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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으로 유명한 다윈. 종의 기원 출판을 앞두고 다윈은 고민하고 있었다

다윈의 생각으로는 진화란 기나긴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삼엽충을 비롯한 캄브리아기 화석은 그를 머리아프게 만들었는데, 그 이전 시대 지층에선 생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다가 고생대 캄브리아기 지층에 급작스레 다양한 동물군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만약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화석이 발견됐다면 그 이전에도 그에 준하는 종류와 양을 가진 화석이 발견되어야했다. 그러나 선캄브리아기 지층에서 그런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창조론자들은 이를 창조론의 근거로 내세우기도 하였다. 다윈에게 있어 선캄브리아기 화석 공극은 진화론을 무너뜨릴수있는 치명적인 약점인 것이다. 다윈은 이에 대한 해답을 끝내 내지 못한 체 종의기원을 출판했다. 이 책에서는 이를 두고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 라고 말하였다.



그런 다윈을 과학자로써 존경하던 반 프로 반 아마추어 고생물학자인 찰스 둘리틀 월컷은 이런 모순을 없애고자 캐나다 버제스 지역에서 직접 발굴한 캄브리아기 동물군의 상당수를 억지로 기존의 분류군에 집어넣었고 근연관계로 묶었다. 그럼으로써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급작스러운 다양한 생물군들이 출연한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처럼.


그러나 이렇게 구둣주걱으로 억지로 쑤셔넣은 것같은 분류에 대해 반박하고 새로운 이론을 내세운 사람이 있는데, 바로 나름 고생물학자 중 유명인인 스티븐 제이 굴드이다. 굴드의 동료과학자는 화석을 한층씩 한층씩 긁어내어 재조립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복원도를 그려냈고, 월컷이 생각했던 것보다 캄브리아기 초의 버제스 셰일 동물군들이 더 큰 다양성을 지닌 것을 밝혀냈다. 이런 배경에서 굴드는 단속평형설이라는 가설을 내세운다. 단속평형설이란 생물이 기존에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다가 환경이 변하거나 종간 격리가 이뤄지거나 또는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경우 진화는 점진적이 아니라 단기간이 이루어진다는 가설이다. 즉, 선캄브리아기에서 고생대 캄브리아기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이에 대한 진화압으로 폭발적으로 다양한 생물들로 진화했다는 것. 이로써 다윈이 종의 기원을 썼을 때부터 그를 고민에 빠지게 만든 가장 큰 문제점이 해결된 것 같았다...


굴드 이외에도 단속평형설이 아니라 다른 이론을 통해 선캄브리아기 ~ 캄브리아기 대폭발까지의 화석공극을 설명하려는 학자들도 있었다. 그 중 한명이 리처드 포티다. 포티는 선캄브리아기에 이후와 같은 다양하고 많은 화석이 발굴되지 않는 이유로 이미 선캄브리아기에 복잡하고 다양하며 단단한 껍데기를 지닌 동물들이 출연했지만 그 크기가 작아 화석으로 보존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포티는 그 예로 플랑크톤의 일종인 요각류를 들었다. 요각류는 1mm 길이보다도 작은데 몸을 껍데기로 감쌌음에도 불구하고 죽으면 썩기 쉽상이고 크기가 작기 때문에 여태까지 화석으로 발견된 예시가 극히 드물다. 오늘날의 요각류처럼 선캄브리아기에 이미 단단한 껍질을 지니고 어느정도 고등하게 진화한 생물이 있지만 그 크기가 작아 화석으로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다윈과 월컷 이후 고생물학자들은 그 나름대로 선캄브리아기 화석공극에 대해 자신만의 이론으로 이를 채우려고 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마틴 브레이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마틴은 자신만의 이론을 내세우기보단 기존의 이론, 굴드와 포티의 가설에 대해 예리하게 비판을 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마틴은 굴드의 단속평형설에 대해서는, 마틴은 더욱 많은 화석과 더욱 최신의 복원도를 가지고 굴드(와 동료과학자)의 자료가 잘못 되었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현생 동물군과 그 연관관계가 불분명한 일부 종들이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나타난 동물군의 다양성의 예시가 되었었다. 마틴은 최신의 복원도를 가지고 캄브리아기 대폭발 자체가 굴드가 생각했던것보단 규모가 작다는 것으로 반박한다. 예를 들어 할루키게니아의 경우 당시에는 현생 종과 유연관계가 불분명한 종으로 분류되었지만 현재에는 우단벌레(비단벌레)가 속한 유조동물군에 속하거나 그와 큰 연관을 지닌 큰 종으로 분류된다고 말한다. 그 밖에도 넥토카리스도 할루키게니아와 마찬가지로 과거정확한 관계가 불분명한 종으로 분류되지만 현재에는 연체동물에 속한 종인 것으로 정체가 밝혀졌다. 마틴은 이를 두고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생각보다 그 규모가 작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한편 리처드 포티가 주장한 선캄브리아기 동물군들이 너무 작거나 연약해서 화석으로 남지 못했을것이라는 가설에 대해서는 마틴은 이미 캄브리아기 이전에 굴을 파거나 기어간 자국 같은 흔적화석이 남아있음을 들며 이에 반대한다.  또한 뒤에서 나온 작은 껍데기 화석으로 보아 이미 화석으로 보존될 정도의 외골격을 지닌 동물이 선캄브리아기에 등장했음을 알려준다.


