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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택배수령 하자마자 하던 일들을 전부 미뤄놓고 하루종일 정신없이 읽었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이후로 여행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이토록 전율이 일었던 건 처음이다.


<이탈리아 기행>을 읽고 느낀 감정이 괴테의 여행 속 이탈리아의 파노라마들과 그를 마주하는 문화인 괴테의 초인적인 필력에 대한 경외심이라면,


<일본의 쾌락>을 읽고 느꼈던 감정은 흡사 가우초들이 아르헨티나에 혹독한 자연에 고문을 받으면서도 굽히지 않고 지키고자 했던 그 반항심, 투지에 대한 경외심이었다.


내용은 가히 새로울만한 것이 없다. 이미 EDD-202를 통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거나, 익헨과 히토미 같은 매체를 통해 드문드문 공개되었던 일본인의 성생활을, 보르헤스의 1인칭 시점을 바탕으로 생생한 촉감과 쾌락에 기반해 다시금 구구절절히 되짚어 풀어나갔을 뿐인 내용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오히려 더더욱 뼈 아프더라. 특히 첫 페이지 서문에 나오는 "말라버린 나의 정액에 펜을 찍어 글을 써내려가는 심정이다."라는, 어찌보면 다소 천박할 수도 있는 문장에는. 정말 말 그대로 많은 쾌락과 감정이 함축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 책상물림이 동양의 문인들과 색정광들에게 달콤하게 난도질 당하면서 느꼈을 쾌락과 격정들은 감히 나같은 아다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친한 문인인 미시마의 기습펠라와, 믿었던 길잡이인 맹인안내견들의 혀놀림. 그도 문학가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써 모든 것을 배출해내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으로부터 초청받아 여행 겸 강연을 왔을 뿐인데 이토록 온갖 성적 공격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정녕 이것이 눈먼 문인의 숙명인지. 눈에 뵈는 게 없어 그 길을 택해버렸던 보르헤스의 심정은 무엇인지. 그 절절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곱씹어 읽어나갈 때마다 내 쥬지마저 큥큥 울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책 밖의 암울한, 내가 아다라는 현실을 마주하니 더더욱 무력해지는 기분이었다. 나 같은 소시민들은 이러한 야설을 읽어낼 뿐 여전히 아다를 뗄 수가 없다, 그저 보르헤스를 딸감으로 삼고 뒤에서 묵묵히 자위하는 비겁한 변태로밖에 남을 수 없다. 그렇기에 작은 후기라도 남긴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말했다. 쎅...쎅쓰!"


그 말대로다. 세상은 사실 섹스의 소용돌이에 잠겨있나 보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겠지 (나만 빼고).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하나님은 등가교환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주신다고 했다 (Fullmetal Alchemist, Clitoris Press, 2009/05/23.)


그리고 부디 보르헤스도 이런 색다른 성적 경험을 새로운 거듭남의 바탕으로 삼아, 호메로스와 같이, 밀턴과 같이, 그루삭과 같이 엉겹과도 같은 시각 장애 속에서 탈출해 마침내 그 끝에 놓인 진정한 '일본의 쾌락'과 마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