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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까지는 되게 감탄하면서 읽었음. 각종 어휘 잔치를 통해 기술자본주의 사회가 개인의 삶을 침투하고 규정하면서, 현대인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방식을 구체화하는 부분들이 되게 마음에 들었지.

똘이를 계승했다고 하던데 그것처럼 빌드업이 상당한데, 빌드업이 그저 빌드업에 머무는게 아니라 플로베르처럼 개별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부분 하나하나를 포착하고 장식하는 식으로 승화시켜 더 밀도 있는 느낌이었고.

근데 뭔가 뒤로 갈수록 그 이상을 안 보여주는 느낌? 앞에서 했던 것를 계속 반복하고 서사는 진행되지만 뭔가 정체된 느낌이고 지속된 묘사는 어느순간 묘사이기만 한 것 같고...

난 단편 소설은 한 순간의 포착을, 중편 소설은 포착에 이은 그 상황에 대한 탐구를, 장편 소설은 탐구와 포착을 넘어 하나의 본질을 세우는 것이 그 나름의 미학이라고 생각함. 하지만 인생 수정은 지속적인 포착과 탐구만을 수행했을 뿐, 어떤 총체적인 정립에까지는 이르지 못한게 아닐까 싶음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정립은 작가가 내리는 어떤 결론이나 배배꼬아놓은 하고 싶은 말이라기 보단 작품에서 계속되는 탐구를 통해 자연스레 드러나는 총체적인 시각이라 할 수 있겠다).

과연 이 소설이 지속적인 탐구 끝에 이르게 되는 인간 실존의 한 부분을 캐치했는가?라 묻는다면 내가 읽었을 땐 그닥이라고 대답할 듯.

뭐 그런게 포모의 미덕이라면 그닥 할 말은 없지만 그렇다면 최소한 700페이지라는 두께로 쓰지 않았다면 읽는 동안 팔이라도 편하지 않았을지


하지만 이건 그냥 불평이고 썩 괜찮은 소설이었음. 이 정도면 고전으로 남을 만하지 않을까 싶은? 다른 작품들 중에 순수가 괜찮다고 들었는데 시간 되면 들춰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