거기에 더해 마틴은 단순한 가설로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게 아니라 화석이라는 더욱 강력한 무기로 이들의 이론을 공격한다. 선캄브리아기 동물의 화석은 무척 드물지만 그렇다고 하나도 없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마틴은 크게 두 종류의 화석으로 자신의 반박에 힘을 실었다. 그 중 하나가 프로토헤르트지나이다. 이 동물은 아마 모악동물군 또는 척삭동물군의 먼 친척으로 분류되며 놀랍게도 이빨을 가지고 있다.

아노말로카리스(Anomalocaris)-이상한 새우 : 네이버 블로그

프르트헤르트지나의 화석


프로토헤르트지나의 화석은 상당히 중요한데, 이 화석의 발굴 이전에는 선캄브리아기 후기 에디아카라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디킨소니아처럼 매트처럼 생긴 화석뿐이었다. 그래서 선캄브리아기, 그중에서도 에디아카라기에는 아마 오늘날의 해면처럼 물을 빨아들여 그 안의 영양분을 걸러내고 뱉는 수동적인 생물들로 가득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프로토헤르트지나의 발견은 에디아카라기 이후 선캄브리아기 말기 이빨을 지니고 다른 생물을 잡아먹는 포식동물이 이미 등장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기존의 단속평형설에선 삽엽충을 비롯하여 단단한 껍데기로 몸을 무장한 동물군의 등장을 고생대 초 포식동물과 피식동물의 피 터지는 군비경쟁으로 인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등장했다고 설명하는데 프로토헤르트지나 화석은 이 피터지는 군비경쟁이 이미 선캄브리아기 말기부터 일어났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지구 초기 동물 역사 밝힐 단서 찾았다 – Sciencetimes

클라우디나 화석


그뿐만 아니라 프로토헤르트지나와 비슷한 시기 지층에서 정체를 알수없는 조그만 껍데기 화석도 발견된다. 클라우디나라고 부르는 이 껍데기를 가진 동물의 자체는 이런 껍질을 지닌 작은 연체동물일 것으로 추측되지만 껍데기만 발견된 이유로 아직까지 현생동물군과의 정확한 연관관계는 불분명하다. 클라우디나 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마찬가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작은 껍질 화석(SSF)가 발견된다. 어쩌면 최초의 포식동물인 프로토헤르트지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앞선 시기의 지층에서 발견되는 이 조그만 껍데기 화석들은 이전의 연체성 몸을 가진 동물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단단한 껍데기를 진화시켰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창과 방패. 이빨과 껍데기.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이미 선캄브리아기 말기에 갖춰진 것이다.



