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 장 1
- 황동규 -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뜨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다오
바람을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다오.
- <악어를 조심하라고>(1986) -
내가 시를 많이 읽는 편도,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만
황동규의 풍장만큼은 정말 아름답더라.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 아름다움인지 슬픔인지, 감동인지
모를 그런 기분을 글로 느낀 첫번째 작품임.
- dc official App
풍장 수능특강에도 실렸음 굿
아 ㄹㅇ? - dc App
ㅇㅇ 물론 실제 시험에 연계는 안 됐지만 많은 수험생들이 알 거임
수특에서 봤던작품이네, 이렇게보니깐 새롭다 - dc App
이거 불법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