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전이 읽는게 절대적으로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입장.

물론 학부생 수준의 기초 지식을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해설서를 읽으면 사고가 제한된다는 말이 실제로 맞고

막상 원전 읽어보면 별로 안 대단하네, 라는 것과 통상적인 이론서들이 중요하다고 다루는 부분 외의 또다른 지점들이 발견됨,

일단 무작정 원전을 읽고 해설을 좀 찾아보고 다시 원전으로 돌아가면 원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심지어 해설서가 놓치고 있거나 잘못 해석하고 있는 부분들과 경주할 수 있게 됨.


대표적인 게 희랍 문학(문학이란 표현이 정확한 표현이 아닌 건 알고 있으나 신화-서사시-비극으로 이어지는 계통을 묶을 단어는 문학 밖에 없어서)과,

희랍 철학.


처음에 희랍 비극을 천병희 선생 번역본 부터 시작해서 거의 서른개 세트를 한 두어달 동안 무작정 읽었는데, 그때 부터 코로스~ 가 뭔지,

대사의 특징, 번역의 의미들이 잡혀 왔고,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만든 다음에, 해설서를 뒤늦게 좀 찾아보면서 매우 생산적인 경험을 한적이 있음.

예컨대 안티고네에 대한 일반적인 해설은 국가와 개인간의 갈등으로 다뤄지는데,

사실 그 밑단에는 뭐가 있냐면, 희랍 비극과 셰익스피어 이후의 문학 사이의 절대적인 차이, 비극의 본질이 자기 자신으로 말미암은 것인지, 아니면 운명적인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있음.

고대 희랍 비극에서 '비극'의 원인은 말그대로 운명적인 것, 태어날 때 부터 주어진 거라, 그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된다.

왕으로 태어나지 않았으나 왕이 된 라이오스와 공주로 태어난 안티고네 둘의 갈등은 저마다 자기가 짊어진 운명들로 부터 그 방향을 전진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라고, 나는 해석을 했고, 이런 해석들과 통상적 해석들이 붙으면 훨씬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음.


희랍 철학도 마찬가지.

한동안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책을 다 봤고 필요한 경우 다른 번역본과 비교하면서 읽어봤고, 

해설서는 그 다음에 읽었는데 오히려 해설서의 해설이 내 해석보다 뒤쳐진다는 경험을 많이 했고, 심지어 해설서 라는 것들이 대단히 불성실 하다고 느낀 경험도 많았다.

사실 원전을 실제로 다루는 사람들은 극소수고, 우연스럽게 획득된 여러 지식들을 통해 형성된 직관으로 자신이 뭔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경우가 더 많음.

특히 한국에서는 학부때도 그랬지만 원전 다 읽는 사람 본 적 없고, 대학원은 논문용으로 어차피 발췌해서 보니까 더 엉망.

물론 고대 희랍철학 같은 경우는 오늘날의 '책'의 형태로 출판된게 아니라 대화를 정리했거나 수업 노트를 만든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걸 지들끼리 정해서 보다 보면 그 사람들이 그무렵에 정말로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지점들을 놓칠 수 있음.


결론. 해설서 보기 전에 원전, 원전 보다 다시 해설서 보면 우리 나라 학자들 졸라 불성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