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습관인 분들이시라면 드물지만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섭다거나 작중 상황의 탓도 있지만, 어떤 책은 그 책이 가진 예술성, 창의성, 학문적 발견, 즉 위대함이 누군가를 부들부들 떨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 너무 좋아^^ 나랑 너무 잘맞아!" 이런 인상과는 좀 다른 종류의 경험입니다.

동공이 확장되는 느낌이 들며 "와 슈바...와...."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예를 들면, 이문열 작가의『사람의 아들』이라는 책 언급을 두 번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고딩 시절, 이현 강사가 인강 수업하면서 그 작품을 읽으며 벌벌 떨었다는 얘기를 했고.

대학다닐 때 국문과 교수님이 『사람의 아들』을 읽으며 작품이 너무 멋있어서 그 순간 만큼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읽어보니 과연.. 뭐랄까 20대 초반의 문학청년소녀들을 지성적으로 자극할 만한? 그런 힙한 면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벌벌 떨 정도는 아니었구요.

그런 건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어릴 때는 저런 압도의 경험을 들으며 '오바하네 범생이 새키...' 뭐 이랬는데, 저도 그런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저에게는 도스토예프스키의『악령』이 그런 책입니다. 육성으로 "와 이 새끼.. ㅆㅂ..."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읽다가 작품 끝나니 한숨이 푹푹 나오고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보통 저는 그 정도로 오바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텐데,

아무래도 '스타브로긴'과 '키릴로프'의 악마성과 그들의 기이하고 뒤틀린 관념,

그걸 생각해낸 도스토예프스키의 머릿속(기독교 신자라면서... 정신적 마조히즘이냐?;;)

베르호벤스키를 위시한 작품 속 다른 인물들의 행동들, 즉 작품의 전개와 결말에 녹아있는 인간성에 대한 성찰,

대충 뭐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던 것 같네요.


 문학이 아닌 철학서, 이론서 중에서는 보드리야르의『시뮬라시옹』과 프로이트의 『종교의 기원』에 실린 글들이 그랬네요.

이론에 대한 최종적인 동의 여부를 떠나서, 그 발상과 사고의 번뜩임이 놀라웠습니다.


 혹시 이런 경험을 준 책들 있으신가요? 있으면 공유합시다 독갤 상팔자형님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