 그는 카톨릭으로부터 벗어나 진짜 자유를 되찾는다. 



블룸 : 깜짝 놀란 듯, 들리지 않게 부른다.) 루디!

루디 : (바라보며, 하지만 블룸의 눈 응시하지는 않고, 계속해서 책을 읽으며, 입 맞추고, 미소 짓는다. 그는 섬세한 담자색 얼굴을 하고 있다. 양복에는 다이아몬드와 루비 단추가 달려 있다. 왼쪽 빈손에는 바이올렛 빛 나비매듭이 달린 가는 상아 막대를 쥐고 있다. 한 마리의 흰 새끼 양이 그의 조끼 호주머니로부터 엿본다.) - 15장 키르케


이후 깽판 친 스티븐을 잡으려는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블룸이 나타나 스티븐을 구원한다. 그리고 취해 쓰러진 스티븐에게서 루디의 환상을 본다. 블룸은 잃어버린 아들을, 스티븐은 찾아 헤매던 아버지를 되찾는 장면이다. 블룸은 스티븐을 통해 일어버린 아들에 대한 상처를 회복하게 되고, 스티븐은 블룸을 통해 정신적인 아버지를 얻고 정서적 안정을 받는다. 굉장히 감동적인 장면임. 한 3위정도 한다.




선행의 어떤 순서를 따라, 어떠한 부수적인 의식과 함께, 영광의 탈출이 구속의 집으로부터 황야의 거주지까지 이루어졌는가?


양초가 점화된 촛대를

블룸이 

든 채


집사 모가 걸린 물푸레 나무 지팡이를

스티븐이

든 채


(...)


구심적 잔류자는 어떻게 하여 원심적 출발자에게 출로를 부여했는가?


녹청동의 남성형 열쇠 자루를 흔들거리는 여성형 자물통의 구멍 속에 삽입하여, 열쇠의 손잡이 지레 장치를 쥐고, 그 돌기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려, 그의 고리못에서 빗장을 젖히고, 오래 되어 돌쩌귀가 빠진 문을 발작적으로 잡아 끌어, 자유로운 출구와 자유로운 입구를 위한 출로를 노정함으로써.


그들은 이별함에 있어 어떻게 서로 해어졌는가?


똑같은 문간에 그리고 문지방의 서로 다른 측면에 수직으로 서서, 고별적으로 양팔의 선을, 임의의 점에서 서로 닿게 하고, 두 직각의 합보다 작은 임의의 각으로 형성함으로써.


그들의 (각자의) 원심적 및 구심적인 손의 접선이 서로 맞닿고 떨어질 때, 무슨 소리가 때를 같이하여 일어났는가?


성 조지 성당의 차임벨에 의한 밤 시간의 계음.


두 사람은 그리고 각자는 종소리에서 어떤 메아리를 들었는가?


스티븐 : 

Liliata rutilantium. Turma circumdet. (백합처럼 환한 한 무리의 참회자. 그대를 둘러싸게 하소서.)

Iubilantium te virginum. Chorus excipiat. (처녀들의 영광의 합창대. 그대를 맞이하게 하소서)

블룸 : 

