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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인생 끝에 마주한 것은
남편의 실종, 남편의 빚, 남편이 남긴 기록......
그리고 네가 죽길 바라는 널 스쳐간 인연들,
그리고 널 지켜보는 누군가......
한줄요약
난 널 오랫동안 지켜봤어... 넌 날 용서하게 될 거야......
마이클 로보텀의 스릴러 소설이자,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6번째 소설이다. 사실 북로드 스토리 콜렉터로 따지면 네 번째 소설이다. 1, 2번째는 용의자 1, 2권을 가리키는데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출판사(망함)에서 출판하고 절판됐다. 물론 몰라도 이해에 지장은 없고, 실제로 용의자의 내용은 산산이 부서진 남자(북로드 스토리 콜렉터 기준 조 올로클린 시리즈 첫 번째 작품)에서 언급되는 정도에 그친다. 그래도 보고 싶다면 원서 사서 읽어야지 orz
원제 Watching you, 직역으로 때려박은 건데 역대 제목들을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다. 마이클 로보텀이 제목을 직관적으로 짓는 편이라 그런 듯하다. 참고로 역대 제목들은 이렇다. 용의자(The Suspect), 산산이 부서진 남자(Shatter), 내 것이었던 소녀(Bleed me), 미안하다고 말해(Say you're sorry)
우선 시리즈의 특징부터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심리학자이며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조지프 올로클린 교수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명석한 두뇌에 뛰어난 관찰력으로 남들은 보지 못하는 심리학적 표지를 따라 범인을 그려내고 상상하고 그의 행동을 예측한다. 시리즈마다 한 번씩은 올로클린이 분석가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올로클린이 당하는 꼴이 영 좋지 못하다(...)
또한 올로클린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2개이며, 이번 작품에선 예외적으로 3개이다. 그리고 이야기 2개 중 하나는 당연히 올로클린의 이야기이고, 나머지 하나는 범인, 피해자, 혹은 제삼자의 시점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이야기는 양립하며 나아가다가 어느 시점부터 하나로 합쳐지는데, 그 지점이 바로 작품의 '후반부'에 해당된다.
현재형 간결체 문장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스릴러라는 장르에 가장 완벽히 부합하며, 한 파트 마다 길지 않고 짧게 끝나는 구성은 스릴러 드라마의 연출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다. 특히 각 파트가 끝날 때마다 맺는 마무리는 웰스의 간결체가 선보였던 그 짙은 여운을 남기는데, 이는 간결체가 만연체와 달리 압축적이고 함축적이고, 생략된 자간 사이의 말과 뒷말을 침묵함으로써 독자가 곱씹게 되는 특성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물론 웰스처럼 매운맛인 건 아니다.
널 지켜보고 있어는 예외적으로 3개의 시점에서 진행된다고 했는데, 각 시점은 이렇다.
1. 마니를 지켜보는 사람
2. 마니 로건
3. 조 올로클린
첫 페이지부터 1번이, 그 다음에 2번이, 나중에 가서야 3번이 나온다. 미안하다고 말해에서도 조 올로클린의 등장이 뒤늦었는데, 후반부에 진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조 올로클린은 주연이기보다 조연에 가깝다. 오히려 마니 로건의 시점의 이야기가 더 많고, 자주 제시되며, 주연으로 다루고 있다.
때문에 이 작품은 스릴러라는 장르로 묶을 수는 있지만, 초반부 마니 로건의 삶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그 곡절과 인생에서 틀어진 모순들을 짚어내는 과정이 다소 늘어지기 때문에 스릴러보단 미스터리에 가깝다. 서사 구성 자체가 "점차 좁혀져오는 사건의 모순과 범인"이며, 마니 로건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사건이 일단 벌어지고 보는 앞선 작품들과 달라 속도감을 기대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중~후반부부터는 올로클린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속도감은 살아난다.
또 다른 시리즈와 비교해 차별점을 찾는다면 올로클린 교수의 난전이다. 미안하다고 말해에서 보여준 교수의 실책과는 다르다. 역대 시리즈에서 교수가 프로파일링이 나오는 시점은 사건의 감을 잡은 중반부이다. 바꿔말하면 교수가 프로파일링을 한 시점부터 중반부라 봐도 좋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올로클린이 범인에 대한 감도 잡지 못하며 사건에 난색을 표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범인이 치밀하기 때문도 있지만 로보텀이 '오해할 수밖에 없는' 치밀한 구성을 짜놨기 때문도 있다.
