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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우주

우주에서부터 외계인이 쏘는 전파를 찾는 SETI 프로젝트가 시작된지 수십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동안 외계인의 신호는 감지되지 않았다. 그래서 외계인의 존재나 외계인이 있더라도 과연 현재의 인류가 이를 감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강해졌다. 저자인 폴 데이비스는 천체물리학에서부터 우주생물학에 대해 다루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 저자가 수십년동안 외계인의 흔적에 대해 연구하면서 성과가 없자 결국 실망해서 외계인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이 책을 쓴 줄 알았다. 책 제목이 침묵하는 우주라니. 그런데 실제로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외계인의 존재를 지금도 긍정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외계인의 존재를 긍정하기 위해 온갖 가정의 가정을 가져왔다. 외계 생물체를 긍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상식과 달리 다양한 곳에서 생명이 유래할 수 있다는 가설부터 그림자 생물권 등의 가설을 내놓았고 만약 외계인이 존재하였다면 어째서 인류는 외계인의 흔적을 찾지 못하는가에 대해서는 생물이 생물이 평균적으로 고등한 지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별의 평균 수명보다 길기 때문에 지적 외계생명체들은 이미 죽었다 등의 가설을 내놓았다. 단순히 가능성 측면에서 이렇게 다양한 가설을 내놓은 것은 놀랍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이를 긍정할 수 있는 실증적인 증거도, 부정할 수 있는 실증적인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책 제목만 봤을 때 저자가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부정하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극한의 가능충이었다. 내용 자체는 주제의 특징 때문에 그 깊이는 낮지만 SETI에 관여한 이력이 있는 저자가, 어째서 외계인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존재하지 않고 멸종했다면 왜 그런지에 대해 다양하고 실험적인 가설을 다루고 있으니 여기에 관심이 있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재밌게 읽었음




달 세계 여행

-뉴턴 출판사 과학책은 기본적으로 짧지만 풀컬러 그림으로 설명을 돕는게 특징이지만 종종 일본식 과학단어를 쓰기 때문에 설명이 오히려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 책이 그런 경우였다. 이 책에선 달을 소개하면서 달탐사 이야기도 들어가 있는데 2000년경 일본에서 발사한 달탐사선 카구야 이야기를 한 챕터 넘게 다루는 부분이 있다. 그 이전까지 우주 탐사는 미국과 소련, 그 둘의 전쟁이었는데 거기에 일본이 끼어 천문학적으로도 유의미한 성과 거두었으니 얼마나 뽕이 찼을까. 이런 카구야가 어지간히 일본인들의 자랑거리인지 이 책에서도 그런 자부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카구야 달탐사선의 구조나 성과를 다룬 챕터를 제외한다면 전체적인 내용의 양과 질은 나무위키 선에서 정리 가능했다. 카구야 탐사 부분이 이 책의 의의면서 전부였다.




마녀의 여행 8권

-얼마 전에 마녀의 여행이라는 애니를 재밌게 읽어서 산 책. 마녀의 여행은 여주인공 일레이나가 여행자로써 여러 모험을 다니는 이야기이다. 요즘 유행하는 이세계물과의 차이점이라면, 이세계물에서는 주인공이 여러가지 사건에 개입하면서 적극적인 해결사 역할을 하고 주변 인물들이 우오옷! 용사님 갱장해!! 하면서 주인공을 띄워주면서 독자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게 대부분이라면 마녀의 여행의 일레이나는 오히려 거리를 두고 관찰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나의 책에 여러 에피소드로 이뤄져있고 각 에피소드 간의 연결성은 거의 없어서 앞의 내용을 모르고 8권부터 읽더라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소소하고 긴장감 없이 씹덕미소를 짓게 만드는 이야기였지만 가끔씩 진지하거나 슬픈 에피소드도 나온다. 8권에서도 복잡한 가정사를 지닌 프레데리카 이야기가 나오는데 상당히 슬픈 이야기였다. 여기서도 주인공 일레이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를 볼 각오로 개입하거나 작가를 대신하여 자신의 개똥철학을 읊으며 설교하는 대신에 프레데리카를 공감하고 안아준다. 왜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는거야 ㅜㅜ 그냥 공감해달라고 ㅜㅜ




외계행성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외계행성은 지구에서 관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과 수십년만 해도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 책은 시선속도나 트랜짓, 중력렌즈 현상등을 이용하여 직간접적으로 외계행성의 존재를 밝혀내고 그로 인해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을 다룬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 태양계처럼 태양 가까운 곳에는 암석형 행성, 먼 곳에는 가스형 행성이 위치해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핫주피터라고 불리기도 하는 가스행성이 항성 가까이에 위치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기존의 이론에서도 태양 가까이에서는 수소와 같은 가벼운 기체는 날아가기 때문에 태양계 안쪽에서 암석형 행성이, 바깥에서 가스형 행성이 형성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에 대해 천문학자들은 원래 태양계 형성 초기에 원시행성은 성운을 흡수하면서 각운동량을 뺏기기 때문에 태양 쪽으로 추락한다는 행성낙하 가설부터 태양계 내부 불안정한 중력 때문에 행성의 위치가 변한다는 조석이주 가설을 통해 이를 설명했다. 이런 연구가 불과 수십년만에 이뤄졌던게 대단했다.


아마 앞으로도 외계행성이라는 주제를 담는 교양도서에서 이보다 쉽고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외계행성을 다루는 천문학의 역사부터 방법론, 기존의 상식과 달랐던 새로운 발견까지 다루고 있었다. 게다가 빤듯빤듯한 종이에 풀컬러 그림이 알기쉽게 설명을 돕는다. 그야말로 교양과학도서 중 정석 중의 정석이었다. 책 자체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외계행성에 관련된 천문학 자체가 불과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관련된 세부적인 정보를 이 책 안에 자세히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천문학을 넘어서 다른 분야 과학교양서적과 비교해봐도 비문학계의 정석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책 자체는 아주 훌륭했지만 읽고 나서 꼬왔던 것이 출판사 문제였다. 질 좋은 종이를 썼건만 이 책 출판사가 신생 출판사라서 기술이나 노하우가 모자라 그런지 종이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들쑥날쑥했고 심지어 이 책을 출판한지 약 1년만에 가격을 올려서 개정판까지 내버렸다. 좋은 책 인질로 잡아 배짱장사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