고생대 캄브리아기 시작년도는 약 5억 4천만년전이고, 해파리 같은 부드러운 몸을 가진 선캄브리아기 에디아카라동물군이 발견된 지층의 연대는 약 5억 8천만년전이다. 그보다 더 늦은 선캄브리아기 말기에 육식성의 프로토헤르트지나나 조그마한 외골격을 지닌 클라우디나 같이 포식동물과 껍데기로 자신을 보호하는 동물이 은 약 5억 6천만년전에 등장하였다. 프로토헤르트지나나 클라우디나가 발견된 선캄브리아기부터 고생대 캄브리아기 다양한 동물군들이 등장하기까지 약 1천5백만년 ~ 4천만년간의 유예시간이 있는 가운데, 이미 선캄브리아기의 이빨을 지니고 포식을 하거나 조그마한 껍질로 몸을 지키는 동물에서 캄브리아기 발달된 눈과 외골격으로 자신을 지키는 삼엽충이나 삼엽충을 잡아먹는 능동적인 포싯동믈인 아노말로카리스 같은 다양한 동물군의 등장을 과연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등장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전체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고생물학자의 이론을 화석 자료를 통해 반박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대신 그는 과학자들이 때로는 연구를 위해서, 때로는 자신의 명성을 위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며 결론을 왜곡한다는 이야기 덧붙임으로써 자신이 비판한 동료 과학자들을 그 나름대로 정당화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책 전반에서 다른 고생물학자 이론에 대해 충분히 비판했다면, 그에 대한 대책으로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을 내세우는게 낫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책 끝끝내 자신만의 이론을 내세우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선캄브리아기 동물군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굴드의 단속평형설을 부분적으로 지지하는 것이긴 하다. 이 둘의 차이점은, 굴드가 선캄브리아기에 단순하고 다양성도 적었던 생물군이 고생대에 '갑자기' '폭발'적으로 진화했나고 주장했다면 저자는 선캄브리아기 말기부터 이미 '조금씩' 동물군은 다양한 모습과 생활방식으로 진화하기 시작하였고, 굴드처럼 고생대 초기에 일어난 폭발적인 진화가 일어났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굴드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규모가 덜 극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저자는 굴드의 캄브리아 대폭발에 대한 가설을 비판하는 쪽이었지만 증거로 내놓은 화석 증거는 굴드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나 길이가 다를뿐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전조를 아주 잘 설명해주었다. 저자는 굴드의 단속평형설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지녔지만 결국엔 굴드의 이론을 보완하는 하는 것인데.. 앞에선 굴드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주장은 내세우지 않길레 아이 씨바 그러면 니 생각은 대체 뭔데? 싶었는데 결국 한다는 말이 굴드의 단속평형설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라는게 좀..

굴드나 포티같은 동료 고생물학자들은 선캄브리아기 화석 공극을 설명하기 위해 나름 대담한, 하지만 동시에 그 화석 근거가 부족한 자신들의 이론으로 그들 나름의 시각으로 현재의 문제를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화석증거를 바리바리 싸들고 이런 동료 과학자들을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만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런 마틴의 회의론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은 학자로써 존경할만하고 결코 잘못됐거나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쓴 이 책을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전달해야하는 교양서적으로써 보자면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굴드가 고생물학자 중에서 대표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대중적 이미지를 갖고 고생물학에 큰 영향을 미친 만큼 거꾸로 동시대 고생물학자에게 뛰어넘어야할 벽으로써 여러가지 비판이 드세진 것일지도 모른다. 포티가 쓴 책, '삼엽충'에서도 굴드에게 나름의 존중을 보이면서도 그의 이론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읽다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국내에 출판된 책에는 드물게 고생대 ~ 선캄브리아기까지 다뤄 희소성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만약 굴드나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원더풀 라이프를 재밌게 읽은 사람이라면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