Heigho, heigho,

Heigho, heigho.  - 17장 이타카


덕분에 스티븐과 블룸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를 아버지처럼 아들처럼 여기게 된다. 블룸은 스티븐에게 자기 집에서 하룻밤 묵고 가기를 제안하지만, 스티븐은 정중히 거절한다. 아들은 성장했고, 이제 아버지에게서부터 독립해 나갈 만큼 성숙해 진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은 언제나 자신 곁에 두고 싶지만,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앞날을 축복한다. 블룸은 촛대를 들고 스티븐을 안내하며, 스티븐은 지팡이를 마치 십자가처럼 들고 그 뒤를 따른다. 그들은 처음 집을 나올 때는 열쇠를 갖고 있지 못했으나, 서로를 만나고 유대를 형성한 뒤에는 열쇠를 주렁주렁  매달고 자물쇠를 열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출구를 만든다. 이들이 되찾은 열쇠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출구는, 각자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그 동안의 방황이 끝나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오갈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문지방을 사이에 두고 서로 포옹하고 악수를 하며, 때마침 울려 퍼지는 종소리 안에 서로를 축복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런데 나에겐 아들이 없어 그이는 아들을 낳을 수 없었어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우리들은 서로 포옹했으니까 (...) 상상컨대 내가 울면서 짠 그 조그마한 털 재킷으로 그 애를 장사지내지 말 것을 그랬어 그걸 어떤 가엾은 애에게 주는 것이 나았을 걸 하지만 나는 다시는 아이를 갖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지 (...) 그가 자고 가지 않다니 정말 유감 천만이야 그는 불쌍하게도 몹시 피곤하여 잠을 푹 좀 자고 싶었던 게 틀림없어 (...) 말일 그가 우리와 같이 산다고 가정하면 정말 재미있을 거야 안 될게 뭐람 이층에 빈방이 있고 뒷방에는 밀리가 쓰던 침대도 있어 그는 거기에 있는 테이블에서 글도 쓰고 공부도 할 수 있을 텐데 – 18장 페넬로페


그리고 18장에선 몰리도 스티븐을 자기 아들처럼 생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티븐은 모험은 정신적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 한 층 더 성숙해져 완결된다. 

스티븐에게 출로를 열어주는 블룸의 모습은 자기 민족을 위해 홍해를 가르는 모세와 닮았다. 그리고 종소리 밑에서의 축복은 세속적인 종교에서 벗어나, 예술의 사제가 되는 임명식 같은 느낌도 준다. 이들은 방황 끝에 마음의 균형을 되찾고, 헤어져 스스로의 삶을 재건해 나갈 것이다. 난 이 장면을 율리시스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2위로 뽑는다.    




그가 서서히 사지를 뻗었을 때, 무엇과 부딪쳤는가?


깨끗한 새 침대보, 부수적인 여러 가지 향기, 그녀의 것인 여성의 몸 형태, 자신의 것이 아닌, 남성의 몸 형태로 눌린 자국, 몇 개의 빵 조각, 다시 요리한 통조림 저린 고기 몇 조각, 그는 이것들을 치웠다.


만일 그가 미소를 띠었다면 왜 미소를 띠었는가?


곰곰이 생각하건대 침대에 들어간 모든 남자는 자기 자신을 그곳에 들어간 최초의 자라고 상상하는데, 비록 그가 후기 계열 최초의 자라 할지라도 실은 언제나 전기 계열 최후의 자에 해당할 뿐이고, 각자는 자신을 최초의 자요, 최후의 자요, 유일 단독의 자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무한에서 기원하고 무한에서 반복되는 계열에 있어 그는 최초의 자도 최후의 자도 또는 유일 단독의 자도 전혀 아닌 것이다. -17장 이타카 



블룸이 침대에 들어가면서 몰리가 보일런을 위해 새로 깐 침대보를 발견한다. 이어서 보일런의 여러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앞선 장들에서였으면 미치고 펄쩍 뛸만한 풍경이었겠지만, 여기서 한층 성숙해진 의식을 보여준다. 바로 ‘그녀의 것’ ‘그의 것’ ‘나의 것’ 이라는 인식이다. 블룸 자신이 몰리의 아내이기는 하지만 블룸은 몰리의 것이 아니고 몰리도 블룸의 것이 아니다. 또 자신이 몰리의 최초이자 유일한 연인인 것도 아니다. 그건 보일런도, 몰리의 수많은 다른 연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블룸은 보일런과 여태 몰리가 사귀었던 남성들을 생각하면서 살며시 미소 짓는다. 이 장면은 오디세우스가 수많은 구혼자들을 도륙해버리는 장면과 맞먹는 승리의 장면으로 읽히기도 한다. 블룸은 더 이상 몰리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갈망하고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자신이 몰리를 사랑한다, 그 사실 만으로 충분하다는 거다. 그래서 블룸은 쿨하게 빵부스러기와 고기 조각을 손을 대충 쓸어버리고 자리에 눕는다. 정말 해탈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ㄹㅇ루다가 대단하자너

블룸은 자신의 정신적 아들 스티븐과 만남으로서 죽은 아들 루디에 대한 슬픔에서 벗어나고, 몰리의 불륜에 대한 집착도 떨쳐냈다. 블룸은 다시금 몰리의 풍만한 육체에 성욕을 느끼게 된다. 블룸은 몰리의 엉덩이에 찐~하게 키스를 하고, 몰리에게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잠든다.



