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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천과 드릴로가 사실은 비슷한 작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두 작가의 역사와 음모에 대한 광적인 집착일 것 같다. 그러나 드릴로가 예언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반면에 핀천은 과거를, 이미 지나가버린 시대의 특정한 시점에 초점을 맞춘다. <인히어런트 바이스>에서 핀천은 60년대 말의, 어쩌면 작가 자신이 극심한 향수를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한 시기로 되돌아간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68년은 유럽에서 68혁명이 일어난 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히피 세대는 이미 끝물을 맞이하고 있던 때이기도 하다. 히피들은 여전히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마리화나 연기와 총격전, 음모론에 휩싸인 삶을 살아가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선 작중 독의 독백처럼 그런 삶은 끝나가고 있고 앞으로 '낙원에 다시는 못 가리'라는 씁쓸함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심리를 반영하는 듯 소설 후반부에서 독이 재회한 사샤는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고, 작품 전체에서 로 확정할 수 없는 존재로 나타났던 '골든 팽'이라는 물질도 결말부에서는 그저 통속적인 마약의 은어가 된다. 독의 일상은 마지막 문장까지 지속되지만, 독이 아드리안을 쏘았을 때 히피들의 세대는 이미 끝나버렸는지도 모른다.


5번째로 완독한 핀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