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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읽은 사람들은 으레,

눈이 예쁘게 쌓인 광경을 보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첫 구절을 떠올리는 것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雪國)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입으로도 되내어봤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여기는 긴 터널도 아니고 주차된 자동차와 삭막한 건물 뿐인데

눈이 좀 쌓이면 조건반사적으로 생각나는 이 <설국>은,

정말 노벨 문학상감이었는가?








바깥에는 없는 기차가 내 마음속에서 멈춰 섰다.

그 기차에선 아무도 내리지 않는다.

눈은 내리고,

기차는 멈췄는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이 첫 구절 외에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이 없다.

어떤 정취만을 남겼던 소설로, 사실 뚜렷한 사건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았다.

마지막에 누군가 죽고 무언가 불타버린 기억이 희미하게 하얀 배경으로 생각날 뿐이다.


벌써 겨울도 저물어 가는 2월,

<설국>을 다시 읽고 좀더 선명하게 이 겨울을 털어내야지.




나는 차가운 도시 남자.

사람들이 '차도남'이라기에 무슨 소리인가 했다.

알고 보니 '차가운 도시 남자'의 준말이란다.


차도남에게는 <설국>이 아무래도 인상을 깊게 남기는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