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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제 막 책을 덮은 참이라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돼서 말에 두서가 없는 점 이해해줘
어제 독갤에 병신같다, 읽으면서 기분이 더러워지고 이게 왜 필수책인지 모르겠다고 글 쌌는데
다 읽고 나니 어제 그런 글을 쓴 내가 너무 부끄럽다.
주인공이 병신새끼인건 맞고 읽으면서 기분이 더러워지는 건 변함이 없어
그런데 중반부에서부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왜 내 입장에서만 책을 읽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
책이란 건 간접체험, 여러가지의 관점들을 배우기 위해서? 읽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주인공이 병신이라고 단정짓고
마음에 안든다고 찡찡대고 있었던 거임.
주인공 입장에서만 보면 세상이 병신이고 허례허식뿐인 것이고, 주인공 입장에선 그게 당연한건데,
나는 이기적이게 내 입장만 고집하며 읽으니까 주인공을 병신이라 단정짓고 기분더럽다고 왜 필수책인거냐고 그랬던거지.
아직 책을 많이 안읽은 빡대가리라 이걸 이제야 깨달은 나도 부끄럽고 한심스럽지만, 일단 이 생각하나만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스스로
호밀밭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책이 어렵고 난해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내 생각에 주인공이 보통 사람들과 좀 많이 달라서일 뿐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주인공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굳이 이해하려고 해석까지 찾아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주인공은 그냥 그렇게 생각할 뿐이고 읽는 우리는 아, 얘는 이런걸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런 관점에서도 볼 수 있는거구나 하면 되는거지, 굳이
깊게 파고 들어서 어떤 감정으로 어떤 언행을 보고 이러저러한 생각을 한 것이 주인공이다 뭐 이런건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함.
주인공이 다른 건 다 싫어하는데 딱 한가지 좋아하는 게 아이들 이라는 것만을 알겠더라.
처음엔 그냥 뭐지 로리타인가 싶었는데 책이 후반부로 갈 수록
그냥 주인공은 순수한, 아직 때가 타지 않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거더라고.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서 다른 어른없이 혼자서만 거기서 노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싶다고 하고.
조금 큰 학생들부터 해서 당연히 어른들을 혐오하는 주인공이 학교에서 아이들이 이런걸 보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에 낙서를 지우는 장면까지 가서야 나는
주인공은 그냥 세상만사가 싫은 것이 아니라 그 세상만사에서 때가 타고, 위선적인 그런 것들을 싫어하는 거였구나라고 깨달았어.
동시에 주인공이 굉장히 순수함을 갈망? 이라고 해야하나 동경? 이라고해야하나 여튼 순수함을 좋아할 뿐이구나 싶더라.
낙서장면까지 가서야 깨달은 나도 통찰력이 참 ㅈ도 없구나 싶기도 하고 ㅋㅋㅋ
내가 순진한건지, 작가가 대단한건지 모르겠는데 초~중반부에 계속 나오는 병신같은 학교, 학생, 어른, 바텐더,
피아니스트 등등이 후반부의 아이들, 피비라는 여동생 이라는 존재랑 굉장히 대조적이더라.
명확하게 선을 그어둔 느낌?
처음엔 그냥 주인공이 학생 어른들 보다 어린이, 특히 여동생을 굉장히 좋아할 뿐이구나 라고만 느꼈는데
분명 초~중반부 위에 말한 인간들이 나올때는 무표정이었는데, 나도 여동생 피비가 주인공마냥 나오면 미소짓고 읽게 되더라.
마지막 회전목마 장면은 괜히 명작이 아니구나, 괜히 필수책이라고 불리는게 아니구나 생각이 들게 하더라.
다시한번 어제 병신같다고 글 쓴 내가 너무 쪽팔리다...
다음으로는 데미안을 읽을 것 같은데 차라리 호밀밭을 먼저 읽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갤을 안지 얼마 안돼서 이런 감상문글 같은거 갤 분위기에 괜찮은지 모르겠네
나도 중반부터 주인공한테 익숙해지고 나선 재밌었음
난 후반부에 주인공이 여동생 학교에서 비틀거리면서 벽에 써진 음란한 말들 지우는 장면이 제일 인상깊었음.. 세상 냉소적이고 깨달은척 말을 내뱉는 주인공도 결국 마음 한켠에 있는 어쩔수 없는 순정을 지키고자 햇었다는걸 말해주는 장면 같아서
난 데미안 먼저 읽고 호밀밭읽었는데 자극적인거 좋아해서 호밀밭 먼저 읽었으면 안될 것 같았음 호밀밭 묘사가 직설적이고 매운맛이 많아서 재밋었음 장이 끝날때마다 쓴 욕ㅇㅣ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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