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대학교 교양수업 교재 처럼 보인다. 책 제목만 봐서는 연극이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가르쳐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책은 딱딱함 과는 거리가 먼 책이다. 개념을 설명 하기보다는 희곡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에 가까운 책이라고 보면된다. 가독성 또한 좋다. 저자가 실제 강의했던 내용을 풀어서 담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예시, 그림, 도표, 사진 또한 독자들이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재미있다. 그 재미란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론에서 기인한다. 방법론은 고정관념을 깬다. 재미있다.
미술관은 정말 좋아
배우가 무대에서 “아 미술관은 정말 좋아”라고 얘기한다고 하자. 이 무슨 뜬금없는 대산가. 관객을 불러다 놓고 미술관이 정말 좋다니. 공익 광고도 아니고. 요새 공익광고도 이런 식으론 하지 않는다. 이건 셀프 스포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백함으로써 관객, 독자들의 기대를 날려버리는 행위인 것이다.이런 악수는 나 같은 아마추어들이 자주 둔다. 저자는 이런 악수를 방지하기 위해 솔루션을 만들어 두었다. 먼 이미지부터 가까운 이미지를 나열하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냐? 미술관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느낌, 생각 형태들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처럼 그것을 먼 이미지에서 가까운 이미지로 나열해보자.
1. 조용하다. 2. 데이트하기 좋다. 3. 고상한 분위기. 4.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있다. 5. 그림이 있다. 6. 미대생이 스케치를 하고 있다. 등이다.
대화나 글은 이제 이 순서대로 쓰면 된다. 조용하고 사람들이 천천히 지나다니는 모습을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림과 미대생을 부각시키자. 이제 관객이나, 독자들은 글이나 배우들의 연기를 따라 서서히 미술관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을 작품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다. 글을 시작하기 어려울때 이 방식대로 연상하면서 글을 시작하면 꽤 수월해 질듯하다.
장소먼저 선정하라?
글은 머리속에 있는 것, 가슴속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 종이위에 써넣는 일이다. 즉, 글쓰기란 자기생각, 주장이다. 그렇다면 희곡에서는 대사를 쓰기전에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정리한뒤 대사를 쓰면 될 듯 싶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저자는 희곡을 쓰기전 할일을 확실히 해두라고 조언한다. 장소와 배경,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것이다. 아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결해놓고 장소와 배경을 설정하는게 아닌가. 그럼 왜 장소를 먼저 설정해야 되는 걸까? 장소는 인물들이 드나드는 공간이다. 공간에 따라 대화는 천차만별이다. 사무실에서는 직원들끼리만 대화가 이뤄진다. 이게 사적인 공간이다. 광장 같은 공적인 공간에서는 사람들은 많은나 세밀한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따위의 회화만 이루어질 뿐이다. 희곡은 대화를 진전시켜 나가는 장르이고, 장소에 따라 대화의 유무가 갈린다. 대화가 없는 희곡을 쓸 수는 없다. 그래서 장소 먼저 선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세미 퍼블릭한 공간'을 이상인 공간으로 꼽는다. 말그대로 공적-사적 공간의 중간영역이다. 내부사람들 차지한 공간이지만 외부사람들도 자유스럽게 드나들수 있는 공간이다. 세미 퍼블릭한 공간은 사적인 공간, 공적인 공간 양자의 성격을 다 띤다. 당연히 이 공간에서는 내부사람들만의 세밀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공적인 영역이기에 내부사람과 외부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때 대화는 새로운 사건, 다른 생각, 다른 관점이 교환된다. 여기서 작품은 재밌어 지는 것이다. 만일 편향된 공간만 있다면 그 작품은 단조워질게 뻔하다. 결국, 작품이 제대로 되려면 장소먼저 설정해야 되는 것이다.
소통창구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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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란 것은 자기 중심적이다. 글은 다른사람이 보는 것이긴 하지만, 결국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 크게 변함은 없다. 저자는 조금 다른 관점을 내놓는다. 이 관점 또한 공감이 간다. 연극은 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사람과 함께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공유하는데에 있다는 거다. 소통이 중요하단 얘기다. 희극을 쓰는 극작가가 자신이 할말을 먼저 정하게 되면 관객과의 소통이 어려워진다. 자신의 생각이 앞서고 소통할 창구(장소, 배경, 문제)는 후순위이기 때문이다. 소통할 창구를 열어놓고 그 다음 자신의 할 얘기를 할 때여야만 관객이 극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피드백 해준다. 요는 소통할 창구를 먼저 열어야 된다는 얘기다. 연극, 미술, 문학, 아니 세상 모든 일에 대한 관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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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 재미, 생각할거리를 두루 갖췄다. 숨겨진 꿀책이다%
오 리뷰 잘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