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저번에 쿤데라의 농담과 면도날 중 면도날 추가 많아서 면도날을 읽게 됨
달과 6펜스가 그닥 매력적이지 않아서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정말 맘에 들었다 올해 읽은 20권 넘는 책들 중에 탑 3안에 들어갈듯
대충 줄거리는 1차세계 대전 후 미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삶에 대한 다양한 기준을 가진 인물들을 보여주며 삶의 가치는 어디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임
실제 쓰여진 시기는 2차세계대전 직후인가 그러니 당시의 청년들에게도 지금만큼이나 내용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일단 책은 잘 읽혔다. 인물들이 개성 넘치고 다양하게 의미있는 사건들로 가득 차 있어서 지루하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그리고 달과 6펜스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자신을 모티브로 삼은 관찰자, 진리를 찾아나서는 괴짜 주인공 구성이 똑 닮았다. 하지만 달과 6펜스와는 다르게 주인공 래리에게만 서사가 집중된 게 아니라서 흐름이 단조롭지 않은 점이 좋았다
읽는데 자꾸만 위대한 개츠비나 안나 카레리나가 생각이 났다 왠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엔 대표적인 인물별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다
래리 : 이상적인 인물이다 전쟁을 계기로 인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며 전세계를 떠돌다 본인 나름대로의 답을 찾고 본인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래리는 작가를 포함한 모든 인물과 달리 물질에선 결국 어떠한 가치도 두지 않았다. 두통에 시달리는 그레이를 비롯한 많은 인물들의 자기인식을 바꿔 삶을 변화시켰듯 세상에 대한 인식을 바꿈으로써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나도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술궃은 날엔 가게 알바의 미소에도 질투가 나지만 기분좋은 날엔 몇 천번 본 따분했던 햇살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가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한, 우리의 삶은 행복을 향한 무한한 가능성이 들어있다 생각하게 된다. 래리처럼 생각하고 살 수 있다면 힘들어도 행복하고 좋을 땐 더 행복할 거 같다
이사벨 : 처음엔 안카의 키티가 생각나다 나중에 갈수록 뭔가 개츠비의 데이지가 떠오르는 캐릭터였다. 자아실현, 진리에 대한 고민보단 다이아몬드와 모피 코트가 좋은 인물로 우리 모습과 가장 많이 닮아있는 속물적인 캐릭터라 생각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사벨에 나쁜년으로 느껴지지만(소피 사건은 진짜 나빴다) 그럼에도 우리한테도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게 느껴져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었다. 우린 대부분 풍족하고 편안한 삶이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잠자리가 좋다. 때로는 한 때 내꺼라 생각했던 사람에 미련을 갖고 그 사람이 내 세상을 떠난다는 걸 인정하기 싫고 질투가 난다. 이사벨 같이 산다면 대부분 행복하고 모두에게 그렇게 보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때때로 무언가 무언가가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지 않을까
채워도 채워도 자꾸만 놓친 게 계속 떠오를 거 같다
엘리엇 : 체면, 사회적 지위, 인맥 같은 표면적이고 공허한 가치에 매달리는 사람이다. 죽을 때까지도 그런 부질없는 것들을 좇았다. 겉보기엔 속물적이고 따분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를 대할 때 보이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동정이 가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엘리엇의 마지막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엘리엇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 건 사실 사교계는 당연히 아니고 돈이나 백작따위의 지위도 아니다. 엘리엇의 착한 본성이 아니었다면 엘리엇은 마지막까지 만족하며 생을 마감할 수 없었을 거다. 그에게 주변 사람을 챙기고 기뻐하는 일이 없었다면 몸은 편지지를 구하지 못했을 거고 절망 속에서 인생을 끝마쳤을 거다. 양파 한 뿌리 같은 그의 마음씨가 그를 행복으로 이끈거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행복을 향한 길이 참 다양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그 길이 자신에게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그걸론 모자라단 느낌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행복을 향한 길을 은하수 갈래만큼 펼쳐져 있으니 혹시 행복하지 않다 느끼는 독붕이들도 본인에게 맞는 길을 찾으면 좋겠다
면도날 추
개추야 증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