특히 독자가 섣불리 범인을 추리하고 진상을 밝히려 했다간 로보텀의 뒤통수를 맞기 십상이다. 스노우맨처럼 범인에 대한 페이크를 계속해서 치는 게 아니라, 독자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 뒤 그걸 보기 좋게 뒤집어버린다. 독자를 대놓고 기만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걸 기억하고 의심하는 독자라면 로보텀의 기만술에 속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로보텀이 치밀하다는 것이다. 이미 판단 근거는 꾸준히 제시됐다. 그걸 독자가 멋대로 추리했다가 뒤통수를 맞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범인의 정체를 밝혀낸 시점이 작품의 최후반부에 속해있고, 그 지점이 바로 거의 모든 진상이 밝혀지는 지점이다. 다른 작품에선 범인 체포 이후에도 사건이 끝나지 않는데, 이 작품은 범인 체포와 짧은 재판 과정이 에필로그에 속한다.
무엇보다도 로보텀의 특징으로 내세울 점이 "깔끔한 엔딩"이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깔끔한 엔딩이란 작품의 모든 복선이 회수되고 그 결말 또한 다 서술됐음을 말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예외적이다. 깔끔하지 않다. 복선을 전부 회수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작품 구조 자체가 기존의 시리즈와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도 있으며, 하나의 관습으로 남는 걸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이런 찝찝한 엔딩이 완성도를 해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로보텀은 충분히 판단할 근거를 마련해뒀다. 그러나 판단은 우리의 몫이다. 독자를 위한 즐거움을 남겨뒀다.
뒤표지조차도 하나의 기만이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 로보텀이란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래서 내가 반했구나 싶었고, 이러니까 내가 다 사서 읽지 싶었다. 앞으로 올로클린 시리즈의 "날 쳐다보지 마"와 독립적인 작품인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가 있는데, 이 두 작품도 매우 기대 중이다. 이 두 작품도 읽게 되면 플로우차트도 기꺼이 만들 생각이다ㅎㅎ
미스터리에 가까운 스릴러, 기만의 연속, 치밀한 구성과 복선, 그리고 인간적인 인간을 보고 싶다면 마이클 로보텀을, 조 올로클린 시리즈를 기꺼이 추천한다.
널 지켜보고 있어 등급표
필력: A+
독서 과정에서 느끼는 총체적인 평가, 곧 작품 자체에 대한 인상. 나머지 6개의 기준을 모두 합친 또 하나의 전체적인 기준.
가독성: A++
문장을 읽을 때 글이 얼마나 잘 읽히고 술술 넘어가느냐를 기준으로 삼음. 본인 어휘력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으니 주의.
인물: A
주인공을 비롯한 각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개성, 매력, 혹은 대사 센스, 유머까지, 곧 작중 인물을 얼마나 잘 살려내고 잘 써내고 잘 활용하느냐에 대한 기준.
설정: A+
장르별로 기준의 정의가 다르게 작용하겠지만, 공통적으로는 배경되는 시공간과 전후상황 등의 설정들이 가지는 매력과 활용도가 기준.
분위기: B+
말 그대로 작품에 깔리는 분위기. 전체적인 분위기, 각 파트별 분위기, 분위기 전환 등의 '장면 인상' 위주의 기준.
구성: A+++
책 자체의 구성(목차), 문단 구성, 사건 구성, 사건의 흐름, 배치, 플롯으로 퉁칠 수 있는 부분까지. 소설의 골격에 대한 기준.
문장: A
필력이 소설이라는 군집적이고 총체적인 문장의 인상이라면, 문장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부분을 가리키며, 흔히 부르는 묘사도 여기에 포함.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군상극 추리물은 아님. 추리 자체는 올로클린 교수의 시점에서만 이뤄짐. 뭉뚱그려 설명하면 1. 범인 시점 2. 피해자 시점 3. 탐정 시점으로 분류됨
장르소설에 회의적이었는데 많이 배우고감
장르소설도... 재밌는 거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