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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는 카니발이다. 바흐친이 라블레와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에 대해 분석하며 지적한 카니발의 조건, 그 행태, 그리고 끝이 투기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렇기에 투기는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되며, 몇 번이고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감상적으로 본다면 이 정도의 말로 이 책에 대한 후기를 마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그러지 못하는 것은 내가 서브프라임 이후의 사람이기 때문일 테다.


<금융투기>는 아주 원시적인 시대의 투기나 튤립 투기와 같은 몇 백 년 전의 사건에서부터, 저술 당시 최근의 문제인 일본 버블까지의 사례들을 하나씩 다루는 책이다. 각각의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 시작되었고, 어떤 경과를 거쳐서 마무리되었는지를 분석하는데, 사실 세부적인 사항이 다를 뿐이지 근본적으로는 전부 비슷하다. 저자도 이를 아는지, 아니면 그 이상으로 강조하려 하는지, 이따금 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20세기 후반의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오는 등 각각의 사건들을 교차시키곤 한다.


모든 투기들이 그럼 어떤 식으로 비슷할까. 여기에서 카니발이 나온다. 카니발의 시작은 기대다. 뭔가 새로운 것이 나와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 예를 들어 철도 버블을 시작한 교통 혁명에 대한 기대라든가, 대공황이 찾아올 때까지 사람들을 꿈에 절게 만들었던 실패하지 않는 신경제에 대한 기대 따위의 것들. 사람들이 하나씩 모이기 시작하면, 이제 쇼를 시작한다. 다양한 협잡꾼들, 전문 투기꾼들이 나서서 카니발이 없을 때는 그리 화려해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열심히 광내고, 사람들을 왁자지껄한 음악으로 혼란스럽게 만들며 판단을 흐리고, 모두가 집단적인 광기에 홀리도록 만든다. 기업 주식의 가치를 따질 때는 늘 외적인 가치를 봐야 하기에 주식 구매자는 언제나 주식의 실제 가치(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그리고 올라갈 증시 가격)보다 더 싼 가격으로 주식을 사게 된다는 소리처럼.


정부 역시 카니발에 참여하고 있기에 이를 막지도 못하고, 사실 막을 생각도 없다. 카니발이 시작되기 전에는 대체로 서커스 단장들이 직접 부지값을 내기 위해 정부를 찾는다. 카니발이 흥하면 더 흥할 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주식에 대한 약속과 함께. 그럼 이들은 먹고 마실 술을 열심히 대주며 함께 즐기고, 모두 다 같이 고주망태가 되어서 기존 질서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부정적인 의미로도 무너져내린다. 결코 사회의 중심축이 될 수 없던 여성이나 차별당하는 집단 출신의 전문 투기꾼이 나오는 게 그 예시다. 그리고 모두가, 자유로운 출세와 체제로부터의 탈피를 꿈꾼다.


그러나 카니발은 영원할 수 없다. 취한 사람들의 기운이 언제까지고 넘쳐 흐를 수 없어 점점 늘어지다가 자그마한 빈 병에 걸려 넘어지며 대형 사고가 나듯, 미미한 계기 하나로 갑작스럽게 축제가 끝난다. 술에서 깬 사람들이 자신들의 추태를 발견하고 이 자리에서 없었다는 양 도주하지만, 모두가 도주하는 상황에서 쉽사리 발을 뺄 수 있을리 없다. 대부분은 결국 모두의 육체에 눌려 다치고, 질식하거나 압사당한다. 유가족들이 그 소식을 듣고 이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데, 카니발의 마지막 절차를 위해 이 모든 것을 책임질 카니발의 왕, 광대를 뽑아 그에게 돌팔매질을 하며 처형한다. 이 모든 일을 일으킨 주범을 처리했으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하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그럼 모두들 금주하며, 다시 성실하게 일을 시작해나간다.


이러는 것이 우리들의 본성이라면 그걸 막을 수는 없다지만, 최소한 카니발의 마지막 단계가 지켜져야만 이 창조적인 파괴라고 할 만한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일으킨 서커스 단장들과 카니발의 왕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투기를 막을 만한 사회적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고, 이 파괴적 카니발이 우리를 다시금 강타하러 접근한다. <금융투기>의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최근의 롱텀캐피탈 파산 사태를 이야기한다. 정부의 경제 구제를 위한 자금 투입 덕에 돈놀이를 하던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형태로 사태가 마무리 되었기에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으리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는 그 뒤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이하고, 이 사태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며, 결국 전세계에 압도적인 후폭풍이 일게 된다. 일전 읽었던 애덤 투즈의 <붕괴>가 이것을 심도 있게 다뤘는데, 문득 그 내용들이 다시 머릿속에 되살아나며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