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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스압인가..?


1.

일단 우리들은 짐작하다시피 리뷰툰에 혹해서 샀다

거기서 인용한 특유의 기계적인 문체가 너무 꼴렸음

감정선 ㅈㄴ 못따라가는 이과충 독붕이라 미리 러브라인 알고 가기를 잘한 것 같다

인상깊게 읽었는데, 작품 자체보다는 나머지 두 작품과 엮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아서 일단은 말을 줄이겠음


2.

독갤에서 자주 거품으로 언급되는 작가 조지 오웰.. 그런데 난 이 작가가 단순히 시대상 잘 타고난 사람은 아니라고봄.. 사상 통제의 수단이 너무 통찰력 있었음

1984는 그 자체보다 조지 오웰 에세이집이랑 같이 엮어 읽으면서 느낀 바가 많았음

특히 이 작가가 언어라는 매체에 대해 굉장히 많은 통찰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지금 정확히는 기억 안나는데 에세이중에 영어의 '타락'을 지적하는 편이 하나 있었음

상투적인 어구의 남용으로 글의 의미가 퇴색된다, 글은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써라, 뭐 이런 기본적인 내용이었다.

명료하지 않은 언어의 사용이 사고 퇴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건 나도 상당히 오랫동안 느껴온 바라서 굉장히 많이 공감됐다

언어는 사상으로 채색되기 굉장히 쉬운 매체다. 누군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든. 뉘앙스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며 유동적이다.(예를 들어, 자신의 논거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미 한국어상 존재하는 단어를 낯선 외국어로 치환하여, 오직 그 전문적인 어감만을 취하는 수법은 이미 인터넷 상에 꽤 만연해 있고, 이에 의한 부작용으로 그 단어의 의미 자체가 변질되어 통용되게 된다. 오웰 또한 이런 현상을 자신의 에세이에서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이런 조작이 1984식으로 통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는게, 아이러니하게도 뉘앙스라는 게 생각보다 훠어어어얼씬 유동적이거든

1920년대까지만 해도 gay는 기분 좋은, 행복한이라는 뜻의 형용사였음

동성애 인권단체에서 게이에 대한 인식 개선 차원에서 저 단어로 자기 자신들을 지칭하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원래 뜻이 사장되는 결과를 낳았음

뉘앙스가 단순히 위로부터의 압력 정도로 쉽게 통제되는 부분은 아니라는거지. 너무 럭비공마냥 어떻게 변화할 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서 ㅇㅇ (당장 북한의 문화어 사용 실태만 봐도...)

아니면 이런 통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아예 단어를 없애버린건가..ㅋㅋㅋ

또 다른 에세이에서 명확한 경계선을 설정하지 않은 (이른바 양심에 맡기는 식의) 자율 규제가 법을 통한 규제보다도 위험하다는 통찰도 인상깊었음. (1984 세계관상 성문법이 존재하지 않음.)

팬옵티콘의 구체적 실현으로서의 텔레스크린이야 워낙 많은 비평에서 지적해 온 바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언어적인 부분에 치우친 분석이긴 한데, 그만큼 좋아하는 파트임 특히 마지막에 첨부된 신어사전 ㅇㅇ


3.

 사실 멋진 신세계는 내가 그닥 좋아하는 책이 아님

나는 가치상대주의적인 사람이라 도덕의 기준이 끊임없이 바뀐다고 보고, 또한 쾌락과 부도덕을 연결짓는 걸 상당히 꺼려하기 때문임

그럼에도 이 책이 가치가 있는 건 쾌락과 행복 사이의 차이를 상당히 직관적으로 짚어냈기 때문이라고 본다

논리적으로 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이 책의 세계관이 디스토피아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못 대겠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하부 계급을 기만하거나 착취하는가? 전체를 위해 부분을 필연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구조인가?

국가 단위로 바람직한 인간상을 설정하고, 그 가치를 무의식 단계에 삽입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 일인가?

적어도 나는 이 세계의 도덕적 결함을 자신 있게 짚어낼 수가 없더라고


아, 남색을 부도덕한 쾌락의 탐닉, 방종 등을 상징하는 기호로서 사용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봤는데 이 책에서 의외로 그런 건 안 나오더라 ㅇㅇ 꽤 흥미로운 부분이었음


4.

 드디어 내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다

세 책 모두 사랑을 인간성의 기준으로 본 것이 상당히 와닿더라고

아니, 이 세 작품 뿐일까? 멋진 신세계에서 차용한, 사랑 없는 야스를 도덕적 타락과 연관시키는 코드야 구약성경 시절부터 있던 오래된 링크고 (별로 좋아하는 코드는 아님)

우리들이야 뭐 워낙 노골적인 이성-전체 대 감정-개인의 구조니까 두말할 필요 없을 것 같고

1984의 윈스턴도 진정으로 줄리아를 배신하고 빅브라더에게 굴복하는 건 줄리아를 사랑하지 않게 된 후임 (이 개인의 사고, 감정의 흐름마저 고문과 압제로 통제할 수 있다는 책의 결론이 꽤 절망적이지..그 절망감이 1984의 묘미라고 봄)

왜 사랑은 이렇게까지 절대적인 가치가 된 걸까

3에서 말했던것과 연관되는 건데 행복과 쾌락의 관계를 꽤 닮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젠더학에서 성적지향 이야기할 때 로맨틱과 섹슈얼을 구분해서 말하잖아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는 보통 정신적 사랑과 성욕을 구분해서 말함 그리고 이 둘을 구분하는 건 인간밖에 없음 최소한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래

그렇다고 그 두 개가 배타적으로 작용하거나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지도 않음 ㅇㅇ 대다수의 사람에겐 같이 붙어다니지

정신적인 가치를 직관적으로, 감정적으로 와닿게 하기 위해서 로맨틱적 성애를 일종의 무의식 차원의 메타포로서 차용하는 게 아닐까

행복-사랑(로맨틱성애)-기타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정신적 가치들을 하나로 퉁치기가 쉽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공감받기에도 좋아 독자가 이입하기도 좋아

솔직히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보단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게 훨씬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냐 ㅋㅋㅋ

여타 가치들과 다르게 쾌락에 대해 배타적인 코드도 없기 때문에(최소한 현대적 도덕관념 기준으로 대놓고 드러나진 않잖아)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도 막아줄 수 있어

인류 역사를 함께해 온 주제이니만큼 차용할 클리셰도 풍부해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에 반한 원초적 감정으로의 회귀 욕구... 라고까지 하기엔 좀 많이 나간 것 같고 ㅋㅋㅋ


셋 다 재밌게 읽은 책인데다가 서로간에 영향도 많이 끼쳤다보니 (정확히는 우리들이 1984와 멋진 신세계에 영향을 준 거지만.. 1984는 꽤 노골적이더라 특히 결말 파트 ㅇㅇ)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네

4 부분은 걍 존나 뇌피셜 싸제낀거라 내일 이불킥할듯

어떻게 끝내야할지 모르겠네.. 혹 셋 중에 안 읽은 거 있는 독붕이 있으면 꼭 읽어라 정말 강추함

새벽이라 비문도 많고 문장도 어색한것같은데 일단 내일 낮에 눈에 띄는 거 있으면 수정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