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읽기전에 배경지식 - 공유자원이란?
* 공유자원 : 경제학에서 '경합적인 재화' 는 '먼저 사용하게 되면 재화가 소진되어 이후에 다른 사람이 그 재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재화' 로 이해할 수 있다. '비배제적인 재화' 는 '다른 사람이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해당 재화를 사용하는 것을 차단할 수 없는 재화' 로 이해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 공유자원은 경합적이면서 비배제적인 자원을 뜻한다. 이러한 자원은 비배재적이기 때문에 자원에 대한 접근이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있고, 경합적이기 때문에 먼저 써버리면 다음 사람은 이용에 제한이 생긴다. 이러한 자원은 누구나 최대한 빨리, 그리고 최대한 많이 사용해 소진해버리려는 유인이 있기 때문에 항상 쉽게 소진되어 도리어 최악의 결과를 일으킨다는 특징이 있다.
1. 지방재정학을 공부했을 때가 생각난다. 학부 수업 교재는 아니었지만 당시 경제학에 빠져 있던 나한테는 구미가 당겼다. 뭐, 그렇다고 지방재정학을 열심히 공부했던 건 아니고 설렁설렁 하다가 때려 치웠다. 사실 내용은 거의다 잊어 가지만, 아직도 이 문구는 기억이 난다. "지방자치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가 완성될 거라고 장밋빛 환상을 가진 바가 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지금 상황을 보자면 한국의 지방자치제도가 민주주의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킨 것 같지는 않다. 재정적자 문제에, 정치적 책임성 부재, 심지어는 지역 유지의 횡령까지... 지방자치제도의 도입은 불가피했지만 너무 준비도 없이, 막연하게 받아들인 탓에 많은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아직도 지방자치제도가 가야할 길은 험난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면서 자치제도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적인 논의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 엘리너 오스트롬은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그리고 아직까지는 마지막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돌이켜 보면 2009년 노벨경제학 수상자들은 기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주로 거시경제 전공자들에게 돌아가던 노벨경제학상이 미시 경제쪽으로 반짝 선회한 것이다. 두 수상자 중 올리버 윌리엄슨은 기업 내부이론 ( 미국 기업의 수직적 통합이나, 거래비용 등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에 대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오스트롬은 공유자원 자원 문제 해결하는 데에 기존의 시각에 벗어나 자치 체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인 것에 대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단지 '자치 체제가 공유자원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는 막연한 주장으로 끝났으면 오스트롬이 노벨상을 거머쥐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류의 두루뭉술한 낙관론은 어차피 흔해 빠졌다. 오스트롬이 이토록 인정받게 된 데에는 그보다 한발짝 진보한 그의 업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치체제가 공유자원 문제에 대한 이론적인 해답이 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조사/ 분석함으로써 자치체제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한 조건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의 명작 <<공유의 비극을 넘어>> 에서 그 구체적인 사례와 교훈을 확인 할 수 있다.
제도경제학적으로 빼어난 성취를 제외한다고 치더라도 <<공유의 비극을 넘어>>는 문제적인 책이다. 전형적으로 거의 모든 논픽션들은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리한 자료를 발췌하고 부정적인 자료들은 제외한다. 그리함으로써 독자들을, 심지어 저자 자기 자신마저도 어리석음에 빠지게 한다. 이 책의 초반부도 어떤 의미에서는 다른 논픽션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공유지의 비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통적인 두 해결책 (정부의 규제, 공유자원의 사유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치제도로 해결할 때의 우월한 점 (비대칭정보 문제 해결 등)을 간단한 순차게임 모형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 이후 장들에서 자율적인 제도의 성공 사례뿐만이 아니라 실패사례도 거의 동일한 분량만큼 할애하여 제도 속에 내재된 유인과 그 결과들을 철저히 분석해 나간다. 예컨대 터키 연안의 실패 사례를 통해서 감시 체계가 느슨할 경우 자치적인 규제가 실패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 분석들을 통해 우리는 첫장을 읽은 후 독자들이 가지기 쉬운 환상 ( '자율규제가 최고야! 정부규제랑 사유화 X까!' )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 속으로 다가가게 된다.
3. 때때로, (아니, 사실 자주) 사람들은 추상적인 관념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 환상을 가진다. 자유, 평등, 분권화, 자율성 등과 같은 말들은, 현실에 대한 구체적 이해나 이론적인 근거 없이 확신을 가지게 끔하여 많은 일들을 그르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의 가상화폐 논쟁도 이러한 경향이 있어서 우려스럽기도 하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인정받게 된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은가?' 에 대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화폐 권력의 분산화, 화폐의 다양화 등등 추상적인 문구에 그치고 만다. 가상화폐 반대론자 스티글리츠는 비트코인이 "대체 어떤 사회적인 순기능을 하는지 알수 없다." 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가상화폐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화폐 발행 주체가 분산된다는 것이 어떤 효용을 주는지에 대한 좀 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가상화폐의 허용범위 등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가상화폐 논쟁은 실망스럽게도 다소 엉뚱한 데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는듯 하다.
사실 비트코인 얘기는 안 넣을 생각이었다. 근데 알파고님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글 제목을 저렇게 도발적으로 만들어야 조회수를 높일 수 있어서 넣어 봤다.
4. <<공유의 비극을 넘어>>는 물론 빼어난 책이지만, 사실 게임이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읽는 것이 좋다. 물론 어렵고 복잡한 모형으로 내용을 전개해 나가지는 않지만 처음 읽을 때에는 조금 난해할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그냥 해당 부분을 두루뭉술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버리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 (...) 아니면 다음 링크에 이 책을 꽤 논리정연하게 잘 정리한 내용이 있으니 심심풀이 삼아 한번 주욱 읽어 보자.
http://withstories.com/user:10/320/
번역 괜찬음? 읽어보고싶다. 공유지의 비극은 항상 경제서적 주요단골소재지 - By demian
데미앙// 딱히 번역의 질이 좋은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그저 그런듯. 다만 책에 돌가루 적게 뿌려서 그런지 양장인데도 가벼워서 좋음 ㅋㅋ
공유자원과 비트코인을 어떻게 엮으려고 하나 싶어서 글 다 읽었다 나쁜놈아
결론은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