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스는 소리 내어 웃었다. "네, 더트 씨, 찻값을 내 주셔도 좋습니다."
이 단순한 한 문장을 말하는 순간, 에포스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퍼뜩 깨달았다.
에포스는 물건들을 팔기 시작했다. 그녀는 선물로 주고 싶은 몇 가지만 남겨 두고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을 사방팔방으로 팔았다.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물건을 처분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에포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종이에 적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서 길게 목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녀는 정든 물건들이 사라지는 것이 애석하기 그지없었지만 감상에 젖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 물건들에 애착을 갖는 것은 이제 다른 사람들의 몫이었다. 에포스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이 그 물건들에 담아 갈 기억 또한 먼 훗날 그녀의 추억만큼이나 헛된 것이 될 것을 알았다.
그녀의 집은 텅 빈 채 생기를 잃었다. 이제 집주인의 물건을 제외하고는 남은 것이 없었다. 에포스는 임대 계약을 끝내기 위해서 집주인에게 편지를 썼다.
더트 부부는 에포스가 도착했을 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더트는 텔레비전의 소리를 줄인 뒤 문을 열러 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면서 에포스를 거실로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 미스 에포스. 기다리고 있었어요." 더트 부인이 말했다.
에포스는 작은 여행 가방 하나를 들고 왔다. "아기 말인데요, 더트 부인, 예정일이 언제죠? 내가 시간에 맞춰 왔어야 할 텐데요." 에포스가 말했다.
"완벽해요, 미스 에포스. 완벽합니다. 베릴의 아기는 바로 오늘 밤에 태어날 거예요." 더트가 대답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으스스한 장면이 소리 없이 지나갔다. 해적 차림을 한 남자가 앵무새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에포스는 의자에 앉지 않았다. "좀 피곤하네요. 곧바로 위층에 올라가도 될까요?"
"미스 에포스, 그렇게 하세요." 더트가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느 쪽인지 아시죠?"
"네, 어느 쪽인지 알아요." 에포스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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