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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이천 년 전에 살다 간 보통사람들의 삶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개연성 있게 복원하고자 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사회건 역사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인물은 한정되어 있지. 이들은 보통 문자를 활용할 줄 아는 지배층의 일원일 가능성이 높았지.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서 기록에만 의존하여 과거를 상상한다면 실제로는 한 줌 소수에 지나지 않았을 지배층의 일방적인 견해만 반영될 수 있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어.



저자는 무덤의 묘비명, 파피루스 문서, 편지, 당대 유행했던 꿈풀이 서적, 격언과 일화, 당대 문학서적, 당대 역사서, 신약성경 등 당대 사회상의 흔적이 남았음직한 자료를 총망라해서 로마시대 보통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내가 과문한 탓도 있겠지만 피지배층의 목소리와 생활사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 정도 밀도로 흡인력 있게 기술해놓은 역사책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아.



평민 남녀, 노예, 해방노예, 빈민, 군인, 매춘부, 산적과 해적 등 갖가지 계층에 속해 있던 사람들의 삶을 훔쳐볼 수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사는 건 괴로운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 사회가 없는 사람들한테 더 가혹한 건 그대로인 것 같아. 고대시대가 날 것 그대로 폭력적이었다는 차이만 뺀다면 말이지.



우리가 로마인 하면 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 등 당대의 지배자들만 떠올리듯이 후세인들이 우리 시대를 배우며 역대 대통령들과 대기업 총수들만 기억한다면 어쩐지 씁쓸할 것 같아. 먼 미래의 후손들이 과거 어떤 시대에는 활자로 된 매체를 수집하고 읽는 '이미 당시 기준으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살았다고 짤막하게나마 기억해주길 바란다면 역시 지나친 욕심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