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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기회주의자들의 생리를 훌륭하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어. 구한국과 일제, 미군정으로 통치권력이 급속도로 바뀌어갔던 20세기 전반 한반도에서 무탈하게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기회주의를 장착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도 들어. 그렇지만 대일협력을 했던 작가가 《민족의 죄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일신의 안위 때문에 동맹휴학에 참가하지 않은 조카를 준열하게 꾸짖는 장면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하지.



작가 본인은 이유야 어찌됐든 끝끝내 기회주의의 늪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후배들은 그런 현실의 압력과 인력에 맞서 지사(志士)적인 열정으로 무장하길 바랐던 게 아닐까. 물론 현실은 그런 의분 만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게 아니고 '선한 이편'과 '악한 저편'의 이분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그리 많지 않지.



그렇지만 온갖 폭력과 부패, 전체주의가 복마전을 이루며 기승을 부렸던 20세기 전반을 살았고 잠시 그 수족으로 전락하기도 했던 작가이기에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한계라고 볼 수는 없을까? 자기 장기인 글재주로 본인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낸 네임드급 문인이 채만식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이렇게 관대해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여튼 내 생각은 그래.



다음에 읽을 묵은지 작품은 김정한의 《사하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