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바람 부는 거리에서 전경들이 점심을 먹는다.
외국 대사관 담 밑에서, 시위군중과 대치하고 있는 광장에서,
전경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밥을 먹는다.
닭장차 옆에 비닐로 포장을 치고 그 속에 들어가서 먹는다.
된장국과 깍두기와 졸인 생선 한 토막이 담긴 식판을 끼고 두 줄로 앉아서 밥을 먹는다.
다 먹으면 신병들이 식판을 챙겨서 차에 싣고 잔반통을 치운다.
시위 군중들도 점심을 먹는다.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준비해 온 도시락이나 배달시킨 자장면을 먹는다.
전경들이 가방을 들고 온 배달원의 길을 열어준다.
밥을 먹고 있는 군중들의 둘레를
밥을 다 먹은 전경들과 밥을 아직 못 먹은 전경들이 교대로 둘러싼다.
시위대와 전경이 대치한 거리의 식당에서 기자도 짬뽕으로 점심을 먹는다.
다 먹고 나면 시위군중과 전경과 기자는 또 제가끔 일을 시작한다.
밥은 누구나 다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가 있다.
밥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시위현장의 점심시간은 문득 고요하고 평화롭다.
황사바람 부는 거리에서 시위군중의 밥과 전경의 밥과 기자의 밥은 다르지 않았다.
그 거리에서, 밥의 개별성과 밥의 보편성은 같은 것이었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밥이 그러할 것이다.
(김훈, 한겨레신문 기사 부분)
하, 정말 눈물겹다
아 이거 산문으로 쓴 밥 아니냐?
묘사력 만렙ㄷㅡ
이거랑 '라파엘의 집'도 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