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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Q84>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 두 주인공이 어떤 이유에 의해 같은 평행세계로 넘어온 뒤, 어린 시절 서로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고난을 극복하고 재회에 성공한다.
3. 큰 스토리 라인은 하루키답게, 일본스럽고 정석적인 클리셰들을 하루키만의 순서대로 배치했다. 평행세계, 유년기의 추억, 감동적인 재회...
4. 클리셰의 독창적인 배치... 이건 좀 양날의 검이다. 재미있거나, 뻔하거나(그러고보니 일본적 클리셰의 활용은 하루키답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다만).
5. 이런 양가적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내게 <1Q84>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6. 이유는 다음들과 같다; 작가의 스토리 견인력, 아주 자연스럽고 생생한 묘사 (특히 3권), 마음에 드는 결말.
7. 스토리 견인력에 대해 얘기해보자. 하루키가 술술 넘어가는 문장들을 이용해 스토리를 잘 끌어나간다는 건 까도 빠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8. <1Q84>에서 하루키의 견인력이 다른 작품들에서보다 더욱 빛나는 것은 새로운 소재에 대한 시도와 기존 소재의 재활용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9. '리틀피플'과 '선구', '교주' 등의 존재들의 뿌리를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우시카와'라는 인물의 도입.)
10. 잘 아는 소재는 어떻게든 플러스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독자에게는 몰입의 동기로, 작가에게는 무궁무진한 활용의 가능성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1. 사이비 종교의 형성과 운영, 몰락에 대한 하루키의 이해가 이 소설의 주요 소재들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2. 그와 동시에 하루키는 특유의 이미지 가공 능력을 활용하여 '마더'와 '도터'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13. 그리고 이를 '아오마메'와 '후카에리', 두 주요 인물들의 관계에 덧씌움으로써 스토리의 응집력을 높이는 데에 성공했다.
14. 아는 것들과, 아는 것들에 기반해 만든 자신의 창조물로 구성된, 에너지가 응집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하루키의 힘을 <1Q84>에서 느꼈다.
15. 물론 기계적인 섹스, 허무주의적 감성 또한 그 힘의 일부라는 점에서 일종의 진부함을 느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겠다.
16. 섹.스.조.아.
17. 다음으로 자연스럽고 생생한 묘사에 대해 얘기해보자.
18. 작중 후카에리의 <공기 번데기>라는 소재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나는 머리가 아파진다.
19. 개인적으로도 소설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그 속의 이야기와 대응되며 잘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 예를 들면, A라는 이야기 속에 a라는 이야기를 삽입함으로써 둘 사이의 중복은 없되 a가 A를 잘 암시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21. 러프하게 말하자면, a라는 이야기가 한 번 정해지면 A는 그것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둘의 관계는 운명론적이기 때문이다.
22. 그런데 <공기 번데기>와 <1Q84>사이의 관계에서 운명론의 불편함, 예컨대 작위성이나 진부함 등을 느낄 수 없었다.
23. 왜냐하면 잘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것을 '자연스럽고 생생한' 묘사라고 표현하고 싶다.
24. 묘사가 자연스럽기 위해서는 '잘 상상'하고 '잘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전에 이미 '잘 설계'되어있어야 한다.
25. 도끼같은 초고의 달인이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에 하루키는 수십 번은 퇴고를 반복하는(<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사람이다.
26. 수 없는 반복들의 연속에서 겉 이야기와 속 이야기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생생한 묘사가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이 들 수밖에 없다.
27.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가령, 구라를 치면서 구라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만큼이나 머리를 쓰는 일이다. 그런데 이제 그걸 수백 페이지에 걸쳐서 하는.
28. 이건 내가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이다.
29. 야스광 하루키가 레즈 보빔 섹스를 삽입하건 동성애 섹스를 삽입하건 쓰리썸 섹스를 삽입하건 나한테는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30. 왜냐면 내가 하루키의 작품에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소재가 아니라, 앞서 말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기 때문이다.
31. 그리고 그 힘은 많은 퇴고와 수 없는 설계에서 비롯되는, 잘 지어지고 견고한 벽돌 건물같은 것이다.
32.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 그건 원피스같은 존재다. 동업자라면 뛰어들 수밖에 없는, 보물같은 거.
33. 마지막으로 마음에 드는 결말에 대해 얘기해보자.
34. 최근에 <노인과 바다>에 대한 설전이 독갤에서 일어난 걸로 알고 있다. 존1나 과대평가됐다고.