그래(Yes) 그이가 잠자리에서 계란 두 개하고 아침을 먹겠다고 하다니 시티 암즈 호텔 이래로 그런 일은 결코 한 번도 없었지 – 18장 페넬로페


그래(Yes) 와 함께 그 유명한 몰리의 독백이 시작한다. 블룸은 자기 전 몰리에게 내일 먹을 아침을 부탁했던 거 같다. 이는 엄-청-나-게 드문 일이었다. 항상 수동적이었던 블룸이 다시 능동적으로 바뀐 모습을 보여준다. 몰리는 블룸의 변화를 눈치 챈 것 같다. 몰리는 블룸의 변화에 그래(Yes) 라는 긍정의 대답을 보여준다.



내가 아직도 젊은 바에야 그렇잖아 저렇게도 냉정한 그이와 살고 있으면서 짐짓 내가 시들어 빠진 할망구가 아닌 것이 이상스러워 나를 안아 주는 것도 단지 마음내킬 때뿐이지 잠잘 때는 나와 거꾸로 자지 게다가 추측컨대 그이는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니까 - 18장 페넬로페 



몰리의 독백은 자신의 첫사랑부터 보일런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인들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18장을 읽다 보면 이 몰리라는 인물이 어렸을 때부터 성욕이 강한 사람이었다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넘쳐나는 성욕으로 고민하는 모습도 많이 보여준다. 그리고 블룸은 이런 정열적인 여자를 꼬셨으면 만족으로 좀 시켜줘야 했을 텐데 우울에 빠져 몰리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그러니 몰리가 바람이 나 안 나? 몰리는 자신의 육체를 사랑해주는 많이 남성들과 넘치는 정력을 가진 보일런 같은 인물들과 관계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냉정한 블룸도 딴 여자랑 펜팔하면서 만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그이가 누구하고 관계하든 또는 그전에 누구와 잤든 이제 조금도 개의치 않지만 저 개망나니 계집에 메리와의 경우처럼 저물도록 둘이서 내 코끝에 달러 붙어있지 않게 하려면 정말이지 정신차려 살펴봐야 해 (...)

아니야 그에게는 별도리 없어 그이는 예의도 없고 세련된 데도 없는 데다가 그의 천성에는 아무 것도 없어 자기를 휴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해서 그처럼 내 엉덩이를 찰싹하고 때리다니 시와 양배추도 구별 못하는 무식쟁이란 말이야 – 18장 페넬로페 



하지만 이내 몰리의 의식은 블룸에게 되돌아온다. 블룸에게 실망감을 느낀 건 사실이지만, 몰리는 여전히 블룸을 사랑하는 것 같다. 블룸이 다른 여자랑 펜팔하는 걸 보며 질투하고, 보일런의 꼴마초스러운 행동거지를 욕하기도 한다. 18장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블룸을 향한 질투, 호기심, 애정, 그리움의 감정이 촉촉하게 묻어난다. 



