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길도 아닌 길
이 길이다 하고 가는 길
골목 골목
낯선 문제와
서투른 번지수를 우정 기웃거리며
이 골목
저 골목
뒷 골목으로 가는 길
저 길이 이 길이 아닌
저 길이 되니
개가 사람을 업수어 여기고 덤벼든다
<막다른 길>
한하운(1920-1975)
책
<내 영혼의 숲에 내리는 마음의 시> 중에서...
(출판사 : 문지사)
고은시인의 시집 <창비시선 332. 내 빈방은 어디갔나> 중 발췌
자정 무렵
살아가고 있다
또는
죽어가고 있다
쓰르르히 밤바다소리 인다 살아 있다고 횡경막께
아파온다
---------------------------------------------------------------------------------------
*시 감상엔 절대적이란 것이 없습니다. 그저 가만히 느끼시는게 최고의 감상입니다.
*소리내어 읽을 수록 그 울림은 깊게 다가오니 낭독을 권유해봅니다.
*감상문을 써서 내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이해를 구하는 것도 좋은 감상법입니다.
*강렬한 영감과 느낌을 받으셨다면 그것을 시로 써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감상법입니다.
*해설 시작해보겠습니다.
-----------------------------------------------------------------------------------------
우선 앞선 시 <막다른 길>의 제가 생각한 주제는
'무언가를 끝까지 추구하는 인생이 부닥치는 것들' 입니다.
진정한 시인들은 자신이 절대 '완벽한 시'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시'를 끊임없이 추구합니다.
그 거대한 벽은 한하운 시인이 느꼈던 '막다른 길'과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업'이 아닌 '원'에 의해서 자신만의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일맥상통하죠.
('원'과 '업'에 대한 것은 법정스님의 <일기일회>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한계 중 하나인 육신과 본능의 한계를 한하운 시인은 맨 마지막에 '개'라는 것으로 형상화해낸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배워야 할 자세 중 하나지 않은가 싶습니다.
"열심히 살아봐야 뭐하나. 대충 편하게 살면 되지." "난 내 할 만큼했어. 세상이 옳지 못해서 내가 힘든거야."
이런 삶을 사는 분들을 제가 관찰해본 바로는 나중에 타인을 쉽게 원망하며, 스스로 힘든 인생을 살아갑니다. (불가의 '업'에 해당합니다)
반면, 엄청나게 열심히 사시면서 에너지 넘치는 분들은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야한다. 그래야 잘 살 수 있다. 지금의 불편과 힘듬은 아주 견딜만하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자신의 인생에 진지하며, 타인을 위하고,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내가 잘못됐다고 반성하시면서
훌륭하고 멋진, 제가 존경해마지않는 분들이셨습니다. (불가의 '원'에 의한 삶에 해당합니다)
고은 시인은 이보다 아득한 경지에 이르르신 제가 존경하는 분이기에,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시적 경지에 이르신 분이기에 이렇게 이 분의 시를 읽으면서 조심스럽게 배움을 청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아마 고은 시인이 평소에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과 감각은 '평화로움 그 자체'가 아닐까 시를 공부하며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자정무렵>이라는 시 또한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오는 '쓰르르한 밤파도소리'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횡경막'의 '아픔'을
아무 감정도 없이 무섭게도 정확한 단어들로만 '살아가고' 와 '죽어가고'를 병치시키며 이것도 언어적 사고라는 그 자체까지 인지하게끔
하는 아주 정교하고 예리한 논리전개의 시입니다. 그마만큼 이 시는 짧지만 엄청난 깊이가 느껴진다는 것이죠.
이 두 시를 같이 감상하며 떠오른 생각은
매 순간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죽음에 한발짝 다가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였습니다.
그 사실을 매 순간 인식할때야 비로소 매 순간을 '원'에 의한 '지옥'에서 살아가고,
매 순간을 힘껏 기뻐하고, 아파하고, 그 아픔마저 사랑하고, 진정한 최선을 다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해봅니다.
이 두 시를 압축해서 한 단어로 저만의 정의를 내리고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Carpe Diem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
시 좋다... 위에 ㅇㄱㄹ는 무시해
난 아래시가 더 좋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