35.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니 일견 이해가 갔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36. 나는 이야기의 처음과 중간을 합친 것만큼 끝을 중요하게 생각난다.
37. 앞에서 뭔 지랄을 하고, 플롯을 망쳐놓고, 괴상한 설정놀음을 하건 잘 끝맺음내기만 하면 반타작은 했다, 평타는 쳤다고 생각한다.
38. <1Q84>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1Q84>는 처음과 중간과 끝이 모두 잘 끝났다.
39. 처음과 중간까지 모두 얘기하면 너무 길어질 것같기도 하고 (써봤는데 100.이 넘어간다.) 하여 끝만 살펴보자.
40. 결말로 묘사되는 장면은 크게 두 가지이다.
41. 덴고와 아오마메가 '달이 두 개인 세계'에서 무사히 탈출한 것과, 우시카와의 시신을 갖고 리틀 피플이 공기 번데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
42. 내가 참 좋아하는 결말을 둘 다 넣어놨다. 희망과 절망의 공존. 생동감과 무미건조함의 결합.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거대 서사와 미시 서사의 공존.
43. 리틀 피플이 지배하는 세계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로 치면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요즘은 좀 변한 것 같다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44. 동시에 덴고와 아오마메의 세계는 변했다. 서로의 인식과 만남, 감정의 공유를 통해서. 그리고 서로를 품에 안음으로써.
45. 얼마나 낭만적인지. 나는 이런 걸 좋아한다. 동시에 얼마나 절망적인지. 나는 이런 것도 좋아한다.
46. 조금 뒤틀린 의미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잘 지냈습니다.' 라는 결말이다.
47. 그런 것에서 나는 아이러니와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꼈다. 그 과정이 합리화될 만한 것인지는 둘째 치고.
48. 이상의 세 이유에서 나는 <1Q84>가 참 잘 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잘 읽히고, 잘 설계되고, 잘 끝났다.
49. 좋은 작품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50. 동시에, 좋은 작품을 보면 그런 작품을 따라잡을 작품을 쓰고 싶어진다. (정영수가 말했던 것으로 기억)
51. 나한테는 <1Q84>가 그런 글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접한 이후로 24이 된 지금까지 1년에 한 번, 두 번 씩은 꼭 읽었다.
52. 동시에 소설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도 해준다.
53. 많은 사람들이 하루키와 그의 작품에 대해 논쟁한다. 기계적인 섹스와 유치한 허무주의, 또는 현대인의 감성의 총집합이라고.
54. 사실 나한테는 그런 논쟁이 무의미해보인다. 정확히는, 그런 논쟁은 부차적인 것이다.
55. 내게 소설에 대한 유의미한 논쟁은 '재미'이다. 재미있는 소설은 유의미한 소설이고, 그렇지 않은 소설은 무의미한 소설이다.
56. 예컨대 <82년 김지영>이 있다고 하자. 그것이 페미니즘 논쟁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유의성을 가진다고 한다는 서술은 내게는 무의미하다.
57. <82년 김지영>이 재미없었다고 한다면 내게는 그것이 유의미하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본질이고, 모든 논쟁은 본질에 대한 논의이기 때문이다.
58. <1Q84>는 현대인을 위한 재미있는 모험담이다. 킬러가 나오고, 난쟁이도 나오고, 어린 시절의 인연에 대해서도 나오고, 섹스도 나오고.
59. 그정도면 <1Q84>는 일단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성공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한테는 옳다. 그것에 대한 호오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60. 어떻게 끝을 내는 게 좋을지 모르겠는데,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면서 끝내야겠다.
61. 후카에리 머꼴 아니냐? ㄹㅇ 세계관 최강자다.
1.나는 이 정도로 긴 감상문은 끝까지 읽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한다. 그런데 이글은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2.하루키 작품은 놀숲,빵집습격 어쩌구 하는소설만 완독했고 다른 몇권을 중간에 덮었다.내 취향이 아니라는 결론 냈다.하지만 이감상문을 읽고 난후 1Q84 를 읽어야겠다는 강한 충동이 생겼다
샛별이도 후카에리처럼 여중생짱인 고야요!
샛별게이야...
이 글 보닌깐 다시 1Q84 보고싶네.. - dc App
잘 읽었음 ㅋㅋ 막줄추!
ㄹㅇ 다 필요없고 재미가 맞긴함. 일단 재밌으면은 장르 상관없이 다 읽힘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