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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양장을 사 모으다가 얻어걸린 책이다. 듣기로는 이 책의 작가 베르트하이머가 한트케, 바흐만과 함께 오스트리아 문학 삼대장이라고 한다.

 

책은 글렌 굴드라는 불세출의 피아니스트의 재능을 목도한 이후 피아노의 대가가 되겠다는 꿈을 잃고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베르트하이머의 죽음을 화자가 의식의 흐름대로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짧은 책인데도 읽을 만하면 뚝뚝 끊어지고 똑같은 말이 반복되곤 해서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예술에 조예가 없어서 그런지 불타는 열정이 없어서 그런지 베르트하이머의 파멸이 딱히 와 닿지는 않았다. 베르트하이머는 우연히 글렌 굴드의 연주를 들은 이후 자신은 굴드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피아노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것으로 나오는데, 여태까지 이토록 허무하게 꿈을 접는 사람은 처음 본다. 차라리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한 살리에르의 모습이 더 공감이 간다. 다만 글만으로도 건조함과 적막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책을 보는 내내 꾸벅꾸벅 졸았음에도 글이 주는 느낌이 꽤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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