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中

-Tu vois bien...ce n'est pas un mouton, c'est un bélier. Il a des cornes...

(출처:http://gutenberg.net.au/ebooks03/0300771h.html)


"이거 봐, 아저씨……. 그건 양이 아니고 염소잖아. 뿔이 있으니 말이야……." - 동서문화사(안응렬 역)

"이봐요. 이건 양이 아니고 염소인 걸. 뿔이 난 걸 보니까." - 문학과지성사(김현 역)

"아이 참…… 그건 양이 아니라 숫양이잖아. 뿔이 달렸으니까……" - 문학동네(김화영 역)

"봐······ 이건 양이 아니라 숫양이잖아. 뿔이 있으니까······." - 문예출판사(전성자 역)

"아이참... 이게 아니야. 이건 숫양이야. 뿔이 돋고...." - 열린책들(황현산 역)

-봐, 이건 암양이 아니라 숫양이야. 뿔이 있잖아." - 삼인(고종석 역)

"당신이 보기에도… 이건 어린 양이 아니지. 이건 숫양이야. 뿔이 있잖아……." - 새움(이정서 역)


mouton은 그냥 양, bélier은 숫양임.

안응렬 역과 김현 역은 bélier을 염소라고 번역했는데, 이것에 대해 황현산 교수가 한 말이 있음.


그렇더라도 염소숫양의 문제는 남는다. 거기에는 일본어와 한국어에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목축국가의 말이 아닌 한국어에서는 숫양과 암양을 구별하기 위해 이나 를 붙여 쓰지만, 프랑스어에는 양, 암양, 숫양에 해당하는 각기 독립된 단어 mouton, brebis, belier가 있다. 어린 왕자가 비행사에게 양을 한 마리 그려 달라고 할 때, 그 양은 mouton이지만 그가 퇴짜를 놓은 것은 belier. 두 낱말이 완전히 다르기에 이 서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숫양에는 그 낱말 자체에 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가. 양을 그려 달라고 했는데, 숫양을 그려준 것이 왜 잘못인가. 이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번역자와 마찬가지로 한국 번역자들이 선택한 것이 염소였다. 한국의 번역자들이 일본의 번역자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같은 언어적 운명 앞에서 같은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다. 한국어 번역자들이 숫양으로 감히 번역하기 시작한 것은 서양말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이해가 더 깊어진 이후의 일이다.

(출처: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512092039255)


즉, "양이 아니라 숫양이잖아."라는 이상한 문장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것.


김화영 역과 전성자 역은 그대로 직역한 거 같은데, 때문에 "양이 아니라 숫양이잖아."라는 이상한 문장이 되어버렸음.


황현산 역은 아예 "양이 아니라" 부분을 빼버림. 이유는 위에서 말한 이상한 문장을 피하기 위해서 같음.


고종서 역과 이정서 역은 앞부분을 각각 암양, 어린 양으로 번역했음. 암양은 brebis, 어린 양은 agneau이니 엄밀히 말하면 오역이지만 역시 이상한 문장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추정.


그 외 볼만한 점으로는, 이정서 역만 "Tu vois bien"을 "당신이 보기에도"라고 번역한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역자의 블로그(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494937&memberNo=3997714)에서 tu는 반말, vous는 존댓말이라고 했으면서 이 문장에서는 '당신'이라는 존칭으로 번역한 점, 또 "당신"이라는 존칭과 낮춤말인 해체가 서로 맞지 않는 점에서 오역인 것 같음. 나는 프랑스어 문외한이니 혹시 이게 틀린 의견이면 댓글로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