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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패러독스13에 대한 치명적인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바랍니다.





저번에 힛갤에 올라온 독후감?글 덕에 여기 알게 되어서 첨 글써봄.


필사거리 찾다가 호적메이트 물건 중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패러독스13'이라는 책을 발견했는데, 뒷표지의 요약이 꽤 흥미로워서 아까 새벽 3시쯤부터 하여 방금까지 단숨에 다 읽었다.

이런류의 뭔가 생각하게 하는 SF작품 (예를 들면 '더 기버-기억전달자'같은거)를 좋아해서 제법 재밌게 읽은거같음.

다 읽고나서 들었던 몇가지를 써보자면





1. 항상 냉철하고 맞말만 하며 정의로운 느낌의 핵심적인 인물(세이야)이 있고 거기에 반항하는 듯한 감정적이고 열혈의 주인공(후유키)의 배치가 상당히 일본작품스러웠다.

일본애들은 이런 대놓고 설교하는 캐릭터를 빼놓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는지... 초반에는 그룹을 주도하는 존재가 필요하니까 매끄러웠는데, 도다가 반항하는거 말 몇마디로 찍 제압할때부터는 별 수 없구나 싶었음.

무슨 일이 발생할 때마다 지 혼자 존내 냉철한 척 맞말하는 척은 다 하고ㅋㅋ 뒤지고싶다는 사람한테 억지부려서 자꾸 불편하게 만드는게 이 새키는 작가의 관점에서 심히 미화된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함.

게다가 희생결말까지... 좀 많이 식상하지 않았나 생각했음.




2. 또 일본작품이라 정서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포인트가, 극후반에 세이야가 새로운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여성이 남자들 각각의 아이를 낳아야한다고 하는 부분이었음.

그게 그렇게 냉철하고 정의롭던 인물이 제정신으로 강간미수 사건이 발생하고 바로 꺼낼 수 있는 발언이었냐고 묻고싶음.

내가 요새 유행하는 어떤 사상을 지지하는건 절대 아니지만,
작가가 결국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었던 여성들은 이기적이고 생각이 어리다는 식으로 묘사를 하는게 내가 생각하는 우리네 정서와 일본애들의 의식은 참 많이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음.

나중에 언급되긴 하지만 어차피 누구 하나의 목숨조차 당장 보장할 수 없는 그런 세상에선 종의 보존이 의미가 있나싶고, 개인의 존엄성과 의지를 짓밟고 무슨 닭장에서 알낳는 닭마냥 쑴풍쑴풍 애나 낳으라는게 말인지 방구인지...

이 부분에선 너무 어이가 없고 납득이 안돼서 솔직히 책 집어 던질뻔했음
몇시간을 잠도 못 자고 내리 읽은게 너무 억울해서ㅋㅋ




3. 근데 이런 포인트들을 느꼈음에도 작품 자체는 구성이 좋았다고 생각함

일단 그런 배경속에서 일어나는 인간군상들을 빼놓지 않고 빼곡히 다뤘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음

그리고 인물들의 대화속에 마치 내가 섞여있었던거같은 기분까지도 들었던게, 어떤 캐릭터가 의견을 내놓으면 내 머리속에 든 반박이나 재질문거리에 대해 또다른 인물로 정확히 짚고 넘어갔기 때문이었음

그런 느낌으로 캐릭터들이 다 어딘가에 써먹으려고 작위적으로 맞춘 설정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게 부자연스럽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잘 진행된거같음. 오히려 벽돌로 잘 짜맞춰진 탑같다는 느낌




4. 결말은 솔직히 뭐라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p-13의 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이 실제 세계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걸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어 이거 완전 '어째서 눈물이...?'엔딩 아니냐???






워낙에 각잡고 소설책을 이렇게 완독한건 정말 오랜만이라 즐거운 경험이었음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장면을 그려나갈 수 있었던게 책을 읽은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온 기분도 듦

여기 갤러들은 이런 책 소감에 대해 어떤 반응일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얘기해볼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네

글 다 읽어줬던 아니던 눌러줘서 고맙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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