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데라는 아마 자기 소설이 저런 식으로 읽히는 것을 매우 싫어하지 않을까 함. 물론 쿤데라 본인이 좌파 정치의 허위를 몸소 겪은 사람이고, 여러 작품에서 그걸 폭로하고 있긴 하지만, 딱히 정치적인 의도라기보다는 허위 자체를 인간조건의 한 부분으로 해석했다고 봐야함.


이데올로기야 해석의 여지가 워낙 넓은 용어이니만큼 미뤄두고, 참존가에서 쿤데라는 '키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키치는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이며 "자신의 시야에서 인간 존재가 지닌 것 중 본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하는" 걸 말함.


그리고 이러한 키치를 쿤데라는 누구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으로 해석함. 


쿤데라 본인은 이데올로기를 직시한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역시 자기가 속한 역사적 조건, 그로 인한 키치에서 자유롭진 못하지. 작중 토마시가 언뜻 비이데올로기적인 인간인 듯해도 어쩔 수 없이 이데올로기와 엮이게 되는 것처럼. 심지어 가장 가벼운 인물로 그려지는 사비나도 마찬가지임. 누구도 키치를 완전히 벗어 던질 순 없다는 거지.


굳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너네도 느끼고 있을 거임. 예컨대 '내셔널리즘'이라는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조차도 국대 축구하면 한국국대 응원하게 되거든. 물론 간혹 가다 진심으로 한국이 아닌 다른 팀을 응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경우에도 그 사람이 완전히 비이데올로기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내셔널리즘'이 아닌 이를테면 '내셔널리즘 혐오'라는 또 다른 '키치'에 빠져 있는 인간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여튼 텍스트 자체에만 근거해도 참존가를 저런 식으로 축소하는 건 오독이 아닐까... 생각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