그이의 미치광이 같은 편지 나의 값진 보물이여 당신의 영광스런 육체에 관련된 것은 무엇이나 무엇이란 말에 밑줄을 쳤었어 그거야말로 영원토록 기쁨의 그리고 미의 장본입니다 그가 가지고 있던 어떤 시시한 책에서 골라 뽑은 글귀였지 그따위 짓은 언제나 나 혼자서 할 수 있단 말이야 하루에도 네 번 다섯 번 그런데 내가 저는 그런 짓 안 해요 하고 말하자 그이는 정말이오 하고 말하는 거야 (...) 당신을 위해 태양이 비추고 있소 그이는 우리들이 호우드 언덕과 만병초꽃 숲 속에 누어있을 때 내게 말했지 회색 스코치 나사 복에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어 그날 그이가 내게 청혼하도록 해주었지 그래(yes) 먼저 나는 입에 넣고 있던 씨앗 과자 나머지를 그이 입에 살며시 넣어 주었어 그리고 그해도 올해처럼 윤년이었지 그래(yes) 벌써 16년 전이야 맙소사 저 오랫동안의 입맞춤이 끝나자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지 그래(yes) 그이는 나를 야산의 꽃이라고 했어 그래(yes) (...) 그리고 그이는 무어의 성벽 밑에서 내게 키스했지 그리고 나는 그이를 당연 다른 사람들만큼 훌륭하다고 생각 했어 그런 다음 그이에게 눈으로 부탁했어 다시 한 번 내게 물어달라고 말이야 그래(yes) 그러자 그이는 내게 다시 물었어 그래(yes)라고 대답해 주겠느냐고 그래(yes)라고 내 야산의 꽃이여 그리고 나는 우선 팔로 그이의 몸을 감았지 그래(yes) 그리고 그이를 내게 끌어당겼어 그이가 내 가슴의 향내를 느낄 수 있게 그래(yes) 그러자 그이의 심장이 미칠 듯이 팔딱거렸어 그리고 그래요(yes) 나는 그래요(yes)라고 말했어 그렇게 하겠어요 그래요(Yes) - 18장 페넬로페


율리시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몰리의 독백이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길게도 옮겼다. 말침표도 쉼표도 없이 연속적으로 내뱉는 몰리의 독백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단연코 Yes. 옮겨쓰면서 Yes 에다 !를 붙이고 싶었는데 참았다. 몰리가 칼립소로 그려지는 4장에서 블룸에게 대답하는 으음(Mn) 이란 단어와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 현재를 직시하고 긍정 하는 것, 바로 Yes 이다. 15장에서 블룸이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고 인정하듯, 몰리도 자신의 숨겨진 욕망에 직면하게 된다. 가족 간의 불화와 자신의 불륜, 자기 딸과 은근히 미모를 경쟁하는 모습과 스티븐에게도 성욕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자기는 여전히 블룸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블룸을 사랑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Yes 라 긍정하며 마무리된다. 저 숨막히게 아름다운 고백의 장면, 나도 덩달아 가슴 두근거리고 설렌다. 사족이지만 청혼 이후 호우드 언덕에서의 몰리와 블룸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보고 싶거든 8장 344~5페이지를 읽어보자. 정말 숨막히게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아버지를 찾아 방황하던 텔레마코스 스티븐도 결국 정신적 아버지인 블룸을 만나 한층 성숙해져 독립해나가고, 길고 긴 하루를 떠돌아 다니던 오디세우스 블룸도 처음 집을 나설때는 칼립소의 영역이었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집은 아늑한 고향땅 이타카가 되었다. 무엇보다 죽은 아들 루디에 대한 슬픔에서 벗어나 다시 몰리에 대한 사랑을 되뇌이며 몰리의 엉덩이에 키스를 하고 다시 잠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바람났던 페넬로페 몰리도 처음엔 블룸의 질문에 으음~ 하는 모호한 대답에 딴 남자 만날 생각만 가득했지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결국 다시 블룸에게 되돌아와 예스! 를 외치며 끝난다. 


역히 해피엔딩이 최고야!!


정말 읽기 더럽게 힘든 작품이었고, 결국 오늘 독후감으로 쓴 메인 스토리 이외의 곁가지는 정말 하나도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충분히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요약


1. 젊은 예술가의 초상 2권

2. 블룸이 먹고 마시고 똥싸고 목욕하고 예배하고 장례식가고 일하고 힘들고 싸우고 착한 일도 하고 돌아다니고 인사하고 노래하고 편지쓰고 술먹고 책일고 딸치고 매춘하고 지쳐 잠드는 일상적인 모험을 통해 마음의 균형을 잃고 방황하다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3. 좆노잼이다 읽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