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주의와 관련된 책을 읽다가 선불교에 관심이 생겨서

선불교 관련 나무위키 문서들을 좀 읽었는데

마음챙김이나 마음의 평화를 위한 명상이 아닌

무아의 상태(무아지경)에 이르기 위한 명상이란 개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

그래서 방법이고 뭐고 아무 사전지식 없이

자세도 그냥 누운채로 눈을 감고

무아와 공함에 대해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그 무아와 공함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생각을 집중하는데

살면서 가장 신비한 경험을 했다

어느순간 시야가 하얗게 변하면서

눈동자가 파르르르 떨렸다

의식은 아직 확실히 남아있었고 주변 환경도 의식이 됐지만

전혀 해본적 없던 경험에 꽤 당혹스러웠다

그러던 와중 조금 더 명상 상태에 빠져들자

내 입이 크게 벌어지는 것과 양 팔이 위로 들리는 것을 느꼈다

입이 벌어지고 팔이 들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힘을 줘서 입을 연다거나 팔이 중력 때문에 아프다는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역시 의식은 남아있었고 주변의 소리들도 들려왔다

그래도 최대한 의식마저 지우려고 노력했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몸이 움직인다는 얘기는 진짜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ㅋㅋㅋ

교회다니는 사람들이 방언터진다는게 약간 이런 개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는 에너지 같은 것이 팔다리를 타고 흐르고

어느순간 황홀경이 온몸을 휘감아온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전까지 불교를 믿지도 않았고 신이나 신비 같은 것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내 양팔이 위로 들리고 황홀경에 다가서는 기분은, 이것이 갖는 생리학적 메카니즘은 무엇이며 무아의 철학적 의미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였다.

그리고 명상을 하면 황홀경을 느낀다고 하는 나무위키의 글을 봤을 땐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명상은 지루하고 하다보면 잠만 오고 일상에 찌든 사람들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치 LSD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면 이런 느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약간 마약적인? 쾌락에 스며드는게 분명히 느껴졌다.

그런데 나는 룸메이트가 있고, 혹시 황홀경에 빠져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양 팔을 번쩍 들고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고 있는 내 모습을 잠에서 깨서 보게되면 엑소시스트를 연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눈을 뜨고 몸을 움직여 그 상태에서 빠져나왔다.

(소변이 나오거나 오르가즘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조금 들었다)

빠져나왔다는 것의 의미도 애매한 것이, 잠에서 깰때처럼 단속적인 느낌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눈을 떴을 뿐.

내 생각에 그 단계에서 더 깊이 빠져들면 더 큰 황홀경이 있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야 진정한 무아의 단계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찾아보니까 황홀경은 무아지경에 다다르기 전의 단계로, 그 단계를 넘어서야 진정한 무아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그건 곧 있다가 시도해보기로 하고, 선불교나 신비주의적 경험에 대한 책을 좀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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