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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돕스가 냉전 3부작을 쓰면서 단순히 저널리즘을 옮겨 적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는 한에서 일종의 서사를 강조하려 했다는 말은 사실인듯하다. <1962>는 <1945>처럼 당시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이 위기를 중심으로 얽힌 정치인들과 군인들을 서술하며, 이들을 일종의, 인물들을 조금 허술하게 묶어놓는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처럼 다룬다. 게다가 <1945>와는 달리 크나큰 위기를 막는다는 중심 소재가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기에 좀 더 재밌다. 일종의 정치 스릴러처럼 읽을 수도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점이 <1962>의 장점이었는데, 구체적인 군사적 진형이니, 무기니 하는 것들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적당히 일종의 위협이 있었다,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며 훑듯이 넘어가도 괜찮았던 덕분이다. 그리고 아마 나처럼 이 부분을 넘기지는 않는 독자라면 이 부분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서술과 지도가 가득하다. (지금 기준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1962>가 나오던 시점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밝히기도 한다.



이는 차처하고, <1962>의 시작은 스릴러 블록버스터의 도입부를 연상시킨다. 케네디 행정부는 뭔가 이상한 사진에 대해 보고 받고, 자기 바로 등뒤에 설치된 미사일이 찍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일주일 동안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 갑론을박한다. 다음 서술은 소련 측으로 넘어가, 언제부터 꿍꿍이를 준비할 수 있었나 그 은밀한 작전을 조명한다. 이 두 세력을 이야기했으니, 이제는 이 위기가 실제로 자리잡고 있는 현장, 쿠바에 대해 알아봐야 할 터. 소설에서 갈등 관계에 있는 세 중심인물(<1962>에서는 각각 JFK, 흐루쇼프, 그리고 카스트로)을 위해 각각 할애된 것만 같은 인상을 주는 세 챕터다.



물론, 냉전의 갈등이 늘 그랬듯, 이 셋의 소통은 오해와 발언권 다툼으로 가려지고, 그 사이에서는 어떻게든 싸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실수로 싸움을 일으킬 뻔한 소인들이 가득하다. 흐루쇼프는 미국의 정세에 대해서 잘 몰라 어떻게든 허장성세를 펼치고, JFK는 그런 허장성세에 어디까지 넘어가줘야 하는지 고민하는 한 편, 카스트로는 지금의 구도를 어떻게든 싸움으로 끌고 나가야만 한다는 정치적 결정을 밀어붙인다. 그러는 과정에서 미국의 쿠바 전복 시도는 실패하고, 소련의 핵잠수함은 나아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며, 쿠바는 소련에게 좀 더 적극적인 방어를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정찰기를 쏘아 떨어뜨리기도 하고, 미국의 정찰기가 실수로 소련 영공을 침범하는 일도 생긴다. 군인들은 당장에라도 (미국의 손실을 각오하고) 소련을 초토화시켜야 한다고 울부짖기도 한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미사일 위기의 결과를 안다. 어쨌든, 케네디와 흐루쇼프는 이 갈등이 무력사태로까지 비화하지 않도록 막는 데에 성공했다. 그건 참 놀라운 일이다. 저자는 그런 케네디와 흐루쇼프를 보고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대인들이 최종 결정권자였던 것이 참 다행이라고 서술했는데, 케네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 나조차 동의했다. 하다못해 아이젠하워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소집했던 엑스컴 회의에서 공습 등의 선택을 주장했던 매파 중에는 장성 출신이 많았다.)



그러나 참 안타깝게도, 이 사태 종식은 이후 그 두 사람에게 그리 좋지 않은 방식으로 흘러간다. 흐루쇼프의 미사일 철수는 온 세계에서 항복으로 인식되었고, 그 덕에 그는 2년 뒤 제1서기 자리에서 물러난다. 케네디는 그보다도 먼저 이 대가를 받는데, 소련의 미사일 철수로 인해 앙심을 품은 카스트로 때문일지, 아니면 그저 음모론일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쿠바를 위해 나선 암살자의 총을 맞고 1년 뒤 숨진다. 실제 역사로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1962>라는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 에필로그까지 합쳐서 참 흥미롭고 여운 남는 스릴러 소설이다.



P.S. 별개로, <1962>를 읽으며 커티스 르메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악감정을 갖게 됐다. 너무 과격한 선택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는 케네디에게, 뮌헨 협정에서 유화책을 지지하던 케네디의 아버지를 언급하며 당신도 마찬가지다, 하는 식의 이야기를 한 것이나, 미사일 사태가 어떻게든 마무리되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자기들이 소련에게 진 셈이라고 말하며 어떻게든 전쟁을 하고 싶어하는 듯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이래서 커티스 르메이를 들먹이는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