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배부르고 졸린 오후다. 멍하니 독갤 드나들다 이런저런 글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길래 이런저런 글 써봄. 시간 때우기용입니다만.
내가 재밌게 본 책 중에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오는데, 소설 잘 쓰는 사람은 에세이도 잘 쓰는 경우가 많은데, 에세이를 잘 쓰는 사람이 소설을 잘 쓸 수는 없다... 뭐 정확한 문장은 기억 안나지만 대충 이런 뉘앙스였음. 나는 대체로 이게 맞다고 생각함.
직업이 소설가인 사람이 가끔 재미난 에세이 툭툭 내는 경우는 흔한데, 에세이스트로 알려진 사람이 좋은 소설 쓰긴 어려움.
그럼 소설가가 에세이스트보다 글을 잘 쓰는 거냐...한다면 난 그건 또 아니라고 생각함. 왜냐면 소설과 에세이는 성격이 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가령 독붕이들이 좋아하는 다자이 오사무는 소설보다 에세이 쓰기를 더 어려워 했음.
소설은 뭐 구라 섞어서 줄줄 쓰면 되는데, 에세이는 날 것이다, 나 자신을 보여야 한다, 남들 이야기를 함부로 써서 민폐를 끼치면 안된다, 뭐 이따구 자신의 생각을 글로 밝히기도 했다능. 물론 자기한테 문학상 안 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배때기를 쑤셔버릴까, 생각했다, 는 둥의 글을 쓰긴 했지만. -_-
다자이 오사무는 사실 소설도 거의 사소설이라, 소설이나 에세이나 뭐 어떤 걸 읽어도, 아아 이거 오사무짱, 자신의 이야기를 쓴 거군요... 싶은데, 그래도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하는 편. SF 소설가 심너울도 최근에 첫 에세이 냈던데 책에서 비슷하게 말하더라. 자기 밑천 드러날까봐 에세이 쓰는 거 무섭다고.
무라카미 하루키도 소설을 좋아하는 팬과 에세이를 좋아하는 팬이 좀 갈리는 편인거 같고. 한국에선 대표적으로 김연수가 그런 거 같음. 김연수도 소설과 에세이를 많이 내는데, 본인 스스로 자기는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사랑받는다며 징징거리는 느낌의 글을 쓰기도 했던 거 같음. ㅋㅋㅋ 김연수는 소설가보다는 에세이스트로 인정받는 듯해서 아마 본인 스스로는 좀 기분 나쁠 것 같기도 함. 근데 나도 김연수는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재밌긴 하더라. ㅇㅇ
그럼 소설 잘 쓰는 사람이 무조건 에세이 잘 쓰냐...하면 그건 또 아닌 게, 나는 박상영 소설 재밌게 읽었는데, 에세이는 좀 별로였거든. 그동안 소설 많이 낸 정세랑 이번에 첫 에세이 나온다는데 어떨지 모르겠음. 뭐 결국엔 진리의 케바케라능.
소설이 쓰기 어렵냐, 에세이가 쓰기 어렵냐, 이건 작가의 취향이나 성격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거 같음.
나도 한 편집자에게 "소설 쓰는 게 편하세요? 에세이 쓰는 게 편하세요?" 이런 질문 받아본 적이 있기도 하고. ㅇㅇ
그리고 또 독갤 글보다가 장강명 작가가 쓴 칼럼 이야기 하면서, 상업 작가가 만 권 못팔면 작가 때려치워야하는 거 아니냐... 하는 글을 봤는데 출판계를 너무 과대평가한 게 아닌가 싶음. 요즘 초판 1쇄 대부분 1,000부 찍음. 심지어 대형 출판사도 간보고 더 찍는다고 1쇄 500부 찍는 곳도 있다고 함. 근데 독갤러들도 잘 아다시피 중쇄 찍는 책 많이 없음. 중쇄 찍으면 출판사에서는 일단 본전 챙기고 이익으로 가는 건데... 출판계가 대표적인 9 : 1 법칙 뭐 그런 걸로 돌아가는 곳이라고 함. 그러니까능 잘 팔리는 소수의 책이 잘 안팔리는 다수의 책의 적자를 메꾸는... 뭐 그렇고 그런... 아주 슬픈...
그니까능 책 만 권 팔렸다 하면, 출판계에서는 오호 이것 봐라? 대박인데? 할 수 있게 되었다능.
실제로 원고 투고하면서 몇몇 편집자들은 "책 천 권 팔기가 되게 어려운 시대." 라고 말하더라능. 나는 이게 당시에는 와닿지 않았는데, 책 내보니까 좀 와닿음. 책은 정말 그렇게 쉽게 팔리는 물건이 아니라능. ㅋㅋ
이제 '작가'라는 것은 어떤 상업적인 직업이라기 보다는 어떤 명예직에 가까운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 책 말고 재미난 게 너무 많은 시대 아니겠습니까. 넷플릭스라든가, 디시 독갤이라든가. 네?
그럼 저는 이만.
책 이야기 -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추천.
인스타건 유튭이건 블로그건 공짜 컨텐츠도 일만뷰하기 어려운데, 요즘 같은 시대에 <책>을 <돈을 주고> 만권이나 팔았다면 대단한 일이긴 함
출판사에 원고 투고하다가 종종 듣는 소리가,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책을 내려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었다는 얘기임. 1년에 6~8만 종의 책이 나온다고... 그러니 그중에 중쇄를 찍고 1만부 파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다능.
요즘 책 만 권이면 대박일 텐데? 진짜 이름 좀 날리고 들어봤다 하는 책도 막상 따지고 보면 1만 부 못 나간 게 허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